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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음파를 사용하는 나방은 생각보다 흔하다

 




 나방은 하찮은 곤충처럼 여겨지지만, 사실 가장 다양하고 종류가 다양한 곤충 중 하나입니다. 사실 곤충강 나비목에 속하는 곤충 중 나비류를 제외한 곤충을 부르는 다소 광범위한 명칭이기 때문에 계통분류학상으로 정확한 분류는 아닙니다. 대신 적어도 16만 종이 넘는 거대한 곤충 그룹을 묶어서 단순하게 부르는 것 뿐입니다. 



 이렇게 다양한 종류가 있는 만큼 세상에는 별의별 나방이 존재하지만, 가장 놀라운 존재는 바로 초음파 재밍을 하는 나방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주로 야간에 활동하는 나방들은 역시 야행성인 박쥐의 중요한 먹이입니다. 그런 만큼 나방과 박쥐는 수천 만년 동안 서로 진화적 군비 경쟁을 지속해왔습니다. 그 결과 박쥐의 초음파 탐지 기술과 초음파 탐지를 피하는 나방의 회피 기술은 서로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초음파 신호를 방해하는 재밍 기술도 그 중 하나입니다. 



 이전 포스트: https://blog.naver.com/jjy0501/220354584276


                https://blog.naver.com/jjy0501/100191381242



 과학자들은 일부 나방들이 자체 초음파 생성 기관을 만들어 박쥐의 초음파 신호를 교란시킬 뿐 아니라 다른 나방들에게 경고하는 신호를 보낸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여기에 초음파 신호를 산란시키는 구조물이나 흡음 소재로 몸을 덮은 나방도 존재합니다. 인류의 최신 스텔스 기술과 카운터 스텔스 기술이 이미 나방과 박쥐에서는 오래전부터 존재했던 셈입니다. 



  미국 아이디호에 있는 보이시 대학의 제시 바버 교수  (Jesse Barber, a biology professor at Boise State University)가 이끄는 연구팀은 수천 종의 나방에서 얻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런 초음파 기술이 나방에서 극히 드문 일부 사례가 아니라 생각보다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기술이라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초음파를 생성하는 기관이 각기 달리 공통 조상에서 비롯된 특징이 아니라 각기 독립적으로 획득한 초음파 생성 능력이라는 것입니다. 



 연구팀에 따르면 복부에 있는 비늘을 비비는 종류에서 날개를 이용해 소리를 내는 나방, 그리고 별도의 울림판을 진화시킨 나방, 심지어 생식기의 일부를 변형해 초음파를 만드는 나방 등 초음파를 만드는 수단도 매우 다양했습니다. 연구팀은 적어도 초음파 재밍 기술이 6번 이상 나방에서 독립적으로 진화했으며 음파 신호를 이용한 경고도 10회 이상 독자 진화한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연구팀이 조사한 252속의 나방 중 무려 52속의 나방이 박쥐 재밍 초음파를 사용했는데, 이는 초음파 재밍이 생각보다 흔한 기술이라는 점을 의미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치 못했던 부분이지만, 나방은 기분 나쁘게 생긴 야행성 곤충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지구상에서 가장 진보된 음파 재밍 기술을 지닌 최첨단 하이테크 곤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2-07-moths-ultrasound-defend.html


 Jesse R. Barber et al, Anti-bat ultrasound production in moths is globally and phylogenetically widespread,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2022). DOI: 10.1073/pnas.2117485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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