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생대를 대표하는 생물을 뽑으라면 대부분 공룡을 선택할 것입니다. 중생대에만 존재했을 뿐 아니라 가장 인상 깊은 동물이기도 했기 때문이죠. 고생물학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멸종된 고대 생물 하면 역시 공룡부터 머리에 떠올리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사실 중생대에 번성했던 포식자에는 티라노사우루스 같은 인기 있는 공룡들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파충류 가운데 가장 성공적인 부류인 악어 역시 중생대에 공룡과 더불어 중요한 생태학적 지위를 누렸습니다. 그리고 공룡과는 달리 지금까지 살아남아서 역시 현재도 중요한 생태학적 지위를 누리는 상위 포식자로 군립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오랜 세월 포식자로 중요한 역할을 한 동물군도 드물 정도로 말이죠.
브리스톨 대학의 톰 스토브 (Tom Stubb, Univsersity of Bristol) 와 그의 동료들은 중생대의 악어들의 성공 비결이 무엇인지 연구했습니다. 포식자로써 악어의 성공 비결 중 하나는 그들의 강력한 턱에 있는데, 연구팀은 악어의 가장 중요한 특징을 나타내는 아래턱 화석 100 여종을 조사했습니다.
악어라고 하면 우선 생각나는 강력한 턱은 포식자로써 살아가는데 가장 든든한 무기입니다. 그리고 그 악어가 무엇을 먹고 살았는지에 대한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합니다. 오늘날 물속에서 숨어서 강가나 호수가로 다가오는 동물들을 사냥하는 악어들과 주로 물고기를 먹는 악어들의 턱은 서로 다르게 생겼습니다. 전자에 비해 후자는 매우 길쭉한 턱을 가지고 있어 물고기를 잡는데 유용합니다.
그런데 브리스톨 대학 팀이 연구한 바에 의하면 트라이아이스기 말 멸종 사건 이후 악어들이 바다 환경 및 수상 환경에 적응하면서 유체역학적 (hydrodynamic) 으로 효율적인 턱모양을 진화시켰다고 합니다. 이 시기 악어의 조상이 더 다양한 환경에 적응하면서 물에서 저항이 적은 턱모양이 필요해진 것입니다. 이 경우 주된 먹이는 물고기였습니다. 일부 쥐라기 악어들은 물고기를 사냥할 수 있도록 빨리 헤엄치기 위해 턱모양을 길쭉하고 저항이 적게 진화시켰습니다.
(중생대 시기 다양하게 진화된 악어의 아래 턱
이런 진화적 다양성이 가장 풍부했던 시기는 백악기였습니다. 당시 악어들은 매우 다양한 환경에서 아주 다양한 턱모양을 진화시켰는데 이는 그들이 살았던 환경 및 먹이와 밀접한 연관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서로 다른 생김새와는 다르게 사실 생체기계학 (biomechanically) 적으로는 이들은 매우 유사하게 작동했다고 연구팀은 덧붙였습니다. 대신 이 시기에는 아르마딜로 같은 단단한 갑옷을 두르는 변화가 있었습니다.
연구팀에 의하면 트라이아이스기 말부터 다양하게 진화된 악어의 턱이 쥐라기 시절 악어류의 번성을 이끈 바탕이 된 것 같다고 합니다. 물론 이런 다양한 형태를 지니게 된 이유는 이들이 사는 환경과 먹는 먹이가 다양했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서로 다른 생태학적 지위를 가지고 있었으므로 (예를 들어 물을 먹으로 온 동물을 물속에서 기습하는 부류와 주로는 강에서 물고기를 사냥하는 종류, 그리고 바다에서 사는 악어의 조상의 경우는 모두 차이가 존재) 턱모양도 달라졌습니다. 이런 부분은 먹이에 따라 부리의 모양이 다른 다윈 핀치를 연상하게 만듭니다.
역시 어딜가나 먹고사는 문제가 가장 중요한 이슈가 되는 법이죠. (이 부분이 오늘의 주제 같네요) 이 연구 내용은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에 실렸습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
- Tom Stubbs, Stephanie Pierce, Emily Rayfield and Phil Anderson. Morphological and biomechanical disparity of crocodile-line archosaurs following the end-Triassic extinction.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2013 DOI:10.1098/rspb.2013.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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