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물학에서 가장 매력적인 동물을 고른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룡을 선택할 것입니다. 공룡은 지구상에 살았던 동물군 가운데 가장 매력적이고 놀라운 특징들을 가지고 있으며 지금도 해결하지 못한 여러가지 수수께끼를 가지고 있는 생물체입니다. 멸종 동물 가운데 너무나 친숙해서 심지어 학자들 사이의 논란까지 일반 대중의 흥미를 끄는 보기 드문 고대 생물들이죠. 이런 논란 중 유명한 것이 바로 공룡의 깃털일 것입니다.
초기에 일부 소형 수각류 공룡에서 깃털이 발견되자 과학계는 공룡과 조류사이의 밀접한 연관성을 보여주는 증거로써 크게 주목했습니다. 동시에 과연 깃털이 공룡에서 어떤 역할을 했고 어떻게 진화했는지에 대해서 열띤 논쟁이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은 과연 깃털이 언제 진화했는지에 관한 것입니다.
시간이 지날 수록 새로운 화석이 발견된 것은 물론 화석을 분석하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본래 화석화가 힘든 깃털을 가진 공룡의 갯수는 기하 급수적으로 늘어났습니다. 초기에 작은 수각류 공룡에서만 발견되던 깃털은 나중에는 훨씬 큰 크기의 공룡에서도 발견되었으며 생각보다 깃털 공룡이 훨씬 흔했다는 것은 이제 부정할 수 없는 기정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발견 중 가운데 최근 파스칼 고드프로이트 (Pascal Godefroit, a paleontologist at the Royal Belgian Institute of Natural Sciences in Belgium) 와 그의 동료들이 보고한 것만큼 충격적인 것은 아마도 최초의 깃털 공룡 밖에 없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수각류 공룡이 아닌 조반류에 속하는 공룡에서 원시적인 형태의 깃털이 발견되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왜 충격적인지 설명하려면 간단하게 공룡의 분류에 대해서 알아봐야 합니다.
공룡류를 어떻게 분류할 것인지는 조류와의 관계, 그리고 새로운 발견들 때문에 논란의 여지가 있겠지만 전통적인 분류에 따른다면 일단 골반뼈의 형태에 따라서 크게 두 종류로 나누게 됩니다. 첫째는 용반류 (Saurischia) 로 도마뱀을 닮은 골반을 가진 공룡이며 둘째는 조반류 (Ornithischia) 로 새와 비슷한 골반을 가진 공룡입니다.
용반류는 다시 수각류 (Theropoda) 와 용각류 (Sauropodomorpha) 로 나뉘는데 전자는 티라노사우루스 같은 육식 공룡류를 포함하며 조류의 진화와 밀접한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생각되는 깃털공룡류를 다수 포함하고 있습니다. 용각류는 거대한 네발 공룡을 포함한 초식공룡 무리로 역시 공룡 영화의 또 다른 주역입니다.
조반류에 속하는 공룡들은 두발 혹은 네발 초식 공룡으로 조각류 (이구아노돈이나 하드로사우루스 등) , 검룡류 (스테고사우루스등) , 곡룡류 (안킬로사우루스 등), 각룡류 (트리케라톱스 등) , 후두류 (파키케팔로사우루스 등) 등이 여기에 속합니다. 즉 공룡류는 용반목과 조반목으로 나뉘며 용반목에 속하는 수각아목의 공룡들이 조류와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발견된 쿨린다드로메우스 (Kulindadromeus zabaikalicus) 라는 공룡은 수각류가 아니라 용반목에 속하는 공룡입니다. 즉 진화 계통수에서 저 멀리 있는 공룡에서 원시적인 깃털이 발견되었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인 진화 이론을 생각할 때 이것은 용반목과 조반목의 공통 조상에서 깃털이 유래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즉 모든 공룡이 깃털이나 혹은 원시적인 형태의 깃털 비슷한 것을 가졌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것입니다.
(쿨린다강의 뛰는 공룡이라는 뜻의 K. zabaikalicus 의 복원도 This illustration of Kulindadromeus zabaikalicus, a newfound feathered dinosaur, shows it in its natural environment. ILLUSTRATION BY ANDREY ATUCHIN)
(Feathers More Widespread Among Dinosaurs)
과학자들은 용반목과 조반목의 공룡들이 공통 조상에서 분리된 것이 2 억년 이전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번에 발견된 K. zabaikalicus 의 의미는 적지 않습니다. 이 공룡 자체는 1억 7500 만년전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진화 계통수를 고려했을 때 훨씬 이전에 공룡의 공통 조상이 (그리고 물론 조류의 조상이기도 하겠죠) 깃털의 전단계를 진화시켰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K. zabaikalicus 은 그 몸통과 머리, 흉부에 필라멘트와 같은 구조물을 가지고 있으며 팔과 다리에는 좀더 깃털 같은 구조물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 관점에서 보면 깃털 공룡이라기 보단 털이 있는 공룡 같은 느낌을 줄 수도 있는데 아무튼 일부 구조물은 원시적인 형태의 깃털을 시사하는 것이었습니다.
과연 모든 공룡이 깃털이나 혹은 털을 가지고 있었을까요 ? 어쩌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초기에는 필요했는데 진화 과정에서 깃털이나 털을 버린 녀석들도 있을 수 있으니 말이죠. 다만 이 발견 이후 더 많은 종류의 공룡에서 비슷한 것이 발견된다면 공룡과 깃털의 진화에 대해서 우리는 기존의 생각을 바꿔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연구는 사이언스에 실렸습니다.
참고
Pascal Godefroit, Sofia M. Sinitsa, Danielle Dhouailly, Yuri L. Bolotsky, Alexander V. Sizov, Maria E. McNamara, Michael J. Benton & Paul Spagna, 2014, "A Jurassic ornithischian dinosaur from Siberia with both feathers and scales", Science 345(6195): 45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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