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우주 이야기 259 - 트랜스포머 펄서



 2013 년 6월말 나사의 페르미 감마선 우주 망원경 (NASA's Fermi Gamma-ray Space Telescope) 는 매우 기묘한 펄서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펄서는 중성자별이 매우 빠른 속도로 자전하면서 일정한 간격으로 전파를 내놓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마치 이는 깜빡이는 신호 같은데 특히 신호가 밀리세컨드 수준인 펄서는 밀리세컨드 펄서라고 부릅니다. 


 지구에서 약 4400 광년 떨어진 AY Sextantis​ 라고 불리는 쌍성계는 1.7 밀리세컨드 펄서 PSR J1023+0038 와 태양 질량의 1/5 정도 되는 작은 별 하나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펄서와 함께 공전하는 별치곤 작은 동반성은 4.8 시간 마다 한번씩 펄서 주변을 공전하는데 상당히 많은 물질을 펄서에 빼앗기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위치가 너무 가깝기 때문이죠. 그리고 이렇게 빨려 들어간 물질은 중성자별의 자전 속도를 더 빠르게 해 이렇게 빠른 속도로 자전하는 펄서를 만든 것으로 생각됩니다. 


 여기까지는 그다지 놀라울 게 없는 이야긴데 페르미가 발견한 놀라운 사실은 그 다음입니다. 이 펄서가 평상시에는 평범한 전파를 방출하다가 갑자기 훨씬 높은 에너지인 감마선과 X 선을 방출하는 것이 관측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는 이전의 펄서에서는 좀처럼 발견하기 힘든 일이었습니다. 여러 과학자들이 이 신기한 반응을 연구하기 위해서 협력했고 가장 설득력 있는 가설이 제시되었습니다. 




(위는 펄서의 강력한 에너지 방출에 의해서 동반성의 가스가 접근하지 못하는 평상시의 모습이고 아래는 가스가 한꺼번에 들어가서 펄서 주위의 강착 원반을 만드는 과정. 강착 원반과 더불어 여기에 수직으로 강력한 제트가 발생 These artist's renderings show one model of pulsar J1023 before (top) and after (bottom) its radio beacon (green) vanished. Normally, the pulsar's wind staves off the companion's gas stream. When the stream surges, an accretion disk forms and gamma-ray particle jets (magenta) obscure the radio beam.
Image Credit: NASA's Goddard Space Flight Center ) 




(동영상  Zoom into an artist's concept of AY Sextantis, a binary star system whose pulsar switched from radio emissions to high-energy gamma rays in 2013. This transition likely means the pulsar's spin-up process is nearing its end.)


 평상시 펄서와 작은 동반성은 서로 가까이서 공전하지만 펄서에서 방출되는 강력한 자기장과 에너지로 인해 동반성에서 나오는 가스는 펄서에 접근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어떤 알 수 없는 이유로 동반성의 가스가 넘처서 흘러가면 펄서 주변에는 가스가 모여 강착 원반 (accretion disk) 이 형성됩니다. 그리고 좁은 면적에 가스가 모이면 모두 중성자별로 흘러들어가지 못하고 제트의 형태로 양축으로 분출되기에 이릅니다. 이 과정은 블랙홀에서 이미 여러번 설명했기 때문에 여기서는 부연설명을 생략합니다. 


 아무튼 이렇게 되면 강착원반과 제트에서는 엄청난 고열이 발생하고 여기서는 감마선이나 X 선 같이 매우 높은 에너지에서 나오는 전자기파가 방출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다시 시간이 지나면 강착 원반이 흡수되어 사라지고 본래의 상태로 돌아가 다시 정상적인 펄서가 됩니다. 


 이 과정이 중요한 이유는 밀리세컨드 펄서 같은 매우 빠른 속도로 자전하는 펄서의 생성 메카니즘에 대한 단서를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밀리세컨드 펄서가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아마도 동반성에서 가스를 흡수하면 그 각운동량이 중성자별에 전해지면서 더 자전속도가 빨라지는 것이 원인이라는 가설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이번 발견은 이와 같은 가설을 지지해 주는 것입니다. 


 사실 이 발견 이전에 19000 광년 떨어진 구상 성단 M28 에서도  PSR J1824-2452I  이라는 펄서에서 3/4 월에 갑자기 X 선이 급격히 증가한 후 5월초에 감소해 다시 펄서의 상태로 돌아간 적이 있었습니다. 이 역시 비슷한 경우가 아닐지 과학자들은 의심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트랜스포머 내지는 변신 펄서라고 부를 만한 결과가 아닐 수 없겠습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s:
  1. B. W. Stappers, A. M. Archibald, J. W. T. Hessels, C. G. Bassa, S. Bogdanov, G. H. Janssen, V. M. Kaspi, A. G. Lyne, A. Patruno, S. Tendulkar, A. B. Hill, T. Glanzman. A State Change in the Missing Link Binary Pulsar System PSR J1023 0038. The Astrophysical Journal, 2014; 790 (1): 39 DOI: 10.1088/0004-637X/790/1/39
  2. A. M. Archibald, I. H. Stairs, S. M. Ransom, V. M. Kaspi, V. I. Kondratiev, D. R. Lorimer, M. A. McLaughlin, J. Boyles, J. W. T. Hessels, R. Lynch, J. van Leeuwen, M. S. E. Roberts, F. Jenet, D. J. Champion, R. Rosen, B. N. Barlow, B. H. Dunlap, R. A. Remillard. A Radio Pulsar/X-ray Binary Link. Science, 2009; 324 (5933): 1411 DOI: 10.1126/science.1172740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