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우주 이야기 236 - 하루가 8 시간인 외계 행성


 태양계에 있는 행성들의 하루 길이는 모두 제각각입니다. 금성의 경우 무려 하루가 지구 시간으로 243 일이며 목성의 경우 적도 부근을 기준으로 하루가 9시간 50 분에 지나지 않습니다. 대략적으로 봐서 태양계의 행성들은 크기가 클 수록 자전속도가 빠른 양상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사실 8 개만 가지고 결론을 내리기는 좀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과연 외계 행성은 어떨까요 ? 


 외계 행성의 자전 주기를 알아낸다는 것은 현대의 진보된 관측 기술로써도 매우 어려운 일에 속하고 지금까지 아무도 성공한 이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마침내 유럽 남방 천문대 (ESO) 의 VLT 를 이용해서 사상 처음으로 외계 행성의 자전 주기, 즉 하루의 길이를 알아내는데 성공했다고 합니다. 그 대상은 이전에도 여러차례 설명드린 화가자리 베타별 b (Beta Pictoris b) 로 지구에서 비교적 가까운 63 광년 거리에 있을 뿐 아니라 여러가지 좋은 조건 때문에 지구에서 관측이 용이해서 많은 연구가 진행되는 외계행성이기도 합니다. (  http://jjy0501.blogspot.kr/2014/01/Next-gen-exoplanet-hunter.html 참조)  



(화가자리 베타별 b 의 상상도  This artist's view shows the planet orbiting the young star Beta Pictoris. This exoplanet is the first to have its rotation rate measured. Its eight-hour day corresponds to an equatorial rotation speed of 100,000 kilometers/hour -- much faster than any planet in the Solar System. Credit: ESO L. Calçada/N. Risinger (skysurvey.org))  


 네덜란드 레이덴 대학 (Leiden University) 과 네덜란드 우주 연구소 (Netherlands Institute for Space Research (SRON)) 의 연구자들은 VLT 의 CRIRES를 이용해서 화가자리 베타별 b 의 적도 부근의 회전 속도를 구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실제 속도 측정은 도플러 효과를 이용한 것으로 강력한 분광계를 이용해서 파장의 변화를 감지한 것입니다. 물론 자전 속도가 매우 빠른 것도 측정을 가능하게 한 이유라고 하겠습니다.  


 이 연구 결과에 의하면 이 외계 행성은 적도에서 거의 시속 10만 km 의 속도로 회전하고 있는데 이는 목성의 47000 km/hr 나 지구의 1700 km/hr 에 비해 대단히 빠른 것입니다. 이 외계 행성은 목성 질량의 4-11 배 사이 질량을 가지고 있고 따라서 그 지름은 목성보다 더 큽니다. 하지만 이점을 감안해도 이 외계 행성은 목성보다 훨씬 짧은 자전 주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화가자리 베타별 b 의 자전주기는 8 시간 정도에 불과합니다. 더 큰 행성일 수록 자전 속도는 물론 주기가 더 짧다는 가설이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결과인 셈입니다.  



(행성의 크기와 자전 주기와의 관계   The spin-rotation velocity of the solar system planets and exoplanet beta Pictoris b as a function of planet mass. Credit: Ignas Snellen, Leiden Observatory)  


 사실 행성의 자전 속도와 주기는 여러가지 요소에 의해 영향을 받게 됩니다. 예를 들면 금성의 자전 방향은 아무래도 반대인 것 같은데 이는 금성이 과거에 큰 소행성과 충돌해서 자전 속도와 방향 모두에 큰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낳게 하고 있습니다. 반면 거대 가스 행성들이 빠른 속도로 자전하는 것은 아무래도 형성되는 과정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되고 있습니다. 만약 좀더 많은 외계 행성들의 자전 속도가 측정된다면 과학자들은 더 큰 가스 행성일 수록 자전 속도가 빠르다는 가설을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무튼 최근 수십년간 관측 기술의 급격한 진보로 인해서 멀리 떨어진 확실치 않은 존재였던 외계 행성들의 실제 모습이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외계 행성의 대기, 표면, 자전 속도를 측정한다는 것은 가능하지 않은 일이었지만 이제는 하나씩 현실이 되는 모습입니다. 아마도 외계 행성과 관련해서 가장 충격적인 발견은 외계 생명체의 존재일텐데 그 결정적 증거를 발견하게 되는 것은 언제일지 궁금해지네요. 이 연구는 네이처에 실렸습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
  1. Ignas A. G. Snellen, Bernhard R. Brandl, Remco J. de Kok, Matteo Brogi, Jayne Birkby, Henriette Schwarz. Fast spin of the young extrasolar planet β Pictoris bNature, 2014; 509 (7498): 63 DOI: 10.1038/nature13253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벨 V-280 Valor 시험 비행 성공

