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우주 이야기 1540 - 잠에서 깨는 거대 질량 블랙홀


 

(Top panel: the cluster of galaxies (white/violet) and its hot gaseous atmosphere (blue); bottom right panel: NSF VLBA image of the recently awakened central black hole and its tiny jets; bottom left panel: the first author of the article, Francesco Ubertosi, with one of the NSF VLBA antennas (Owens Valley, CA) used for the observations in the background. Credit: Univ. of Bologna/F.Ubertosi)

과학자들이 막 잠에서 깨어나 활동을 시작한 거대 질량 블랙홀을 우연히 포착했습니다. 이탈리아 국립 천체물리학 연구소와 볼로냐 대학의 프란체스코 우베르토시 (Francesco Ubertosi of the University of Bologna and the National Institute for Astrophysics in Italy (INAF/IRA))가 이끄는 연구팀은 미 국립 과학재단 (NSF)의 전파 망원경인Very Long Baseline Array (VLBA)과 Very Large Array (VLA)를 이용해 지구에서 60억 광년 떨어진 은하단인 CHIPS 1911+4455를 관측했습니다.

관측 과정에서 연구팀은 제트의 크기가 불과 100광년 정도인 은하 중심 블랙홀을 발견했는데, 이는 나이로 봐서 1000년 정도 밖에 되지 않는 것입니다. 1000년은 인간의 수명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길지만, 우주의 관점에서 보면 이제 막 잠에서 깬 수준으로 잠잠했던 은하 중심 블랙홀이 갑자기 잠에서 깨어나면서 활동을 시작한 시점에 운 좋게 그 모습을 포착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연구팀에 따르면 CHIPS 1911+4455의 은하 중심 블랙홀은 주변에서 새롭게 물질을 빨아들인 후 양 축으로 강력한 제트를 뿜어내기 시작한 상황입니다. 따라서 주변의 뜨거운 가스를 아직 밀어내지도 않은 상태이며 뿜어져 나간 제트가 식는 냉각 현상도 아직 관찰할 수 없습니다. 한동안 잠잠했던 은하 중심 블랙홀이 새롭게 물질을 흡수하면서 활동성 은하가 되는 바로 그 시점을 연구할 수 있는 새로운 관측 목표가 생긴 것입니다.

CHIPS 1911+4455의 활동 은하는 새로운 가스가 유입되면서 연간 태양 질량의 140-190배 정도의 별이 생성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우리 은하보다 100배 정도 빠른 것으로 어디선가 물질이 유입되면서 새롭게 별도 생기고 블랙홀도 본격적으로 가동되면서 밝게 빛나는 것으로 보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생긴 것인지는 좀 더 연구가 필요하지만, 천문학자들도 보기 힘든 드문 장면을 포착한 것만은 분명합니다.

이번 연구가 가능했던 이유는 뉴욕에서 LA에 있는 신문 글자를 읽을 수 있을 정도로 분해능이 뛰어난 VLBA의 강력한 성능 덕분입니다. 하지만 관측은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앞으로 다양한 파장에서 CHIPS 1911+4455를 관측하면 새로운 사실들이 다수 발견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아무튼 우주의 잠자는 거인이 깨어난다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발견이 아닐 수 없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5-08-astronomers-supermassive-black-hole.html

Francesco Ubertosi et al, JVLA and VLBA Study of the Merging Cool Core CHIPS 1911+4455 at z ∼ 0.5 Radio Emission from an Infant Active Galactic Nucleus and from a Rapidly Star-forming Brightest Cluster Galaxy, The Astrophysical Journal (2025). DOI: 10.3847/1538-4357/adf19c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100 테슬라급 자기장 도달

