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어 (Gear) 란 두개 이상의 축사이의 회전이나 동력을 전달하는 장치의 총칭으로 동력을 전달하는 두개의 맞물린 톱니바퀴가 가장 대표적인 사례라고 하겠습니다. 이와 같은 기어는 인간이 만든 기계 장치에는 매우 널리 사용되고 있지만 자연계에서는 보기 힘듭니다. 회전축에 동력을 전달하는 모터 같은 기관은 다세포 동물에서는 보기 힘들고 맞물린 톱니바퀴를 가진 기어 역시 보기 드문 경우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톱니처럼 생긴 기관이나 관절이 아니라 실제 기계적인 힘을 전달하는데 쓰이는 기어의 존재는 이제까지 생물계에서는 없는 것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하지만 캠브리지 대학의 연구자들은 매우 흔한 곤충에서 이것을 찾아내는데 성공했습니다.
캠브리지 대학 (University of Cambridge ) 의 말콤 버로우 (Professor Malcolm Burrows, from Cambridge's Department of Zoology) 교수를 비롯한 연구팀은 유럽에서 흔하게 보는 곤충인 Issus 의 유충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이와 같은 놀라운 사실을 밝혀내는데 성공했습니다. 연구자들은 생물학적인 구조에서는 처음으로 관찰되는 기어 구조 (first observation of mechanical gearing in a biological structure) 라고 주장했습니다.
(새롭게 발견된 생물학적 기어 Cog wheels connecting the hind legs of the plant hopper, Issus. (Credit: Burrows/Sutton))
수 mm 에 불과한 이 작은 곤충의 유충은 몸집에 비해 놀라울 만큼 빠르게 도약할 수 있습니다. 그 비결은 이 유충의 뒷다리 2 개에 있습니다. 여기에는 불과 400 마이크로미터 (micrometer, 백만분의 1 미터) 에 달하는 기어 조각이 있고 각각에는 10 개에서 12 개 사이의 톱니가 존재합니다. 각 톱니의 기어비는 1:1 로 이 기어는 30 마이크로초 (microsecond, 백만 분의 1 초) 동안 뒷다리를 한쪽 방향으로 움직이게 만듭니다. 이 때 이 작은 곤충은 최대 500 - 700 G 라는 엄청난 가속도를 경험합니다. (아래 동영상 참조) 물론 유충이 작기 때문에 이동하는 거리는 짧지만 유충의 몸에 비해서는 엄청난 거리를 도약할 수 있습니다.
(설명 동영상)
Issus 의 유충이 이런 독특한 기어를 진화시킨 이유에 대해서 연구자들은 엄청난 가속도로 도약시 몸이 흔들리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즉 곤충의 몸에 비해 엄청난 가속도로 이동하는데 만약 두 뒷다리가 정확하게 동시에 움직이지 않으면 위험하다는 것이죠. 아무튼 이런 작은 기어가 그렇게 고속으로 움직이면서 엄청난 G 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자연의 경이라고 하겠습니다.
한가지 더 특이한 점이라면 이 기어 시스템이 곤충에서 유충기에만 발견된다는 것입니다. 왜 성충이 되면 사라지는 지는 확실치 않지만 사실 이런 기어 시스템 자체가 매우 드문 점을 생각하면 놀랄만한 일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아주 특수한 상황에서만 진화된 독특한 구조라고 봐야겠죠. 자연계에 존재하는 다세포 기관 가운데 완전한 원운동을 지원할 수 있는 모터 형식의 구조는 보기 어렵습니다. (세포단위에서는 가능) 이 경우도 완전한 원모양의 톱니가 아닌 부분 톱니의 구조로 근육으로 움직입니다.
아무튼 간에 향후 이런 비슷한 구조가 다른 생물체에도 존재하는지 궁금하게 만드는 소식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이 연구는 Science 에 발표되었습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
- Malcolm Burrows and Gregory Sutton. Interacting Gears Synchronize Propulsive Leg Movements in a Jumping Insect. Science, 13 September 2013: 1254-1256 DOI:10.1126/science.1240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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