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고생대에 몸길이 7m 민물고기가 있었다?



 육기어류 (Sarcopterygii, lobe-finned fish)라고 하면 사실 우리에게 친숙한 표현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사실 우리가 모두 여기에 속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앞서 포스트에서 언급했듯이 인간을 포함한 현생 척추동물은 턱이 있는 물고기 그룹인 유악하문에 속합니다. 유악류는 다시 판피류, 경골어류, 연골어류로 나눌 수 있는데, 이 가운데 단단한 뼈를 지닌 경골어류가 현생 척추동물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경골어류는 다시 지느러미가 몸통에 붙는 방식에 따라서 크게 두 종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뼈와 살이 몸통에 연결되어 있고 여기에 지느러미가 달린 육기어류와 단순히 얇은 막 같은 지느러미를 지닌 조기어류 (Actinopterygii (ray-finned fish))가 그것입니다. 조기어류는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어류를 의미합니다. 이들은 매우 다양하게 적응방산했지만, 사지동물로 진화한 종류는 없는데, 얇은 막 같은 지느러미가 네 다리로 진화하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반면 제 책인 포식자에서 살 지느러미 물고기라는 좀 더 평이한 단어로 설명한 육기어류는 골격과 살집이 있는 다리 같은 지느러미를 지녀 사지 동물로 진화하기 쉬운 구조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몸구조를 지닌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 잘 모르지만, 다리 같은 지느러미 덕분에 얕은 바다나 강, 호수 등에서 움직이는 데 유리했을 것이라는 점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육기어류의 상당수가 민물 환경에서 살았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오늘은 책에서 미처 소개하지 못했던 내용의 보충입니다. 









 육기어류의 초기 모습을 보여주는 귀유 오네이로스 Guiyu oneiros는 중국에서 발견되었으며 대략 4억 1900만년 전에 살았던 원시 어류입니다. 이름도 유령 물고기라는 듯입니다. 


(귀유 오레이로스의 복원도. 


 초기 육기어류는 중국에서 최근 많이 발견되었는데, 2014년에는 매우 큰 입을 가진 독특한 경골어류인 메가마스탁스 (Megamastax)가 발견되었습니다. 대략 1m의 몸길이로 당시에는 작지 않은 어류였을 것입니다. 육기어류인지 조기어류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으나 일단은 육기 어류로 보고 있고 살았던 시기는 4억 2300만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따라서 육기어류의 등장은 대략 실루리아기 말로 볼 수 있습니다. 이들은 어류의 시대로 불린 데본기에 다양하게 적응방산해서 크게 번성합니다. 


(메가마틱스의 복원도. 잡아먹는 물고기는 민물 갑주어인 Galeaspida, 데본기에는 아직 무악류가 상당히 남아서 같이 공존했으나 점차 유악류에 자리를 내주게 됩니다.  Life reconstruction of Megamastax feeding on galeaspids. Brian Choo - (2014). "The largest Silurian vertebrate and its palaeoecological implications". Scientific Reports 4. )


  유악류 가운데 육기어류는 크게 세 그룹으로 나눠지는데, 살아있는 화석인 실러캔스를 포함한 총기어아강 (Coelacanthimorpha), 폐어를 포함한 그룹인 폐어아강 (Dipnoi), 그리고 현생 육상 척추동물을 모두 포함하는 사지형류 (Tetrapodomorpha)가 그것입니다. 앞에 두 그룹에 대해서는 나중에 따로 이야기 해보기로 하고 오늘은 사지형류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사지형류는 현생 사지류 (양서류, 파충류, 조류, 포유류)로 진화한 것 이외에 그 근연관계에 있는 육기어류를 포함하는 단어입니다. 우리는 흔히 진화가 한쪽 방향으로 일어났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적자생존의 법칙은 한쪽으로만 손을 들어주지는 않기 때문에 사지류로 진화하는 듯 했다가 다시 물고기처럼 돌변한 사지형류도 등장합니다. 


