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발견된 병원성 아메바는 아니지만 2013 년 갑자기 유명세를 탄 아메바가 있으니 바로 오늘 소개할 네글레리아 파울러리 (Naegleria fowleri) 입니다. 매우 드물게 primary amoebic meningoencephalitis (PAM) 라는 감염증을 일으키는데 사실상 사망률이 거의 99% 수준이라 일단 걸리면 사실상 사망에 이르는 무서운 아메바 감염증을 일으킵니다. 다행인 점은 매우 드물다는 점이며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보고가 없다는 점입니다.
네글레리아 파울러리는 그 속에서 유일하게 뇌수막염을 일으키는 아메바로 1965 년 파울러 (M.Fowler) 등이 처음으로 보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전 감염 케이스로 생각되는 케이스는 1909 년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고 합니다. 이 아메바 자체는 물과 토양에서 매우 흔하게 발견되는 것으로 이들이 매우 드물게 뇌수막염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이 60 년대 증명된 셈입니다.
역학적으로 보면 파울러 등이 보고했던 지난 1962 년에서 2012 년 까지 50 년간 미국에서 보고된 128 케이스 가운데 생존자는 사실 1 명뿐입니다. (언론에서 3 명이라고 보도하고 있는데 이는 1978 년 캘리포니아 케이스, 2003 년 멕시코 케이스, 그리고 2013 년 생존 케이스 3 명과 혼동하는 것으로 보임, 순수 미국 케이스는 2 명이고 북미 케이스는 3 명) 전세계적으로는 2008 년까지 440 케이스 정도가 보고 된 것 같은데 그중 생존자는 2005 년까지 8 명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따라서 치사율이 대단히 높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다만 실제 네글레리아 파울러리에 오염된 물에 들어갔다고 해서 감염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감염 확률은 대략 260 만명이 노출되면 그 중 한명이 감염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흔한 단세포 생물체라 만약 쉽게 감염되면 매우 심각한 보건문제가 되겠지만 다행히 그렇지는 않다는 것이죠.
이 아메바는 세가지 형태로 자연계에 존재합니다.
Cyst stage : 영양체 (Trophozoites) 는 주변 환경이 좋지 않으면 이 상태로 들어가 포낭체를 형성합니다. 이 아메바는 따뜻한 물을 좋아하기 때문에 섭시 10 도 이하의 서늘한 환경이 되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cyst stage 에 들어가 추운 온도에서도 장기간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Trophozoite stage : 영양체 단계에서 이 아메바는 활발하게 먹이를 먹고 생활을 하면서 증식합니다. 위족 (pseudopodia) 을 통해 이동하는 모습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아메바의 모습입니다. 자연 상태에서는 박테리아를 포식하며 조직에 감염된 상태에서는 적혈구와 백혈구를 포식하면서 조직을 파괴시킵니다.
Flagellate stage : 두개의 편모 (biflagellate) 를 만든 상태로 훨씬 빨리 이동할 수 있습니다. 생존을 위해 더 좋은 환경을 찾거나 나쁜 환경을 피해야 할 때 나타납니다. 영양체에서 편모형으로의 변형은 수시간 안에도 가능합니다.
일반적으로 따뜻한 물을 좋아해서 온천이나 혹은 따뜻한 공업 폐수가 나오는 공단 및 발전소 주변 등에 흔하지만 사실 생각보다 아주 널리 존재하는 아메바이기도 합니다. 단 끓는 물에서는 당연히 생존할 수 없으며 사실 섭씨 45.8 도 정도가 살아갈 수 있는 한계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네글레리아 파울러리의 세가지 형태. 좌측에서 부터 Cyst/Trophozoite/Flagellate. 참고로 Cyst 일때 지름이 7-15 µm Credit : CDC )
(네글레리아 파울러리의 생활사와 인체 감염 경로. Credit : CDC )
네글레리아 파울러리는 사실 먹어서는 뇌수막염을 일으키지 않습니다. 또 인체간 감염도 일으키지 않습니다. 주된 감염 경로는 다소 특이하게도 수영을 하던 도중에 코로 들어가 후 다시 뇌척수액까지 이르게 됩니다. 그 경로는 olfactory mucosa and bulbs -> submucosal nervous plexus -> cribriform plate -> subarachnoid space -> 이후 CSF 내의 단백질과 당분을 흡수해 증식. 하는 경로입니다.
