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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4월 4일 수요일

고생대에 몸길이 7m 민물고기가 있었다?



 육기어류 (Sarcopterygii, lobe-finned fish)라고 하면 사실 우리에게 친숙한 표현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사실 우리가 모두 여기에 속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앞서 포스트에서 언급했듯이 인간을 포함한 현생 척추동물은 턱이 있는 물고기 그룹인 유악하문에 속합니다. 유악류는 다시 판피류, 경골어류, 연골어류로 나눌 수 있는데, 이 가운데 단단한 뼈를 지닌 경골어류가 현생 척추동물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경골어류는 다시 지느러미가 몸통에 붙는 방식에 따라서 크게 두 종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뼈와 살이 몸통에 연결되어 있고 여기에 지느러미가 달린 육기어류와 단순히 얇은 막 같은 지느러미를 지닌 조기어류 (Actinopterygii (ray-finned fish))가 그것입니다. 조기어류는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어류를 의미합니다. 이들은 매우 다양하게 적응방산했지만, 사지동물로 진화한 종류는 없는데, 얇은 막 같은 지느러미가 네 다리로 진화하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반면 제 책인 포식자에서 살 지느러미 물고기라는 좀 더 평이한 단어로 설명한 육기어류는 골격과 살집이 있는 다리 같은 지느러미를 지녀 사지 동물로 진화하기 쉬운 구조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몸구조를 지닌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 잘 모르지만, 다리 같은 지느러미 덕분에 얕은 바다나 강, 호수 등에서 움직이는 데 유리했을 것이라는 점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육기어류의 상당수가 민물 환경에서 살았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오늘은 책에서 미처 소개하지 못했던 내용의 보충입니다. 









 육기어류의 초기 모습을 보여주는 귀유 오네이로스 Guiyu oneiros는 중국에서 발견되었으며 대략 4억 1900만년 전에 살았던 원시 어류입니다. 이름도 유령 물고기라는 듯입니다. 


(귀유 오레이로스의 복원도. 


 초기 육기어류는 중국에서 최근 많이 발견되었는데, 2014년에는 매우 큰 입을 가진 독특한 경골어류인 메가마스탁스 (Megamastax)가 발견되었습니다. 대략 1m의 몸길이로 당시에는 작지 않은 어류였을 것입니다. 육기어류인지 조기어류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으나 일단은 육기 어류로 보고 있고 살았던 시기는 4억 2300만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따라서 육기어류의 등장은 대략 실루리아기 말로 볼 수 있습니다. 이들은 어류의 시대로 불린 데본기에 다양하게 적응방산해서 크게 번성합니다. 


(메가마틱스의 복원도. 잡아먹는 물고기는 민물 갑주어인 Galeaspida, 데본기에는 아직 무악류가 상당히 남아서 같이 공존했으나 점차 유악류에 자리를 내주게 됩니다.  Life reconstruction of Megamastax feeding on galeaspids. Brian Choo - (2014). "The largest Silurian vertebrate and its palaeoecological implications". Scientific Reports 4. )


  유악류 가운데 육기어류는 크게 세 그룹으로 나눠지는데, 살아있는 화석인 실러캔스를 포함한 총기어아강 (Coelacanthimorpha), 폐어를 포함한 그룹인 폐어아강 (Dipnoi), 그리고 현생 육상 척추동물을 모두 포함하는 사지형류 (Tetrapodomorpha)가 그것입니다. 앞에 두 그룹에 대해서는 나중에 따로 이야기 해보기로 하고 오늘은 사지형류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사지형류는 현생 사지류 (양서류, 파충류, 조류, 포유류)로 진화한 것 이외에 그 근연관계에 있는 육기어류를 포함하는 단어입니다. 우리는 흔히 진화가 한쪽 방향으로 일어났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적자생존의 법칙은 한쪽으로만 손을 들어주지는 않기 때문에 사지류로 진화하는 듯 했다가 다시 물고기처럼 돌변한 사지형류도 등장합니다. 


