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면역이 없는 병원체도 이겨내는 개미의 비밀



 (Tawny crazy ant workers tend larvae. Credit: Edward LeBrun /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



(Diagram of the nest array and the simple nest box. In the array, chambers are ordered according to increasing distance from the queen chamber. Tubes were considered part of the chamber that preceded them. Credit: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

라스베리 미친 개미 혹은 황갈색 미친 개미 (tawny crazy ants)는 남미가 원산인 개미로 미국으로 진출한 후 이름처럼 미친듯이 생태계로 침투해 토종 개미와 생물, 그리고 인간에게 피해를 입히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이 황갈색 미친 개미를 억제하기 위해 연구를 하던 중 이 개미가 토종 개미들은 면역을 지닌 미포자충류 (microsporidian, 동물 세포에 기생하는 단세포 진핵 생물의 일종) 에 취약하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천적이 없는 새로운 환경에서 개체수를 크게 늘린 외래 침입종이지만, 대신 토종 병원체에 대한 면역은 없었던 것입니다.

과학자들은 바로 이 개미 미포자충류를 황갈색 미친 개미를 퇴치하는데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실험실에서와 달리 실제 환경에서 황갈색 미친 개미는 생각보다 병원체를 잘 이겨냈습니다.

텍사스 대학 오스틴 캠퍼스의 에드워드 르브런 (Edward LeBrun, a research scientist in UT Austin)과 동료들은 그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연구팀은 실제 개미굴의 환경과 실험실 환경이 그 차이를 만든다고 보고 두 가지 형태의 실험 조건에서 미포자충류 감염률을 비교했습니다.

첫 번째 조건은 진짜 개미굴처럼 여러 개의 방이 있고 감염된 개미가 피할 수 있는 공간에 있는 실험실이었고 두 번째는 단순한 구조의 방에 개미를 둔 것이었습니다. 연구 결과 회피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 경우 감염된 개미는 가능한 외곽에 머무르면서 다른 개미와의 접촉을 피해 감염에서 스스로를 격리했습니다.

이와 같은 개미의 자가 격리 기술은 사실 다른 개미에서도 발견되는 행동입니다. 이런 자체 전염병 격리 기술이 있기 때문에 유전적으로 동일한 개체들이 어둡고 좁은 개미굴에 모여 살고 있는데도 전염병이 쉽게 전파되지 않는 것입니다.

황갈색 미친 개미는 전염병에 감염된 경우 스스로 인지해서 여왕 및 알과 애벌레가 있는 군집 핵심 부위에서 스스로 멀어진 후 가장자리에서 다른 개체와 접촉을 피하고 시체를 치우는 등 감염 위험이

큰 임무만 담당했습니다. 덕분에 개미 입장에서는 신종 전염병인 미포자충류 감염을 이겨낸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철저한 자가 격리는 마치 코로나 19 당시의 격리를 보는 듯 합니다. 다만 그렇기 때문에 감염된 개미를 군집 중심에 대량으로 넣지 않는 이상 미포자충류를 이용한 개체 수 조절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외래 침입종을 쉽게 제거하려는 입장에서는 아쉬운 일이지만, 이 역시 사회적 곤충으로서 개미의 놀라운 성공 비결 중 하나일 것입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5-11-destroying-crazy-ant-vulnerable-pathogens.html

Edward G. LeBrun et al, Social immunity in a supercolonial invasive ant: Nest structure confers immune function, Journal of Animal Ecology (2025). DOI: 10.1111/1365-2656.70171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100 테슬라급 자기장 도달

