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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생제로 장내 미생물을 장수 미생물로 바꾼다?



 (New research finds that low doses of the antibiotic cephalordine induces the cps operon in bacteria, visualized in red. This operon is responsible for synthesizing colanic acids, resulting in attenuation of age-related metabolic changes. Credit: Meng Wang)




(A low dose of cephaloridine up-regulates colanic acid (CA) biosynthesis operon in the mouse gut microbiota. Credit: PLOS Biology (2025). DOI: 10.1371/journal.pbio.3002749)

우리 장 안에는 우리 몸의 세포 숫자보다 많은 장내 미생물이 살고 있습니다. 이들은 인간이 분해시키지 못하는 식이섬유를 분해해 자신이 살아가는 영양분을 만들고 또 인간에게도 필요한 물질을 제공하는 공생 관계입니다. 그런데 장내 미생물은 여러 가지 외부적 요인에 의해 바뀔 수 있습니다. 가장 크게 영향을 주는 것은 평소 먹는 음식이지만, 종종 복용하게 되는 항생제 역시 영향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장기간 항생제를 복용하는 경우 장염이나 설사 같은 증상이 생기는 이유입니다.

따라서 보통 항생제는 장내 미생무렝 나쁜 물질로 생각되지만, 과학자들은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사실 항생제의 대부분은 사람이 아니라 가축에 사용되는데, 감염을 예방하려는 목적도 있지만 항생제를 사용하면 가축이 더 잘 자라거나 생산물이 많아지는 장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항생제가 장내 미생물 환경을 바꿔 특정 미생물이 더 우세한 위치를 차지하게 만들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하워드 휴이 의학 연구소의 멩 왕 (Meng Wang, Howard Hughes Medical Institute)이 이끄는 연구팀은 가축에 사용되는 항생제 가운데 하나인 세팔로리딘 (cephaloridine)의 효과를 연구했습니다. 세팔로리딘은 과거 임질 치료 등에 사용했던 항생제인데, 먹어서는 잘 흡수가 되지 않아 주사로만 투여해야 했고 부작용이 있어 현재는 가축에만 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연구팀은 세팔로리딘이 대장균에서 콜라닉산 (colanic acid)의 생산을 촉진한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콜라닉산은 숙주 동물에서 콜레스테롤 수치를 좋게 만들고 노화와 관련된 대사산물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세팔로리딘을 회충 (roundworm)에 투여한 결과 실제로 수명이 30% 정도 증가했고 쥐에 투여한 결과 노화 관련된 대사 인자를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람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올지는 임상 연구를 통해 검증해야 하는 부분이지만, 항생제를 통해 장내 미생물 환경을 바꾼다면 세팔로리딘 같이 먹어서는 흡수가 되지 않는 항생제가 오히려 더 유리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장기적인 효과와 안전성에 대해 연구하고 검증하는 일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당장에는 장시간 항생제 복용은 부작용보다 치료 이득이 더 크다고 확신할 수 있을 때가 아니면 자제해야 할 것입니다. 아무튼 광고에서는 유산균 제재가 만능인 것처럼 나오지만, 실제로는 항생제가 답이 될 수 있다는 접근이 신선한 것 같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5-11-gut-microbiome-longevity-factory.html

https://newatlas.com/aging/antibiotic-longevity-microbiome/

Guo Hu et al, Chemical modulation of gut bacterial metabolism induces colanic acid and extends the lifespan of nematode and mammalian hosts, PLOS Biology (2025). DOI: 10.1371/journal.pbio.3002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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