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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서 본 캘리포니아 림 산불, 그리고 잡담



 2013 년 8월 17일 캘리포니아 시에라 네바다 (Sierra Nevada) 지역 중부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은 8월 31 일까지 무려 900 ㎢ (22만 3000 에이커) 의 산림을 잿더미로 만들면서 현재까지 (9월 1일) 진행하고 있습니다. 역대급 대형 산불인 이번 화재는 림 화재 (Rim Fire) 라고 불리고 있는데 (이 명칭은 rim of the world (세상의 가장자리) 라는 이름의 전망대에서 먼저 발견되었기 때문에 붙인 이름)  이미 서울시 면적의 1.5 배에 가까운 면적을 태우고 한때는 요세미티 국립 공원까지 위협했으나 현재는 다소 기세가 걲인 상태입니다. 하지만 소방 당국은 완전히 화재가 진압되기 위해서는 3주 정도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엄청난 양의 산림이 불타버린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다행히 인구 밀도가 낮은 지역에서 발생한데다 모두 대피해 큰 인명피해는 지금까지 보고되지 않았다는 게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라고 하겠습니다. 다만 이 화재로 인해 지역 경제와 야생 동물에 적지 않은 피해가 있을 것으로 보여 안타까운 일이라고 하겠습니다. 이글을 쓰는 시점에서 화재의 원인은 아직 알져지지 않았습니다. 


 8월 31일까지 면적으로 봤을 때 림 산불의 규모는 캘리포니아 역사상 3 번째로 큰 규모라고 할 수 있습니다. 캘리포니아주 자체가 거대할 뿐 아니라 대규모 산림지대를 끼고 있기 때문에 초대형 산불이 종종 발생하는데 그 규모는 우주에서도 관측이 가능합니다. 나사는 이에 연관된 사진들을 공개했습니다. 





(2013 년 8월 23 일 찍은 위성 사진. 캘리포니아 주 경계가 희미하게 표시되어 어느 정도 크기인지 대략 짐작이 가능. 클릭하면 원본   23 August 2013, 06:42:17  Credit : NASA/ Jeff Schmaltz  ) 


 나사의 테라 (Terra) 위성이 찍은 사진입니다. 



(8월 23일 가시광 영역에서의 사진, 연기가 많아서 사실 잘 보이지 않는 부분이 존재합니다. 사진 속의 공간은 380 X 346 km 수준으로 (도로 거리가 아닌 직선 거리로 ) 거의 서울 - 부산 거리 수준입니다. This visible image of California's Rim Fire was acquired Aug. 23, 2013 by the Multi-angle Imaging SpectroRadiometer (MISR) instrument on NASA's Terra spacecraft, showing extensive, brownish smoke. The imaged area measures 236 by 215 miles (380 by 346 kilometers). Credit: NASA/GSFC/LaRC/JPL, MISR Team


 화재 발생시 발생하는 일산화탄소는 이산화탄소보다 훨신 산불의 특징적이기 때문에 이의 농도를 추적하면 산불에서 발생한 연기가 어떻게 퍼지는지 추적할 수 있습니다. 거대한 연기 구름은 수천미터 이상 올라간 후 바람의 흐름을 타고 전지구로 퍼지게 됩니다. 이 모습은 나사의 아쿠아 (Aqua) 위성이 관측했는데 그 결과는 꽤 섬뜩한 것입니다. 



(2013 년 8월 26 일 일산화탄소 분포 측정 결과 The plume of carbon monoxide pollution from the Rim Fire burning in and near Yosemite National Park, Calif., is visible in this Aug. 26, 2013 image from the Atmospheric Infrared Sounder (AIRS) instrument on NASA's Aqua spacecraft. The image shows a three-day running average of daily measurements of carbon monoxide present at an altitude of 18,000 feet (5.5 kilometers), as well as its global transport. The abundance of carbon monoxide is shown in parts per billion, with the highest concentrations shown in yellows and reds. The carbon monoxide plume from the Rim fire now extends into Canada. Even more prominent in the image are the carbon monoxide emissions from widespread agricultural fires in Africa and South America, and fires in the northern forests of Asia. Credit: NASA/JPL-Caltech )  


 고도 5500 미터에서 관측한 일산화탄소 농도는 우리가 평소에 애써 외면하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요세미티 국립 공원을 위협했던 림 산불에서 발생한 일산화탄소는 발생 10 일이 채 안 된 시점에 캐나다 쪽으로 유입 중에 있습니다. 하지만 위의 사진에서 더 중점적으로 보이는 것은 그것이 아니라 아프리카와 남미에서 발생한 거대한 일산화탄소 구름입니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개발과 농업을 위해 숲을 불태우면서 생기는 것입니다. (참고로 실제 일산화탄소 농도는 인체에 해를 주기에는 낮은 편이며 고도가 높은 위치이기 때문에 인체에 해를 가할 가능성은 별로 없습니다. 이점은 걱정 안해도 됩니다) 


 우리는 선진국에서 일어나는 대규모 산불에는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연일 뉴스로 접하고 있지만 사실 개도국에서 더 빈번하게 고의적으로 일으키는 산림 파괴에 대해서는 둔감한 상태입니다. 이것이 우리와 상관이 없는 이야기가 아닌 것은 이렇게 재배된 농작물이 결국 세계 시장에 유통되기 때문입니다. 아마존 산림을 불태운 자리에 대두가 재배되고 이는 사료의 형태로 전세계로 수출됩니다. 여러 상품 작물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실 뭔가 기승전결이 안 맞는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 도 있습니다. 처음에는 우주에서 본 대규모 산불의 모습에 대해 포스트를 작성하고 있었는데 그러던 중에 위의 이미지를 보고 난 후 이야기의 주제를 좀 틀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실 더 의미가 있는 이야기 일 수 있습니다. 


 우리는 대형 산불의 위력에 놀라면서 막대한 손실이 난 것을 안타깝게 여기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 인간이 계속해서 인위적으로 자연에 가하는 손실은 이런 대규모 산불의 규모를 능가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가끔씩 발생하는 산불보더 더 자연에 위협적인 것은 인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이미지였습니다. 불행히 그것이 아마도 진실에 가깝겠죠.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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