 미국의 로스 알라모스 국립 연구소 (Los Alamos National Laboratory) 에서 과학자들이 지금까지 인간이 개발한 가장 강력한 자기장을 발생시키는 장치 개발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자기장의 세기를 나타내는 방법으로 자기력선의 밀도를 나타내기 위해 단위 면적당 자기력선의 수를 표시하는 단위인 테슬라 (T) 가 있습니다. (1T = 1Wb/㎡  웨버 (Wb) 는 자속의 단위)   의료용으로 사용되는 초전도체를 이용한 MRI 의 경우 1.5 - 3 테슬라급의 강력한 자기장으로 인체 내부를 볼 수 있게 만들지만 과학 연구용으로 이보다 더 강력한 자기장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 등장한 90 테슬라급 자기장에 이어 이번에 로스 알라모스 국립 연구소에서는 100 테슬라급인 100.75 T 를 실현 했다고 합니다.   이를 구현한 것은 18000 파운드 (8.16 톤 정도) 의 코일과 여기에 에너지를 공급할 1200 메가줄 (Megajoule) 급 모터 제네레이터등의 설비입니다.  (   The 1,200-megajoule motor generator that powers the magnetic pulse.  )  이와 같은 연구를 통해 알아내고자 하는 것은  Quantum Phase transitions and new ultra high field magnetic states Electronic Structure determination Topologically protected states of matter  로 요약할 수 있다고 합니다.   아무튼 수 T 급 MRI 만 해도 자기장의 힘이 엄청난데 100 T 라니 엄청난 자기장이네요. 이는 지구 자기장 세기보다 200만배 강력한 (물론 좁은 범위에서 작용하는 자기장이라 지구 전체...

고대 양서류 이야기 (2) - 악어를 닮은 거대 양서류들

  페름기에는 다양한 양막류가 진화해서 앞서 소개한 육상형 템노스폰딜리는 점차 설 자리를 잃게 됩니다. 하지만 양서류는 본래 자신의 서식지인 물과 습지에서 여전히 번성을 누렸습니다. 당시에는 악어류 같은 대형 양서형 파충류도 없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이와 비슷한 생태학적 지위는 여전히 양서류의 몫이었습니다. 이들에 대한 이야기는 제 책인 포식자에서 비교적 간단히 다뤘는데, 오늘은 여기에 대한 보충 설명입니다.  책 정보: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3347200 Yes 24:  http://www.yes24.com/24/goods/58772859 11번가:  http://books.11st.co.kr/product/SellerProductDetail.tmall?method=getSellerProductDetail&prdNo=1977867160 알라딘: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34877825 교보문고:  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ejkGb=KOR&mallGb=KOR&barcode=9788970447988&orderClick=LAG&Kc= 인터파크 :  http://book.interpark.com/product/BookDisplay.do?_method=detail&sc.prdNo=279593764&sc.saNo=003002003&bid1=search_auto&bid2=detail&bid3=prd_img&bid4=001 영풍문고:  http://www.ypbooks.co.kr/book.yp?bookcd=100843205&gubun=NV ...

이빨이 다시 진화한 개구리

  ( CT scans of Gastrotheca guentheri skulls revealed what appeared to be identical rows of teeth on both the upper and lower jaws, which researchers later confirmed through dissection. Credit: Florida Museum/Daniel Paluh )  개구리는 2억년 전 진화 과정에서 이빨을 잃어버리고 큰 턱과 혀를 이용해 곤충 같은 작은 먹이를 잡아 먹는 방향으로 진화했습니다. 파충류나 포유류 같은 다른 사지류와의 경쟁에서 밀려 양서류가 쇠퇴하고 멸종하던 시기에도 개구리는 여전히 생존할 수 있었던 비결입니다.   이빨이 없는 덕분에 큰 혀를 발사하기 편해졌을지는 모르지만, 이빨이 없으면 종종 불편할 때가 있습니다. 씹는 대신 삼키기 때문에 음식을 씹을 수 없다는 점은 문제되지 않지만, 필사적으로 달아나려는 먹이를 잡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일부 개구리는 이빨 같이 보이는 엄니 (fang)을 지니고 있으나 이는 사라진 이빨이 다시 난 것이 아니라 다른 부분이 진화한 것입니다.   이는 돌로의 법칙 ( Dollo's Law )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진화 과정에서 퇴화한 부분이 다시 생겨나지 않으며 대신 필요하면 다른 부분이 진화해 그 역할을 대신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아가미가 사라진 사지 동물은 다시 물에 들어온다고 해도 아가미가 다시 생기진 않습니다. 대신 고래처럼 폐가 커져서 그 기능을 대신하게 됩니다.   하지만 모든 법칙엔 예외가 있기 마련입니다. 남미에서 발견된 멸종 위기 개구리 중 하나인 구엔터 유대류 개구리 ( Gastrotheca guentheri, Guenther's marsupial frog, dentate marsupial frog)는 완전한 형태의 이빨을 지니고 있습니다. 참고로 유대류 개구리라는 명칭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