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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 염색체의 기원



 인간을 비롯한 포유류에서 성을 결정하는 유전자는 X, Y 염색체 입니다. 수컷이 될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은 Y 염색체라고 할 수 있는데 (XX 는 암컷, XY 는 수컷) 그 기원은 아마도 X 염색체일 것으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보통 생물의 진화라는 것은 없는 것을 완전히 새롭게 창조하는 경우는 드물게 일어나며 그보다 흔하게 발생하는 것은 이전에 있던 것을 다른 용도로 변형시키는 경우입니다. Y 염색체 역시 성분화에 필요한 유전자들이 모인 X 염색체의 변형을 통해 진화한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까지도 우리가 모르는 부분들이 다수 존재합니다.  


 대표적으로 과연 언제 현재와 같은 XY 염색체 시스템이 도입되었는지는 과학자마다 의견이 다소 엊갈리고 있습니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Y 염색체의 기원은 포유류의 기원만큼이나 오랜 3 억년 전이라는 이론이 대세였으나, 오리너구리 같이 원시적인 포유류를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는 이보다 더 이른 1억 6000 - 1억 8000 만년전에 X 염색체를 바탕으로 Y 염색체가 진화하기 시작했다는 가설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약간 옆으로 새는 이야기 같지만, 그렇다면 과거에는 X 염색체 두개만 있는데 수컷이 어떻게 생길 수 있는지 반문을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현재의 많은 변온 척추동물들이 그 단서가 될 수 있습니다. 사실 포유류는 일단 난자와 정자가 만나 수정란 상태에서 암컷이나 수컷으로 한번 성이 결정되면 바꿀 수가 없지만 이것은 동물계에서 일반적인 현상이 아닙니다.  


 수많은 동식물들이 염색체 안에 암수 성을 결정하는데 필요한 유전자를 모두 가지고 었어서 암컷이 수컷으로 변하거나 (protogyny) 반대로 수컷이 암컷으로 변할 (protandry)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영화 니모를 찾아서의 주인공인 흰동가리 (Crownfish, Amphiprioninae 아과의 어류) 의 경우 태어날 때는 모두 수컷이지만 무리에서 가장 큰 녀석은 암컷이 되며 이 암컷이 죽으면 다른 수컷이 암컷으로 변하게 됩니다. 이는 protandry 의 예이며 이런 식의 성전환을 Sequential hermaphrodites 이라고 부릅니다.  


 반면 많은 파충류는 무성 생식이 가능합니다. 또 파충류 중에서 많은 종들은 알이 부화하는 온도에 따라 암수가 결정되는 온도 성결정 (Temperature-dependent sex determination (TSD)) 이란 현상이 일어납니다. 이런일들이 가능하다는 것은 염색체 내에 암수로 분화하는데 필요한 유전자를 모두 다 가지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정자와 난자가 만날 때 염색체 조합에 의해 성이 결정되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이점을 고려할 때 아마도 포유류의 조상은 다른 척추동물과 마찬가지로 암수로 분화하는데 필요한 모든 유전자를 가지고 있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XY 성결정 방식을 진화시킨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도 수컷으로 분화하는데 필요한 유전자를 지닌 X 염색체가 Y 염색체의 시작인 것 같지만 그 최초 진화나 이렇게 진화한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모르는 부분이 많습니다. 



(인간의 염색체. 22 쌍의 유전자는 상염색체이며 XY 만 성염색체임. Courtesy: National Human Genome Research Institute ) 


 최근 스위스 생물정보학 연구기관의 핸드릭 캐스만 교수 (Henrik Kaessmann, Associate Professor at the CIG (UNIL) and group leader at the SIB Swiss Institute of Bioinformatics) 및 스위스와 오스트리아의 합동 연구팀은 포유류의 큰 3 가지 그룹 (태반류, 유대류, 단공류) 에 속한 15 종의 생물에서 Y 염색체를 분리해서 시퀀싱했씁니다. (그리고 추가로 비교를 위해 닭의 Y 염색체를 분석) 


 여러 종의 동물의 Y 염색체를 분석하는 작업은 상당한 수준의 데이터 처리를 요구하는 작업이었다고 합니다. 이들은 43 억 유전자 시퀀싱을 진행한 끝에 (무려 29500 시간의 computing hour 가 소모되었다고 함) Y 염색체의 진화가 시작된 것이 아마도 1억 8000 만년전이 아닌가 하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서로 다른 포유류의 Y 염색체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차이가 벌어지는 생물학적 분자 시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서로 비교를 통해서 얼마나 오래 전에 공통 조상에서 분리되었는지를 추정할 수 있습니다. 이에 의하면 최초의 단공류 (monotremes, 오리너구리처럼 알을 낳는 가장 원시적 포유류) 가 공통 조상에서 분리된 것은 1 억 7500 만년전 이었던 것 같다고 합니다. 


 앞으로 Y 염색체의 진화에 대해서는 연구할 부분이 많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왜 이런 방식의 성결정 방식을 택했는지, 그리고 실제로 포유류의 공통 조상이 가지고 있었던 성결정 방식은 어떤 것인지에 대한 의문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 연구는 Nature 에 실렸습니다.  



Journal Reference:
  1. Diego Cortez, Ray Marin, Deborah Toledo-Flores, Laure Froidevaux, Angelica Liechti, Paul D. Waters, Frank Grutzner, Henrik Kaessmann. Origins and functional evolution of Y chromosomes across mammalsNature, 2014; 508 (7497): 488 DOI: 10.1038/nature13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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