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글루텐 과민성 사실은 마음에서 온다?


 

(스테이블 디퓨전으로 직접 생성한 AI 이미지)

글루텐은 보리, 호밀, 밀 같은 곡물에 존재하는 불용성 단백질의 일종으로 빵과 국수 같은 음식을 만들 때 반죽을 끈끈하게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당연히 보통 사람에게는 큰 문제가 없는 물질이지만, 자가 면역 질환으로 소장에서 글루텐에 대한 과민성이 있는 셀리악병 (Celiac disease)가 있는 사람에서는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야 밀가루 음식을 좀 피하면 되지만, 빵을 주식으로 삼는 서구권에서는 빵에 글루텐 프리라고 표시한 것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글루텐 프리라는 표현을 많이 쓰다보니 마치 글루텐 자체가 문제가 있는 물질인 것 같은 인식이 퍼져 미국에는 글루텐 포함 음식을 먹은 후 소화가 안되거나 각종 소화기 증상이 생겼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과민성 대장 증후군 (irritable bowel syndrome, IBS)로 사실은 글루텐과 큰 연관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셀리악병은 인구 100명 당 1명에서 170명 당 1명 꼴로 발생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소화기 증상은 이 병과 연관이 없습니다.

과민성 대장 증후군: https://www.snuh.org/health/nMedInfo/nView.do?medid=AA000296

반면 다른 질환이나 해부학적 이상 없이 대장 근육의 과민해진 수축 운동으로 인한 기능 장애로 발생하는 증상을 일컫는 과민성 대장 증후군의 경우 전체 인구의 상당수가 증상을 호소하며 미국에서만 2500-4500만명이 관련 질병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글루텐 연관성을 호소한다는 것입니다.

캐나다의 맥마스터 대학의 연구팀은 본인에게 밀가루 과민성이나 글루텐 과민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28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참가자들은 시리얼 바 형태의 음식을 먹었는데, 하나는 글루텐이 포함된 것이고 나머지는 글루텐이 없는 것이었습니다. 어떤 것이 글루텐이 들었는지는 참가자와 연구자 모두가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했는데, 우선 7일간 시리얼 바를 먹고 14일 후 다시 다른 시리얼 바를 먹어서 한 피험자가 두 번에 걸쳐 글루텐이 있는 것과 없는 시리얼 바를 섭취하게 만들었습니다.

연구 결과 93%나 되는 참가자가 이상 반응과 증상을 호소했으나 어느쪽에 글루텐이 들어 있는지 알아 맞춘 경우는 랜덤하게 찍은 것과 통계적인 차이가 없었습니다. 한 마디로 이들이 증상은 과민성 대장 증후군 때문인데 애꿏은 글루텐에 화살을 돌린 것이었습니다.

물론 셀리악 병도 실제로 있는 병이기 때문에 증상이 의심되면 검사를 하고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아닌 것으로 밝혀지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아닌데도 증상이 계속 나타나면 사실은 마음의 병은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하는 것이죠. 사실 많은 증상이 그런 식으로 생기는 것일수도 있습니다.

사족인데, 적당한 사진이 없는 경우 스테이블 디퓨전으로 만들면 어떨까 해서 위의 이미지를 만들었습니다. AI 사용 표시를 했으니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저작권 없는 이미지 가운데 적당한 이미지가 없는 경우 이렇게 도움을 받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참고

https://newatlas.com/diet-nutrition/gluten-wheat-ibs-mind/

https://en.wikipedia.org/wiki/Coeliac_disease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세상에서 가장 큰 벌

( Wallace's giant bee, the largest known bee species in the world, is four times larger than a European honeybee(Credit: Clay Bolt) ) (Photographer Clay Bolt snaps some of the first-ever shots of Wallace's giant bee in the wild(Credit: Simon Robson)  월리스의 거대 벌 (Wallace’s giant bee)로 알려진 Megachile pluto는 매우 거대한 인도네시아 벌로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말벌과도 경쟁할 수 있는 크기를 지니고 있습니다. 암컷의 경우 몸길이 3.8cm, 날개너비 6.35cm으로 알려진 벌 가운데 가장 거대하지만 수컷의 경우 이보다 작아서 몸길이가 2.3cm 정도입니다. 아무튼 일반 꿀벌의 4배가 넘는 몸길이를 지닌 거대 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메가칠레는 1981년 몇 개의 표본이 발견된 이후 지금까지 추가 발견이 되지 않아 멸종되었다고 보는 과학자들도 있었습니다. 2018년에 eBay에 표본이 나왔지만, 언제 잡힌 것인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사실 이 벌은 1858년 처음 발견된 이후 1981년에야 다시 발견되었을 만큼 찾기 어려운 희귀종입니다. 그런데 시드니 대학과 국제 야생 동물 보호 협회 (Global Wildlife Conservation)의 연구팀이 오랜 수색 끝에 2019년 인도네시아의 오지에서 메가칠레 암컷을 야생 상태에서 발견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메가칠레 암컷은 특이하게도 살아있는 흰개미 둥지가 있는 나무에 둥지를 만들고 살아갑니다. 이들의 거대한 턱은 나무의 수지를 모아 둥지를 짓는데 유리합니다. 하지만 워낙 희귀종이라 이들의 생태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동영상)...