( The V-280 Valor flew for the first time at Bell Helicopter's Amarillo Assembly Center in Texas(Credit: Bell Helicopter/YouTube) )  앞서 소개드린 V-280 발러가 첫 번째 비행 테스트에 성공했다는 소식입니다. V-22 오스프리의 소형화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 V-280 발러는  미 육군의 차세대 헬기 사업인 Future Vertical Lift (FVL)에 입찰을 시도하는 틸트로터기로 현재 미 육군이 주력으로 사용하는 블랙호크 헬기와 비슷한 체급입니다. 다만 틸트로터기인 만큼 최고 속도나 항속 거리면에서 더 유리합니다. 스펙은 이전 포스트를 참조해 주시기   이전 포스트:  https://blog.naver.com/jjy0501/221115245986  (동영상)   V-280 발러는 틸트로터기의 더 대중화 될 수 있을지를 검증하는 중요한 무대가 될 것입니다. V-22 오스프리의 경우 복잡한 구조로 인해 가격이 너무 비싸져서 사실 미국은 몰라도 그 동맹국에 널리 도입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V-280 역시 가격이 아주 저렴할 것 같지는 않지만, 좀 더 합리적인 대안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만약 성공적인 결과가 나오면 한국을 포함한 미국의 동맹국에서 도입을 검토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입니다.   참고  https://newatlas.com/bell-v-280-valor-maiden-flight/52663/

세상에서 가장 큰 벌

( Wallace's giant bee, the largest known bee species in the world, is four times larger than a European honeybee(Credit: Clay Bolt) ) (Photographer Clay Bolt snaps some of the first-ever shots of Wallace's giant bee in the wild(Credit: Simon Robson)  월리스의 거대 벌 (Wallace’s giant bee)로 알려진 Megachile pluto는 매우 거대한 인도네시아 벌로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말벌과도 경쟁할 수 있는 크기를 지니고 있습니다. 암컷의 경우 몸길이 3.8cm, 날개너비 6.35cm으로 알려진 벌 가운데 가장 거대하지만 수컷의 경우 이보다 작아서 몸길이가 2.3cm 정도입니다. 아무튼 일반 꿀벌의 4배가 넘는 몸길이를 지닌 거대 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메가칠레는 1981년 몇 개의 표본이 발견된 이후 지금까지 추가 발견이 되지 않아 멸종되었다고 보는 과학자들도 있었습니다. 2018년에 eBay에 표본이 나왔지만, 언제 잡힌 것인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사실 이 벌은 1858년 처음 발견된 이후 1981년에야 다시 발견되었을 만큼 찾기 어려운 희귀종입니다. 그런데 시드니 대학과 국제 야생 동물 보호 협회 (Global Wildlife Conservation)의 연구팀이 오랜 수색 끝에 2019년 인도네시아의 오지에서 메가칠레 암컷을 야생 상태에서 발견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메가칠레 암컷은 특이하게도 살아있는 흰개미 둥지가 있는 나무에 둥지를 만들고 살아갑니다. 이들의 거대한 턱은 나무의 수지를 모아 둥지를 짓는데 유리합니다. 하지만 워낙 희귀종이라 이들의 생태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동영상)...

몸에 철이 많으면 조기 사망 위험도가 높다?

 철분은 인체에 반드시 필요한 미량 원소입니다. 헤모글로빈에 필수적인 물질이기 때문에 철분 부족은 흔히 빈혈을 부르며 반대로 피를 자꾸 잃는 경우에는 철분 부족 현상이 발생합니다. 하지만 철분 수치가 높다는 것은 반드시 좋은 의미는 아닙니다. 모든 일에는 적당한 수준이 있게 마련이고 철 역시 너무 많으면 여러 가지 질병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철 대사에 문제가 생겨 철이 과다하게 축적되는 혈색소증 ( haemochromatosis ) 같은 드문 경우가 아니라도 과도한 철분 섭취나 수혈로 인한 철분 과잉은 건강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높은 철 농도가 수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하버드 대학의 이야스 다글라스( Iyas Daghlas )와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데펜더 길 ( Dipender Gill )은 체내 철 함유량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적 변이와 수명의 관계를 조사했습니다. 연구팀은 48972명의 유전 정보와 혈중 철분 농도, 그리고 기대 수명의 60/90%에서 생존 확률을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유전자로 예측한 혈중 철분 농도가 증가할수록 오래 생존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것이 유전자 자체 때문인지 아니면 높은 혈중/체내 철 농도 때문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높은 혈중 철 농도가 꼭 좋은 뜻이 아니라는 것을 시사하는 결과입니다.   연구팀은 이 데이터를 근거로 건강한 사람이 영양제나 종합 비타민제를 통해 과도한 철분을 섭취할 이유는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어쩌면 높은 철 농도가 조기 사망 위험도를 높일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임산부나 빈혈 환자 등 진짜 철분이 필요한 사람들까지 철분 섭취를 꺼릴 필요가 없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연구 내용은 정상보다 높은 혈중 철농도가 오래 유지되는 경우를 가정한 것으로 본래 철분 부족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낮은 철분 농도와 빈혈이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은 이미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