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전부터 아주 더운 여름이 오자 여러 언론 기사에서 '지구 온난화로 인해...' '한반도 아열대화...' 라는 기사를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기사는 매우 친숙하게 찾아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수년 전 매우 춥고 눈이 많이 내리는 겨울이 찾아오자 다시 같은 언론사에서 '미니 빙하기 도래...' '지구 온난화 의혹 제기..." 따위에 기사가 1 년 이내에 다시 등장하는 것도 볼 수 있습니다. 최근에도 다소 비슷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지구 온난화라더니 북극 빙하 되려 60% 늘어
첫번째 기사에서는 지구 온난화에 의한 한반도 아열대화를 기정 사실처럼 보도하고 있으며 두번째 기사는 지구 온난화 자체에 마치 과학계에서 꽤 논란이 있는 것 처럼 보도 하고 있습니다. 이 두 기사는 같은 언론사에서 한달 사이도 안되서 등장한 것인데 과연 어떤 것이 진실일까요 ? 일단 두가지 모두 보도자세에 문제가 있다고 보지만 여기서는 두번째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참고로 예시를 들기 위해 한 언론사 기사를 링크한 것일 뿐입니다. 위에서 지적한 문제는 일반적인 국내 언론 기사에서 상당히 공통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기사 검색을 해보면 알 수 있겠지만 말이죠. 절대 특정 언론사를 공격하기 위한 내용이 아니라는 점을 참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
일단 2012 년에 비해 2013 년에는 북극해의 해빙의 넓이가 커진 것 자체는 사실입니다. 그러면 그것이 기사에서 처럼 지구 온난화 자체에 대한 내용을 부정하는 것일까요 ? 그렇게 보기 어려운 이유를 간단히 설명해 보겠습니다.
(2013 년 8월의 북극해의 해빙의 범위 총 610 만 평방 킬로미터. Figure 1. Arctic sea ice extent for August 2013 was 6.09 million square kilometers (2.35 million square miles). The magenta line shows the 1981 to 2010 median extent for that month. The black cross indicates the geographic North Pole. Sea Ice Index data. About the data
Credit: National Snow and Ice Data Center)
(2013 년 9월 초까지 북극해의 해빙의 범위 Figure 2. The graph above shows Arctic sea ice extent as of September 4, 2013, along with daily ice extent data for the previous five years. 2013 is shown in light blue, 2012 in green, 2011 in orange, 2010 in light purple, 2009 in dark blue, and 2008 in dark purple. The gray area around the average line shows the two standard deviation range of the data. Sea Ice Index data.
Credit: National Snow and Ice Data Center)
이전 포스트에서 설명드렸듯이 북극해의 해빙의 면적은 2012 년 8월 27일 410 만 ㎢ 를 기록 역대 최저치를 나타냈습니다. ( http://blog.naver.com/jjy0501/100165813573 참조) 그런데 올해는 이보다 훨씬 많은 해빙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면 작년 대비 50% 이상 증가했으니 지구 온난화 추세는 반전된 것일까요. 그렇게 말하기 전에 한가지 그래프를 더 보겠습니다.
(지난 1979 년 이후 북극해의 해빙 면적의 추이. Figure 3. Monthly August ice extent for 1979 to 2013 shows a decline of 10.6% per decade.
Credit: National Snow and Ice Data Center )
1979 년 이후 위성 관측이 가능해 지면서 북극해의 해빙 면적은 정확한 측정이 가능해졌습니다. 이에 의하면 지난 40 여년간 매 10 년 마다 해빙은 평균 10.6% 씩 감소했습니다. 그런데 이 추세를 자세히 보게 되면 (Figure 2 와 Figure 3) 매년 연차적으로 감소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즉 2010 년보다 2011 년이 더 적고 2011 년 보다 2012 년이 더 적고 2012 년 보다 2013 년이 더 적어서 해빙이 감소하는 추세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런 식의 추세는 마치 주식 시장에서 보는 것과 비슷합니다. 장기적으로 볼 때 다우 존스 지수는 상승했지만 그렇다고 매일, 매주, 매년 상승만 했던 것이 아니라 등락을 거듭하면서 상승해 왔습니다. 따라서 누구도 하루 주식이 오르고 내림에 따라 대세 상승이나 하락을 점치지 않겠죠.