몸에 철이 많으면 조기 사망 위험도가 높다?

 철분은 인체에 반드시 필요한 미량 원소입니다. 헤모글로빈에 필수적인 물질이기 때문에 철분 부족은 흔히 빈혈을 부르며 반대로 피를 자꾸 잃는 경우에는 철분 부족 현상이 발생합니다. 하지만 철분 수치가 높다는 것은 반드시 좋은 의미는 아닙니다. 모든 일에는 적당한 수준이 있게 마련이고 철 역시 너무 많으면 여러 가지 질병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철 대사에 문제가 생겨 철이 과다하게 축적되는 혈색소증 ( haemochromatosis ) 같은 드문 경우가 아니라도 과도한 철분 섭취나 수혈로 인한 철분 과잉은 건강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높은 철 농도가 수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하버드 대학의 이야스 다글라스( Iyas Daghlas )와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데펜더 길 ( Dipender Gill )은 체내 철 함유량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적 변이와 수명의 관계를 조사했습니다. 연구팀은 48972명의 유전 정보와 혈중 철분 농도, 그리고 기대 수명의 60/90%에서 생존 확률을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유전자로 예측한 혈중 철분 농도가 증가할수록 오래 생존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것이 유전자 자체 때문인지 아니면 높은 혈중/체내 철 농도 때문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높은 혈중 철 농도가 꼭 좋은 뜻이 아니라는 것을 시사하는 결과입니다.   연구팀은 이 데이터를 근거로 건강한 사람이 영양제나 종합 비타민제를 통해 과도한 철분을 섭취할 이유는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어쩌면 높은 철 농도가 조기 사망 위험도를 높일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임산부나 빈혈 환자 등 진짜 철분이 필요한 사람들까지 철분 섭취를 꺼릴 필요가 없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연구 내용은 정상보다 높은 혈중 철농도가 오래 유지되는 경우를 가정한 것으로 본래 철분 부족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낮은 철분 농도와 빈혈이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은 이미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철...

사막에서 식물을 재배하는 온실 Ecodome

 지구 기후가 변해가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비가 더 많이 내리지만 반대로 비가 적게 내리는 지역도 생기고 있습니다. 일부 아프리카 개도국에서는 이에 더해서 인구 증가로 인해 식량과 물이 모두 크게 부족한 현상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가지 아이디어들이 나오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사막 온실입니다.   사막에 온실을 건설한다는 아이디어는 이상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사막 온실이 식물재배를 위해서 시도되고 있습니다. 사막 온실의 아이디어는 낮과 밤의 일교차가 큰 사막 환경에서 작물을 재배함과 동시에 물이 증발해서 사라지는 것을 막는데 그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사막화가 진행 중인 에티오피아의 곤다르 대학( University of Gondar's Faculty of Agriculture )의 연구자들은 사막 온실과 이슬을 모으는 장치를 결합한 독특한 사막 온실을 공개했습니다. 이들은 이를 에코돔( Ecodome )이라고 명명했는데, 아직 프로토타입을 건설한 것은 아니지만 그 컨셉을 공개하고 개발에 착수했다고 합니다.   원리는 간단합니다. 사막에 건설된 온실안에서 작물을 키움니다. 이 작물은 광합성을 하면서 수증기를 밖으로 내보네게 되지만, 온실 때문에 이 수증기를 달아나지 못하고 갖히게 됩니다. 밤이 되면 이 수증기는 다시 응결됩니다. 그리고 동시에 에코돔의 가장 위에 있는 부분이 열리면서 여기로 찬 공기가 들어와 외부 공기에 있는 수증기가 응결되어 에코돔 내부로 들어옵니다. 그렇게 얻은 물은 식수는 물론 식물 재배 모두에 사용 가능합니다.  (에코돔의 컨셉.  출처 : Roots Up)   (동영상)   이 컨셉은 마치 사막 온실과 이슬을 모으는 담수 장치를 합쳐놓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물론 실제로도 잘 작동할지는 직접 테스트를 해봐야 알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