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mens used to estimate the age at death. Credit: Scientific Reports (2025). DOI: 10.1038/s41598-025-10266-w)
(Cut marked specimens. Cut marks (white arrow) on human remains from contexts S100 and S200. Credit: Scientific Reports (2025). DOI: 10.1038/s41598-025-10266-w)
인류의 역사에서 식인은 생각보다 흔하게 행해진 것으로 생각됩니다. 수렵 채집인 시절의 원시인들이야 당연히 먹을 수 있는 고기는 다 먹었을 것이고 농경 시대가 시작된 이후에도 종종 식인이 행해졌다는 기록들이 존재합니다. 스페인 카탈로니아 고인류학 및 사회 진화 연구소의 프란체스크 마르지네다스 (Francesc Marginedas at the Catalan Institute of Human Paleoecology and Social Evolution (IPHES) in Tarragona, Spain)와 동료들은 스페인 아타푸에르카 (Atapuerca)에 있는 엘 미라도르 동굴 (El Mirador Cave)에서 신석기 후기의 유골 600점을 발견해 조사했습니다.
아타푸에르카는 다양한 인류 진화에 관련된 다양한 화석과 유물이 발견된 장소로 유네스코 세계 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연구팀이 발견한 유골들은 5700년 정도 전의 것으로 당시에는 초기 농경사회로 진입한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연구팀은 이 유골들에서 칼로 절개하고 물로 끓인 정황이 있는 흔적을 다수 발견했습니다. 면밀하게 조사한 결과 이 유골들은 정교하게 살을 발라낸 흔적으로 식인이 행해졌다는 강력한 증거로 해석됩니다.
물론 이것이 일종의 매장 의식일 가능성도 있지만, 매장과 관련된 부장품의 흔적이 없고 큰 뼈의 경우 절개하거나 부순 후 골수를 빼낸 흔적이 있는 것으로 봐서 식량으로 삼은 것이 확실해 보입니다. 어떤 상황에서 식인을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흥미롭게도 분석한 뼈의 대부분이 하나의 큰 가족이거나 친족 그룹으로 보여 아마도 인근 부족과의 갈등 끝에 한쪽이 완전히 제거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식인 자체도 무섭지만, 이렇게 해석하면 더 무서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신석기 후기와 청동기 시대에 사회가 더 발전하고 커지면서 식인 문화는 자연스럽게 퇴출됐을 것입니다. 농업집약적인 사회가 되면서 노동력이 중요해지고 이웃끼리의 사회적 갈등도 중앙에서 통제하게 되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농경 시대로 본격 진입한 후에도 기근이나 혹은 아즈텍처럼 종교적인 이유에서 식인 풍습이 종종 나타나긴 했지만, 사회가 발전하면서 점점 드물어졌습니다. 대신 사회와 집단이 커지면서 이전에는 볼 수 없는 대규모 무력 충돌이 발생했습니다.
식인을 했던 과거가 더 야만적인지, 아니면 고기를 얻을 것도 아닌데 수백만 명의 인명을 살상하는 현대가 더 야만적인지 쉽게 구분하기가 어려운 것이 씁쓸한 진실입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5-08-competition-evidence-neolithic-farmers-cannibalized.html
Palmira Saladié et al, Evidence of neolithic cannibalism among farming communities at El Mirador cave, Sierra de Atapuerca, Spain, Scientific Reports (2025). DOI: 10.1038/s41598-025-10266-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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