대개는 코안에서 점액에 의해 영양체의 진입이 차단되야 하지만 일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막을 뚫고 상피세포까지 도달해 이후 조직으로 침투합니다. 이 아메바는 조직을 뚫고 들어가는 능력이 있어 뇌척수액까지 파고 들 수 있습니다. 일단 뇌척수액내애에서 증식해서 PAM 을 만들면 치사율은 99% 수준입니다. 감염에서 사망까지 걸리는 시간은 생각보다 매우 짧아서 1 - 12 일 사이입니다.
(PAM 을 일으킨 네글레리아 파울러리. Histopathology of amebic meningoencephalitis due to Naegleria fowleri. Direct fluorescent antibody stain Credit : CDC )
이 아메바는 다행히 염소 소독 등 일반적인 소독 처리에 매우 약해서 쉽게 제거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이를 충분히 소독 처리 하지 않은 수영장에서는 생존이 가능할 수 있습니다. 대개의 감염 사례는 연못이나 호수등에서 수영이나 물놀이를 한 과거력이 있으며 미국에서는 플로리다와 텍사스 주가 주된 감염 장소로 이 아메바가 좋아하는 따뜻한 물에서 물놀이를 하다가 감염 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앞서 이야기 했듯이 감염 기회는 매우 적은데 일단 코로 들어온 다음 이런 복잡한 경로를 거쳐 뇌척수액까지 도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치료는 사실상 매우 어려운데 이 아메바가 싫어할 만한 항생제 및 뇌수막염을 치료하기위한 다른 약물들을 사용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사망했습니다. 잘 알려진 생존 사례인 1978 년의 캘리포니아 케이스와 2003 년의 멕시코 케이스는 다음과 같이 치료했다고 합니다.
(출처 : CDC)
다만 캘리포니아 케이스에서 밝혀진 바에 의하면 이 환자에서 발생한 아메바 균주 (strain) 은 별로 독성이 강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따라서 치료의 효과인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2013 년 또 다른 생존 사례가 미국에서 보고되었는데 12 세 소녀인 칼리 하디그 (Kali Hardig) 로 임상 시험 중인 신약을 투여했던 케이스 입니다. 다만 이 신약이 진짜 효과가 있는지는 좀더 더 많은 임상 경험이 필요합니다. 최근 다른 12 세 소년 케이스에서는 이 약을 사용했지만 결국 사망했습니다.
치료제를 포함해서 현재 이 아메바에 대한 백신도 개발 중에 있습니다. 비록 네글레리아 감염 사례 자체는 미국에서도 연간 8 케이스 미만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걸리면 거의 100% 사망이라는 무서움 때문에 뇌 먹는 아메바 (brain-eating amoeba) 라고 불리면서 유명세를 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염소 소독이 충분히 안된 것으로 보이는 상수도에서도 발견되어 불안감을 더하고 있습니다.
다만 그렇다고 쉽게 감염이 되냐면 그런 것도 아니기 때문에 과도한 공포를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뇌 먹는 아메바란 별명 때문에 꽤 괴기스럽긴 하지만 사실 생각해 보면 매년 이 아메바로 죽는 사람의 숫자는 흡연으로 인해 사망하는 사람이나 자동차로 인해 사망하는 사람의 숫자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적습니다. 사실 별명과 언론 보도 때문에 우리가 좀 과도한 공포를 가진 다는 것이죠. 다만 유행 지역에서는 (미국의 경우 남동부, 플로리다와 텍사스가 주된 호발 지역) 호수나 강에서 물놀이는 자제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아메바도 위험하지만 사실 여름철 물놀이 사고로 익사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기 때문이죠.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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