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포유류의 조상이 온혈성을 획득한 건 2억 3300만년 전


 

(A warm-blooded mammal ancestor breathing out hot hair in a frigid night. Credit: Luzia Soares)





(Size differences between inner ears (in grey) of warm-blooded (on the left) and cold-blooded (on the right) mammal ancestors. Inner ears are compared for animals of similar body sizes. Credit: Romain David and Ricardo Araújo)



 포유류와 그 조상들이 구체적으로 언제 온혈 혹은 내온성 (Endothermy, warm-bloodedness) 능력을 갖췄는지는 오랜 논쟁의 대상이었습니다. 아마도 상당히 오래전 온혈성을 획득했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화석상의 기록으로 남는 능력이 아니라 정확한 시점을 판단하기 어려웠습니다. 



 리스본 대학의 리카르도 아라우조 박사 (Dr. Ricardo Araújo (University of Lisbon))와 파리 자연사 박물관의 로메인 데이빗 박시 (Dr. Romain David (Natural History Museum of Paris))가 이끄는 국제 과학자 팀은 의외의 화석에서 중요한 단서를 발견했습니다. 바로 내이에 있는 세반고리관 화석입니다. 



 세반고리관은 내부에 있는 액체의 흐름을 감지해서 몸의 3차원적인 움직임과 회전을 인지하는 기관입니다. 작지만 우리 몸의 균형을 맞추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연구팀은 세반고리관 내부에 액체의 점도가 체온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체온이 높을 수록 점도가 줄어들기 때문에 액체가 쉽게 움직입니다. 따라서 갑자기 세반고리관의 형태와 크기가 변하는 시점에서 체온이 올라갔다고 파악할 수 있습니다. 



 연구팀은 포유류의 오랜 조상등의 내이 화석을 연대별로 조사해 그 시점이 2억 3300만년 전이라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수궁류 같은 아주 원시적인 포유류의 조상이 태어난 시점에는 완전한 온혈동물이 아니다가 트라이아스기에 온혈성을 획득한 것입니다. 내온성의 획득은 포유류의 진화 전 그 조상에서 이뤄진 셈입니다. 

 


 하지만 이것으로 궁금증이 모두 풀린 것은 아닙니다. 연구팀은 세반고리관의 변화가 수천 만 년에 걸쳐 일어난 것이 아니라 불과 100만 년 이내의 짧은 시간 동안 급격히 이뤄졌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예상보다 갑자기 온혈동물이 된 것입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짧은 시간에 이뤄졌는지 알기 위해 앞으로 많은 연구가 필요합니다. 



 아무튼 생각지 못한 참신한 아이디어로 돌파구를 마련한 연구라는 생각이 듭니다. 연구자로써 부러운 부분입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2-07-mammals-warm-blooded.html



Ricardo Araújo, Inner ear biomechanics reveals the Late Triassic origin of mammalian endothermy, Nature (2022). DOI: 10.1038/s41586-022-04963-z. www.nature.com/articles/s41586-022-04963-z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세상에서 가장 큰 벌

( Wallace's giant bee, the largest known bee species in the world, is four times larger than a European honeybee(Credit: Clay Bolt) ) (Photographer Clay Bolt snaps some of the first-ever shots of Wallace's giant bee in the wild(Credit: Simon Robson)  월리스의 거대 벌 (Wallace’s giant bee)로 알려진 Megachile pluto는 매우 거대한 인도네시아 벌로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말벌과도 경쟁할 수 있는 크기를 지니고 있습니다. 암컷의 경우 몸길이 3.8cm, 날개너비 6.35cm으로 알려진 벌 가운데 가장 거대하지만 수컷의 경우 이보다 작아서 몸길이가 2.3cm 정도입니다. 아무튼 일반 꿀벌의 4배가 넘는 몸길이를 지닌 거대 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메가칠레는 1981년 몇 개의 표본이 발견된 이후 지금까지 추가 발견이 되지 않아 멸종되었다고 보는 과학자들도 있었습니다. 2018년에 eBay에 표본이 나왔지만, 언제 잡힌 것인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사실 이 벌은 1858년 처음 발견된 이후 1981년에야 다시 발견되었을 만큼 찾기 어려운 희귀종입니다. 그런데 시드니 대학과 국제 야생 동물 보호 협회 (Global Wildlife Conservation)의 연구팀이 오랜 수색 끝에 2019년 인도네시아의 오지에서 메가칠레 암컷을 야생 상태에서 발견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메가칠레 암컷은 특이하게도 살아있는 흰개미 둥지가 있는 나무에 둥지를 만들고 살아갑니다. 이들의 거대한 턱은 나무의 수지를 모아 둥지를 짓는데 유리합니다. 하지만 워낙 희귀종이라 이들의 생태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동영상)...

