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상아리 (Great White Shark, Carcharodon carcharias ) 는 6 미터 이상으로 자랄 수 있으며 5000 파운드 (약 2,2 톤) 급으로 커질 수 있는 대형 상어로 크고 무시무시한 외모와 강력한 턱 때문에 우리에게는 식인 상어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영화 조스 (Jaws) 때문에 이런 인식이 널리 퍼져있습니다.
실제로 이 상어가 인간을 습격하는 일도 있기는 하지만 매우 드문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인간의 남획과 해양 오염으로 인해 백상아리의 개체수가 줄어들면서 현재 IUCN (International Union for Conservation of Nature and Natural Resources 세계자연보전연맹 ) 에서는 백상아리를 취약종 (Vulnerable species 위험종 및 위기종에는 속하지 않으나 예측가능한 장래에 멸종될확률이 높은 종) 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호주 등 일부 국가에서는 보호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백상아리는 크고 무시무사한 외모 외에도 사실 여러가지 신기한 특징을 많이 가지고 있는 어류입니다. 이 대형 어류는 장거리 항해의 달인으로도 유명한데 한번에 쉬지 않고 2500 마일 (약 4000 km) 를 여행할 수 있습니다. 사람으로 치면 서울 - 부산을 10 번 왔다 갔다할 거리를 논스톱으로 여행하는 셈입니다.
스탠포드 대학 (Stanford University) 및 몬트레이 베이 수족관 (Monterey Bay Aquarium) 의 연구자들은 그 비결을 알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실제 자연 환경에서 백상아리들은 대양을 오가면서 사냥을 하게 됩니다. 이들이 중간에 지나게 되는 망망 대해에는 어족 자원이 매우 부족한 공간들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코끼리 바다 표범 (elephant seal) 처럼 선호하는 먹이를 잡기 위해서는 먹이가 거의 없는 수천 킬로미터의 바다를 지나야 합니다.
스탠포드 대학의 대학원생인 젠 델 라예 (Gen Del Raye) 및 연구의 지도 교수인 바바라 블록 (Barbara Block, a professor of marine sciences) 를 포함한 연구팀은 우선 몬트레이 베이 수족관에서 백상아리를 연구했습니다. 오래전부터 백상아리를 비롯한 상어류가 거대한 간 속에 에너지를 지방의 형태로 저장한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부레가 없는 이들 연골어류에게는 이 기름기 낀 간이 부력 (buoyancy) 를 제공하기도 하는데 기름이 물보다 비중이 낮아 몸을 뜨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이 정도를 측정했습니다.
이후 연구팀은 실제 동부 태평양 해안에서 야생 백상아리에 센서를 장착해서 이들이 얼마나 빨리 잠수하는지 연구했습니다. 몸무게의 1/4 까지 차지하는 간의 기름 함량이 적을 수록 빨리 잠수할 수 있고 반대로 많을 수록 빨리 잠수를 하기 힘들기 때문에 이를 측정하면 야생 백상아리를 해부하지 않고도 간접적으로 얼마나 많은 기름을 간에 넣고 다니는지 측정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상어의 간은 이런 딜레마를 가지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지방의 형태로 부력을 제공함과 동시에 에너지를 저장하는데 여기서 에너지를 너무 많이 빼서 사용하게 되면 부력이 낮아져서 물위로 상승하는데 상당히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는 문제점이 있죠. 따라서 체중의 몇분의 1 이나 되는 거대한 간에 지방을 잔뜩 저장했다고 해도 이를 모두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본래 간이 워낙 크다 보니 그럼에도 상당한 에너지를 지방의 형태로 저장할 수 있습니다.
연구팀은 위성 추적 장치와 센서를 통해 이 백상아리들이 상당히 장거리 동안 먹이감이 거의 없는 바다를 여행할 수 있으며 그 사이 간속의 지방이 감소한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증명했습니다. 앞으로 이들이 개발한 방법론은 상어가 어디서 먹이를 섭취하고 영양을 보충하는지를 간접적으로 알 수 있게 해줄 것입니다.
마치 자동차 처럼 백상아리도 먹이가 풍부한 곳에서 기름을 채우고 다시 먹이를 찾아서 여행을 떠나는 셈이라 흥미로운 이야기 입니다. 상어에게 바다 표범이나 먹이가 되는 물고기가 잔뜩 있는 바다는 마치 주유소 같은 역할을 하는 셈이죠. 그러나 항상 이들이 사시 사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한철 먹이를 먹고 나면 간에 기름을 잔뜩 넣고 다음 목적지를 향해 출발하는 셈입니다.
기름이 떨어질 때 쯤 되면 몸이 꽤 무거워 (지방이 줄어들어 비중이 무거워짐) 짐을 느끼겠지만 다시 다음 목적지에서 먹이를 먹어 기름을 넣는 일을 반복하겠죠. 그러고 보니 상어의 삶도 그렇게 편한 건 아닌 것 같습니다. 더구나 인간이 지느러미를 노리고 남획하는 일까지 빈번해져 더 고달픈 삶이 기다리고 있겠죠.
참고
Journal Reference:
- G. Del Raye, S. J. Jorgensen, K. Krumhansl, J. M. Ezcurra, B. A. Block. Travelling light: white sharks (Carcharodon carcharias) rely on body lipid stores to power ocean-basin scale migration.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Biological Sciences, 2013; 280 (1766): 20130836 DOI:10.1098/rspb.2013.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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