그런데 기후도 비슷합니다. 기온이 상승하는 추세라고 해서 2010 년보다 2011 년이 더 덥고 2011 년 보다 2012 년이 더 더운게 아니라는 사실은 이미 경험한 대로입니다. 북극해의 해빙 면적 역시 몇년 주기로 등락을 거듭하면서 감소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가령 예를 들어 2007 년에 비해 2008 년, 그리고 2009 년에는 북극해의 해빙 면적이 2 년 연속으로 증가했습니다. 그러나 이 것이 10 년 마다 10.6% 씩 해빙이 감소하는 추세 자체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습니다. 이후 해빙의 면적은 2009 년부터 2012 년까지 감소했고 대략 2013 년에는 다시 반등한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패턴을 보면 2014 년에 더 증가할 수도 있지만 결국 다시 내려갈 것이라는 점을 쉽게 유추할 수 있습니다. 이런 수년 주기의 변동은 지구 기후의 여러가지 요인들에 의해 생기는 것으로 본래 자연적인 변동입니다. 다만 2012 년이 워낙 역사적으로 해빙의 면적이 크게 감소해 반등 폭이 커보일 뿐이죠.
실제로 2013 년 자체만 보더라도 1981 년에서 2010 년 사이 30 년 평균에 비해서 100 만 ㎢ 이상 해빙의 면적이 작습니다. 또 1970 년대 말에 비해서는 거의 수백만 ㎢ 의 해빙이 감소한 것입니다. (Figure 1/2/3 을 모두 참조) 즉 2013 년 현재에도 이전 평균에 비해 해빙의 면적이 크게 감소했습니다. 다만 기록적인 해였던 2012 년에 미치지 못할 뿐이죠.
위의 패턴을 분석하면 본래 지구 기후에 수년 주기의 변동 + 지구 기온을 상승시키는 다른 요인으로 인해 4-5 년 주기로 변동을 계속해온 북극해의 해빙이 등락을 거듭하면서 감소한 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2013 년은 특별하다곤 말하기 어렵습니다. (잘 보면 2013 년이 파란 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음) 오히려 특별한 것은 2012 년이겠죠.
이는 물론 지구 전체 기온 패턴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2013 년 1월에서 7월까지의 지구 평균 기온은 역대 6 번째로 더웠는데 사실 2010 년보다 약간 기온이 낮습니다. 그러면 3 년 사이 지구 평균 기온이 약간 감소했으니 지구 온난화 추세는 반전된 것일까요 ? NOAA 의 데이터를 한번 보겠습니다.
(1880 년 이후 지구 평균 기온/ 평균 육지/ 평균 해양 기온 Credit : NOAA)
2010 년에 역대 1 위를 기록한 지구 평균 기온은 이후 2012 년까지 깨지지 않았고 2013 년에도 아마도 깨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면 2010 년 이후로 지구 기온이 내려가는 것일까요. 아마도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이전의 패턴을 봐도 그전 최고 기록은 2005 년이었습니다. 이후 약간 온도가 낮아졌지만 매년 다시 상승 하다 2010 년에는 이전 기록인 2005 년에 타이를 이뤘습니다.
그런데 사실 2005 년 이후 지구 평균 기온은 20 세기 평균에 비해 적어도 섭씨 0.7 도는 더 높은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구 평균 기온이 상승했다는 명제는 참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 추세가 반전되었다는 증거는 적어도 위의 관측 기록으로는 지지할 수 없는 이야기 입니다. 앞으로 5 년 10 년 계속 기온이 하락하는 추세가 이어져야 그렇게 언급할 수 있을 것 입니다.
왜냐하면 기본적으로 지구 평균 기온 역시 위의 그래프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수년 주기의 등락을 반복하기 때문입니다. 위의 그래프에 대한 해석 역시 지구 기온의 본래 있던 변동 + 지구 기온을 상승시키는 다른 요인이 합쳐져서 이런 모습이 되었다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기본적 사실을 무시하고 그때 그때 상황에 따라 '한반도 아열대화'와 '미니 빙하기' 따위 기사를 써낼 수 있다는 것은 미디어가 대중에게 미치는 영향력에 비해 사실 전문 지식은 매우 빈약하다는 증거 입니다. 문제는 이를 접하는 대부분의 일반적인 독자들도 해당 전문 지식은 똑같이 빈약하기 때문에 이를 모두 사실로 오해 하거나 어떤 맞는지 헷갈릴 수 있다는 점입니다.
교육 수준이 향상되고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쉬워지는 데도 더 쉽게 무지해질 수 있다는 점은 정보 사회의 역설적인 딜레마 같습니다. 아무튼 짧막한 언론 기사에서 얻는 지식은 항상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점은 확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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