 미국의 로스 알라모스 국립 연구소 (Los Alamos National Laboratory) 에서 과학자들이 지금까지 인간이 개발한 가장 강력한 자기장을 발생시키는 장치 개발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자기장의 세기를 나타내는 방법으로 자기력선의 밀도를 나타내기 위해 단위 면적당 자기력선의 수를 표시하는 단위인 테슬라 (T) 가 있습니다. (1T = 1Wb/㎡  웨버 (Wb) 는 자속의 단위)   의료용으로 사용되는 초전도체를 이용한 MRI 의 경우 1.5 - 3 테슬라급의 강력한 자기장으로 인체 내부를 볼 수 있게 만들지만 과학 연구용으로 이보다 더 강력한 자기장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 등장한 90 테슬라급 자기장에 이어 이번에 로스 알라모스 국립 연구소에서는 100 테슬라급인 100.75 T 를 실현 했다고 합니다.   이를 구현한 것은 18000 파운드 (8.16 톤 정도) 의 코일과 여기에 에너지를 공급할 1200 메가줄 (Megajoule) 급 모터 제네레이터등의 설비입니다.  (   The 1,200-megajoule motor generator that powers the magnetic pulse.  )  이와 같은 연구를 통해 알아내고자 하는 것은  Quantum Phase transitions and new ultra high field magnetic states Electronic Structure determination Topologically protected states of matter  로 요약할 수 있다고 합니다.   아무튼 수 T 급 MRI 만 해도 자기장의 힘이 엄청난데 100 T 라니 엄청난 자기장이네요. 이는 지구 자기장 세기보다 200만배 강력한 (물론 좁은 범위에서 작용하는 자기장이라 지구 전체...

고대 양서류 이야기 (2) - 악어를 닮은 거대 양서류들

  페름기에는 다양한 양막류가 진화해서 앞서 소개한 육상형 템노스폰딜리는 점차 설 자리를 잃게 됩니다. 하지만 양서류는 본래 자신의 서식지인 물과 습지에서 여전히 번성을 누렸습니다. 당시에는 악어류 같은 대형 양서형 파충류도 없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이와 비슷한 생태학적 지위는 여전히 양서류의 몫이었습니다. 이들에 대한 이야기는 제 책인 포식자에서 비교적 간단히 다뤘는데, 오늘은 여기에 대한 보충 설명입니다.  책 정보: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3347200 Yes 24:  http://www.yes24.com/24/goods/58772859 11번가:  http://books.11st.co.kr/product/SellerProductDetail.tmall?method=getSellerProductDetail&prdNo=1977867160 알라딘: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34877825 교보문고:  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ejkGb=KOR&mallGb=KOR&barcode=9788970447988&orderClick=LAG&Kc= 인터파크 :  http://book.interpark.com/product/BookDisplay.do?_method=detail&sc.prdNo=279593764&sc.saNo=003002003&bid1=search_auto&bid2=detail&bid3=prd_img&bid4=001 영풍문고:  http://www.ypbooks.co.kr/book.yp?bookcd=100843205&gubun=NV ...

이빨이 다시 진화한 개구리

  ( CT scans of Gastrotheca guentheri skulls revealed what appeared to be identical rows of teeth on both the upper and lower jaws, which researchers later confirmed through dissection. Credit: Florida Museum/Daniel Paluh )  개구리는 2억년 전 진화 과정에서 이빨을 잃어버리고 큰 턱과 혀를 이용해 곤충 같은 작은 먹이를 잡아 먹는 방향으로 진화했습니다. 파충류나 포유류 같은 다른 사지류와의 경쟁에서 밀려 양서류가 쇠퇴하고 멸종하던 시기에도 개구리는 여전히 생존할 수 있었던 비결입니다.   이빨이 없는 덕분에 큰 혀를 발사하기 편해졌을지는 모르지만, 이빨이 없으면 종종 불편할 때가 있습니다. 씹는 대신 삼키기 때문에 음식을 씹을 수 없다는 점은 문제되지 않지만, 필사적으로 달아나려는 먹이를 잡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일부 개구리는 이빨 같이 보이는 엄니 (fang)을 지니고 있으나 이는 사라진 이빨이 다시 난 것이 아니라 다른 부분이 진화한 것입니다.   이는 돌로의 법칙 ( Dollo's Law )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진화 과정에서 퇴화한 부분이 다시 생겨나지 않으며 대신 필요하면 다른 부분이 진화해 그 역할을 대신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아가미가 사라진 사지 동물은 다시 물에 들어온다고 해도 아가미가 다시 생기진 않습니다. 대신 고래처럼 폐가 커져서 그 기능을 대신하게 됩니다.   하지만 모든 법칙엔 예외가 있기 마련입니다. 남미에서 발견된 멸종 위기 개구리 중 하나인 구엔터 유대류 개구리 ( Gastrotheca guentheri, Guenther's marsupial frog, dentate marsupial frog)는 완전한 형태의 이빨을 지니고 있습니다. 참고로 유대류 개구리라는 명칭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