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기후 이야기를 꺼냈는데 제가 신혼 여행 가기 직전에 이전에 12 월 쯤 발리로 가셨던 어떤 분의 이야기를 들었었습니다. 당시 그 분은 그 때 발리가 우기라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갔는데 계속해서 비바람이 불어 닥쳐서 할 게 별로 없었다고 회고를 하시더군요.
여행사에서 씨푸드 뷔페를 해안가에 차려줬는데 갑자기 비바람이 몰아쳐서 먹지도 못했고 풀빌라에서 촛불 켜놓고 둘만의 저녁 식사 이벤트를 해줬는데 갑자기 비바람이 몰아치면서 불 다꺼지고 숙소 안으로 들어갔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절벽에 있는 원숭이 들이 있는 사원 (아마도 울루와뚜 사원인 것 같은데) 같을 때 큰 개만한 원숭이들이 여행자들의 짐을 빼앗는 걸 보고서 발리에서 느낀 건 공포 뿐이라고 회고를 하셨는데 물론 최악의 경우고 모두가 이러신 건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저희는 날씨가 제일 좋을 때인 7-8월에 갔기 때문에 별 탈 없이 여행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진짜 발리 현지에서 놀랐던 사실은 바로 서울보다 발리가 더 시원하다는 것 ! 그 이유는 바람이 솔솔 불어주기 때문인데 이 시기는 발리에서 바람이 제일 많이 부는 windy season 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발리에 갔을 때 곳곳에서 볼 수 있었던 게 발리 전통 연이었는데, 우리나라 전통 연보다 훨씬 큰 연들이 하늘에 여러개 날아다니고 있더군요. 아무튼 이 시기가 발리 여행을 하기엔 딱인 시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발리는 우리나라에서는 신혼 여행지로 인기가 있는 지역이지만 (물론 요즘은 가족 여행도 적지 않은듯 합니다) 본래 초기 관광지로 개발된 것이 서퍼들에 의한 것이었다고 합니다.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파도가 많이 치는 꾸따 해변에 자리를 잡으면서 1960 - 1970 년대부터 본격적으로 개발이 되었던 것이죠. 현지의 저렴한 물가와 아름다운 해안을 지닌 유리한 조건에다 휴가가 우리보다 훨씬 긴 호주, 미국, 유럽에서 서퍼들이 모여들면서 발리는 해양 스포츠의 천국이 되었다고 합니다.
(발리의 지도)
발리에 오는 외국인 중 상당수는 호주인이라고 하는데 실제로 저희가 있었던 스미냑에는 손님은 백인이고 점원은 발리인인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또 미국에서도 상당수 오는 것 같았습니다. 참고로 발리는 응우라라이 국제 공항이 있는 지역 바로 위가 꾸따로 가장 오래전 관광지로 개발된 지역이며 여기서 위로 해안선을 따라 새롭게 개발 된 지역이 바로 스미냑입니다. 꾸따와 스미냑은 모두 서쪽을 향하고 있어서 여기서는 해가 지는 석양의 바다를 즐길 수 있습니다. 아침이면 쏴 하는 소리와 함께 파도가 치는 것을 볼 수 있죠.
(아침에 나가보면 이렇다는 말씀)
스미냑은 번잡한 꾸따와는 달리 고급 호텔과 리조트들이 중심을 이루고 있는 지역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호텔들이 비교적 비싼 편이지만 도로 사정은 발리의 다른 지역과 비슷하게 열악합니다. 만약 가이드가 붙는 패키지 여행이 아니라면 이동은 택시가 좋을 것 같은 지역입니다.
일단 이야기를 더 진행시키기 전에 몇가지 팁을 더 소개합니다.
1. 발리 현지에서 우리나라에서 쓰던 어댑터를 그대로 사용 가능하다.
발리에서 좋은 점은 다른 고민할 필요 없이 우리나라에서 쓰던 충전기나 어댑터를 그대로 사용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약간 주파수가 다르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사용자 입장에서는 문제 없이 사용이 가능합니다.
2. 발리 현지에서 원화를 환전하는 것은 손해가 크다
발리에서 놀란 점이 있다면 한국돈을 환전하기 힘들고 생각보다 카드를 받지 않는 곳도 많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100 달러와 10 만원은 현재 환율 기준으로 거의 같은 가치를 가집니다. 하지만 발리 현지 환전소에서 환전을 할 경우 전자는 약 100 만 루피아가 되지만 후자는 60 만 루피아에 불과할 수도 있습니다. 이는 직접 경험한 일입니다.
(발리 현지에 있는 공인 환전소. 놀랍게도 10 만원을 60 만 루피아로 바꿔준다. 실제 환율은 10 만원이 111 만 루피아 !!!)
가장 좋은 방법은 국내에서 원화를 루피아로 환전하는 것이지만 대부분 충분한 루피아를 가진 은행 지점이 별로 없습니다. 몇군데 지점을 방문해 보거나 일부 인터넷 뱅킹 환전 서비스가 있는 은행을 이용해 보거나 하는 방법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추천할 만한 간단한 방법이라면 달러화를 잔뜩 챙겨들고 여행을 떠나는 것입니다. 달러화는 비교적 양심적으로 교환해 줍니다. (단 환전시 100 달러 이상 추천)
다만 일부 길거리 환전소는 별도 커미션을 요구하거나 (반드시 노 커미션인지 물어봐야 함) 돈을 바꿔주면서 액수를 슬쩍 속이는 (화폐가 단위가 큰데다 여러가지 버전이 있어서 외국인은 쉽게 헷갈림) 꼼수를 쓰기 때문에 조심해야 합니다. 꾸따에 디스커버리 쇼핑몰에 있는 환전소가 비교적 양심적으로 장사를 하는 것 같긴 했는데 아무튼 루피아화를 충분히 구하지 못했다면 가능하면 달러화라도 많이 들고 가는 것이 유리합니다.