몸에 철이 많으면 조기 사망 위험도가 높다?

 철분은 인체에 반드시 필요한 미량 원소입니다. 헤모글로빈에 필수적인 물질이기 때문에 철분 부족은 흔히 빈혈을 부르며 반대로 피를 자꾸 잃는 경우에는 철분 부족 현상이 발생합니다. 하지만 철분 수치가 높다는 것은 반드시 좋은 의미는 아닙니다. 모든 일에는 적당한 수준이 있게 마련이고 철 역시 너무 많으면 여러 가지 질병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철 대사에 문제가 생겨 철이 과다하게 축적되는 혈색소증 ( haemochromatosis ) 같은 드문 경우가 아니라도 과도한 철분 섭취나 수혈로 인한 철분 과잉은 건강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높은 철 농도가 수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하버드 대학의 이야스 다글라스( Iyas Daghlas )와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데펜더 길 ( Dipender Gill )은 체내 철 함유량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적 변이와 수명의 관계를 조사했습니다. 연구팀은 48972명의 유전 정보와 혈중 철분 농도, 그리고 기대 수명의 60/90%에서 생존 확률을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유전자로 예측한 혈중 철분 농도가 증가할수록 오래 생존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것이 유전자 자체 때문인지 아니면 높은 혈중/체내 철 농도 때문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높은 혈중 철 농도가 꼭 좋은 뜻이 아니라는 것을 시사하는 결과입니다.   연구팀은 이 데이터를 근거로 건강한 사람이 영양제나 종합 비타민제를 통해 과도한 철분을 섭취할 이유는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어쩌면 높은 철 농도가 조기 사망 위험도를 높일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임산부나 빈혈 환자 등 진짜 철분이 필요한 사람들까지 철분 섭취를 꺼릴 필요가 없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연구 내용은 정상보다 높은 혈중 철농도가 오래 유지되는 경우를 가정한 것으로 본래 철분 부족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낮은 철분 농도와 빈혈이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은 이미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철...

사막에서 식물을 재배하는 온실 Ecodome

 지구 기후가 변해가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비가 더 많이 내리지만 반대로 비가 적게 내리는 지역도 생기고 있습니다. 일부 아프리카 개도국에서는 이에 더해서 인구 증가로 인해 식량과 물이 모두 크게 부족한 현상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가지 아이디어들이 나오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사막 온실입니다.   사막에 온실을 건설한다는 아이디어는 이상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사막 온실이 식물재배를 위해서 시도되고 있습니다. 사막 온실의 아이디어는 낮과 밤의 일교차가 큰 사막 환경에서 작물을 재배함과 동시에 물이 증발해서 사라지는 것을 막는데 그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사막화가 진행 중인 에티오피아의 곤다르 대학( University of Gondar's Faculty of Agriculture )의 연구자들은 사막 온실과 이슬을 모으는 장치를 결합한 독특한 사막 온실을 공개했습니다. 이들은 이를 에코돔( Ecodome )이라고 명명했는데, 아직 프로토타입을 건설한 것은 아니지만 그 컨셉을 공개하고 개발에 착수했다고 합니다.   원리는 간단합니다. 사막에 건설된 온실안에서 작물을 키움니다. 이 작물은 광합성을 하면서 수증기를 밖으로 내보네게 되지만, 온실 때문에 이 수증기를 달아나지 못하고 갖히게 됩니다. 밤이 되면 이 수증기는 다시 응결됩니다. 그리고 동시에 에코돔의 가장 위에 있는 부분이 열리면서 여기로 찬 공기가 들어와 외부 공기에 있는 수증기가 응결되어 에코돔 내부로 들어옵니다. 그렇게 얻은 물은 식수는 물론 식물 재배 모두에 사용 가능합니다.  (에코돔의 컨셉.  출처 : Roots Up)   (동영상)   이 컨셉은 마치 사막 온실과 이슬을 모으는 담수 장치를 합쳐놓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물론 실제로도 잘 작동할지는 직접 테스트를 해봐야 알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