 하지만 물고기도 그렇다고 네발 짐승도 아닌 애매한 몸구조가 원인이었는지 수중 생활을 하던 사지형류는 모두 멸종했고 현재 살아남은 것은 현생 사지류로 진화한 것 뿐입니다. 그래도 데본기에는 현생 물고기와 매우 유사하게 생긴 사지형류가 강과 호수에 흔했습니다. 예를 들어 뼈 물고기라는 뜻의 오스테올레피스 (Osteolepis) 20cm 정도 되는 몸길이를 지닌 평범한 어류지만 사지형류에 속합니다. 




(오스테올레피스의 화석과 복원도. 출처: 위키피디아)


 데본기 후기 크게 번성한 민물 사지형류 어류인 유스테노프테론 (Eusthenopteron)는 수천개의 화석이 발견되어 당시 생태계를 엿볼 수 있는 여러 가지 정보를 제공했습니다. 대략 50cm 정도 되는 중형 어류로 외형상 조기어류와 별로 달라보이지 않지만 사실 중요한 차이가 있습니다. 부챗살 모양의 뼈대에 얇은 막이 있는 조기어류와 달리 지느러미에 상지와 하지를 이루는 중요한 여섯 개의 뼈 (humerus, ulna, radius, femur, tibia, fibula )가 있어 현생 사지류와 공통 분모를 가진다는 점입니다. 



(유스테노프테론의 복원도. 


 유스테노프테론은 현생 사지류의 조상은 아니고 트리스티코프테리드과(Tristichopteridae)라는 멸종된 곁가지에 속합니다. 이 과에서 가장 큰 포식자는 하이네리아 (Hyneria)로 책에서도 소개한 바 있습니다. 몸길이 2.5m에 달하는 대형 어류로 당시 생태계에서는 상위 포식자에 속했을 것입니다. 이보다 작지만 플래티세팔리치티스(Platycephalichthys)는 1m가 넘는 몸에 크고 날카로운 이빨이 있는 사지 동물 같은 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두개골에서 사지류의 모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 


(Platycephalichthys in Cosmocaixa, Barcelona


 사지형류의 곁가지 가운데 가장 크고 강력한 것은 리조돈트 (Rhizodont)였습니다. 책에서 소개한 것처럼 역사상 가장 큰 민물고기로 추정되는 사지형류로 몸길이가 최대 7m에 달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22cm에 달하는 거대한 이빨 화석은 이들이 당시 강과 호수에서 최강 포식자였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리조두스 히베르티의 복원도와 이빨 화석. 출처: 위키피디아) 


 이렇게 다양한 형태로 번성했던 사지형류는 외형적으로는 현생 조기어류와 닮아보이지만, 그들의 지느러미는 확연히 달랐습니다. 리조돈트의 일종인 사우립테리스의 화석을 보면 다리뼈의 형태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들의 지느러미에는 뼈와 근육이 있었고 이는 사지 동물로 진화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fossil of Sauripteris taylori, an extinct fish  


 하지만 세상일이 다 그렇듯이 가능성이 있다고 해서 다 되는 것은 아닙니다. 사지형류 역시 이런 골격을 지니고 있다고 다 사지 동물로 진화하지는 않았습니다. 오늘날의 폐어나 실러캔스가 아직도 물에 남아있듯 당시 사지형류 중 육지로 상륙한 것은 소수에 불과했습니다. 잠시 물밖으로 몸을 내미는 것이 아니라 땅을 걷기 위해서는 많은 변화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나머지 이야기를 다음에 해보겠습니다. 



 참고 


Zhu, M.; Zhao, W. (2009). "The Xiaoxiang Fauna (Ludlow, Silurian) – a window to explore the early diversification of jawed vertebrates". Rendiconti della Società Paleontologica Italiana. 3 (3): 357–358.

Choo, Brian; Zhu, Min; Zhao, Wenjin; Jia, Liaotao; Zhu, You'an (2014). "The largest Silurian vertebrate and its palaeoecological implications". Scientific Reports. 4

M. Laurin, F. and J. Meunier 2012. A microanatomical and histological study of the fin long bones of the Devonian sarcopterygian Eusthenopteron foordi. Acta Zoologica 93: 88–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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