3. 전염병 예방 대책은 ?
발리에는 물론 모기가 살고 있는데 크게 두가지 종류의 열대성 전염병을 옮길 수 있습니다. 첫번째는 말라리아로 한국에도 물론 존재하지만 우리 나라 말라리아는 모두 삼일열 (Plasmodium vivax) 로 별로 심각하지 않은 반면 인도네시아에는 가장 치명적인 열대열 말라리아 (P. falciparum) 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 지역에는 클로로퀸 (Chloroquine) 내성 원충들이 상당수 있어 말라리아 퇴치 운동에 골치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그러면 발리 여행전에 미리미리 말라리아 예방약을 먹어야 할까요. 결론부터 이야기 하면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간단하게 미국 CDC 에서 배포한 2014 년 버전의 Malaria Information and Prophylaxis, by Country 을 봅시다.
여기서 인도네시아는 위험 지역으로 나오지만 대신 우붓이나 다른 발리와 자바의 리조트 지역은 말라리아에서 안전한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None in the cities of Jakarta, Ubud, or resort areas of Bali and Java) 이 지역에서는 말라리아 모기를 퇴치하기 위한 노력이 꽤 진행되었기 때문이죠. 따라서 리조트에만 있는다면 그렇게 걱정할 것은 없습니다.
오히려 또 다른 전염성 질환인 뎅기열이 더 가능성이 있는 감염병이지만 이 역시 리조트 지역에서는 걸릴 가능성이 매우 낮습니다. 따라서 매우 독성과 부작용이 큰 말라리아 예방약은 일반적으로 권유하지 않으며 일부는 태아에게 안전하지 않기 때문에 임신 가능성이 있는 여성에게도 권장하지 않습니다. 이보다는 모기 기피제나 혹은 긴팔 긴바지 등이 더 도움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만약 숲이나 정글 쪽으로 들어가게 된다면)
4. 언어 문제
사실 발리어는 익힐 필요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한 것 같습니다. 여행지에서 만난 발리 사람들 가운데 영어를 한마디도 못하는 사람은 한번도 만난 적이 없습니다. 제 버벅거리는 영어로도 (읽기는 많이 했는데 말하기는 아직 버벅) 의사 소통에 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이 지역의 큰손인 호주계나 혹은 미국 등 다른 서방계 관광객들 덕분인지 다들 영어는 잘 합니다. 참고로 제 와이프는 미국에서 4-5 년간 거주하셔서 영어가 네이티브 수준.... 뭐 그러니 언어 및 의사 소통 문제는 없었다고 봐도 무리가 없겠죠.
5. 교통 문제
만약 패키지 여행을 떠나게 된다면 여행사에서 다 알아서 할 문제이긴 하지만 자유 여행인 경우에는 발리의 교통이 형편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데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입니다. 가까운 거리는 걸어간다 치지만 앞서 이야기 했듯이 발리는 매우 큰 섬입니다. 따라서 장거리 여행을 위해서 이용이 가능한 대중 교통 수단이 있었으면 좋겠지만 현지의 사회 간접 자본은 매우 열악한 것이 사실입니다.
도로는 매우 좁으며 제대로된 교통 안전 시설도 별로 없습니다. 예를 들어 신호등 하나를 보기가 어려울 때도 있습니다. 거기에 현지인들은 자동차보다는 오토바이를 더 선호하기 때문에 거리에는 엄청난수의 오토바이들로 넘처나고 있습니다. 따라서 자유 여행을 가신다면 여행자 보험을 권장드립니다. 그리고 현지에서는 교통사고를 꽤 조심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여기 저기서 튀어나오는 오토바이가 꽤 아슬아슬합니다. 따라서 단기 여행의 경우 그나마 택시가 편리하고 믿을만 한다는 게 중론입니다.
그러나 택시의 경우에 외국인들을 상대로 바가지를 씌우는 형태의 영업을 하는 개인 택시들이 꽤 많다는게 문제입니다. 발리 현지에는 블루버드 그룹에서 운용하는 블루버드 택시와 미터기를 사용하는 미터 택시, 그리고 그냥 미터기 없이 흥정으로 가격을 정하는 택시가 있는데 이 중에서 가장 교육이 잘 되어 있고 미터기에 있는 대로만 요금을 받는 택시가 블루버드 택시 입니다. 그런데 여행자들 사이에서 블루버드 택시가 인기를 끌자 비슷하게 생긴 짝퉁 택시들이 꽤 많이 돌아다닌다고 합니다. (실제로도 그런 것 같았음)
그래서 블루버드 택시를 구별하는 방법을 정리해 주신 분이 있어 저희도 유용하게 사용했습니다. ( http://sudrian.blog.me/60155977579 http://blog.naver.com/clubbali82/10164998214 참조) 한가지 팁이라면 식당이나 호텔의 경우 블루버드 택시를 불러달라고 하면 대개 콜을 해주므로 이를 이용하면 편리합니다. 아무래도 처음에는 분간을 하기 힘듭니다. 참고로 정차해서 기다리는 택시는 대개 아니라고 보시면 됩니다.
6. 입국 및 출국비
한가지 더 주의할 점은 입국시 한명당 35 달러, 출국시 20 만 루피아를 받는다는 사실입니다. 출국시엔 한국돈도 받기는 하는데 환율이 형편없습니다. 따라서 반드시 돈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니면 환율에서 꽤 손해를 보게 됩니다. 참고로 카드는 받지 않으며 무조건 현찰입니다.
여기까지 쓰니까 어느 정도 전달하고 싶은 내용은 전달된 것 같네요 -_-
그러면 본론인 신혼여행 내용은 다음에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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