 하지만 물고기도 그렇다고 네발 짐승도 아닌 애매한 몸구조가 원인이었는지 수중 생활을 하던 사지형류는 모두 멸종했고 현재 살아남은 것은 현생 사지류로 진화한 것 뿐입니다. 그래도 데본기에는 현생 물고기와 매우 유사하게 생긴 사지형류가 강과 호수에 흔했습니다. 예를 들어 뼈 물고기라는 뜻의 오스테올레피스 (Osteolepis) 20cm 정도 되는 몸길이를 지닌 평범한 어류지만 사지형류에 속합니다. 




(오스테올레피스의 화석과 복원도. 출처: 위키피디아)


 데본기 후기 크게 번성한 민물 사지형류 어류인 유스테노프테론 (Eusthenopteron)는 수천개의 화석이 발견되어 당시 생태계를 엿볼 수 있는 여러 가지 정보를 제공했습니다. 대략 50cm 정도 되는 중형 어류로 외형상 조기어류와 별로 달라보이지 않지만 사실 중요한 차이가 있습니다. 부챗살 모양의 뼈대에 얇은 막이 있는 조기어류와 달리 지느러미에 상지와 하지를 이루는 중요한 여섯 개의 뼈 (humerus, ulna, radius, femur, tibia, fibula )가 있어 현생 사지류와 공통 분모를 가진다는 점입니다. 



(유스테노프테론의 복원도. 


 유스테노프테론은 현생 사지류의 조상은 아니고 트리스티코프테리드과(Tristichopteridae)라는 멸종된 곁가지에 속합니다. 이 과에서 가장 큰 포식자는 하이네리아 (Hyneria)로 책에서도 소개한 바 있습니다. 몸길이 2.5m에 달하는 대형 어류로 당시 생태계에서는 상위 포식자에 속했을 것입니다. 이보다 작지만 플래티세팔리치티스(Platycephalichthys)는 1m가 넘는 몸에 크고 날카로운 이빨이 있는 사지 동물 같은 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두개골에서 사지류의 모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 


(Platycephalichthys in Cosmocaixa, Barcelona


 사지형류의 곁가지 가운데 가장 크고 강력한 것은 리조돈트 (Rhizodont)였습니다. 책에서 소개한 것처럼 역사상 가장 큰 민물고기로 추정되는 사지형류로 몸길이가 최대 7m에 달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22cm에 달하는 거대한 이빨 화석은 이들이 당시 강과 호수에서 최강 포식자였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리조두스 히베르티의 복원도와 이빨 화석. 출처: 위키피디아) 


 이렇게 다양한 형태로 번성했던 사지형류는 외형적으로는 현생 조기어류와 닮아보이지만, 그들의 지느러미는 확연히 달랐습니다. 리조돈트의 일종인 사우립테리스의 화석을 보면 다리뼈의 형태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들의 지느러미에는 뼈와 근육이 있었고 이는 사지 동물로 진화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fossil of Sauripteris taylori, an extinct fish  


 하지만 세상일이 다 그렇듯이 가능성이 있다고 해서 다 되는 것은 아닙니다. 사지형류 역시 이런 골격을 지니고 있다고 다 사지 동물로 진화하지는 않았습니다. 오늘날의 폐어나 실러캔스가 아직도 물에 남아있듯 당시 사지형류 중 육지로 상륙한 것은 소수에 불과했습니다. 잠시 물밖으로 몸을 내미는 것이 아니라 땅을 걷기 위해서는 많은 변화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나머지 이야기를 다음에 해보겠습니다. 



 참고 


Zhu, M.; Zhao, W. (2009). "The Xiaoxiang Fauna (Ludlow, Silurian) – a window to explore the early diversification of jawed vertebrates". Rendiconti della Società Paleontologica Italiana. 3 (3): 357–358.

Choo, Brian; Zhu, Min; Zhao, Wenjin; Jia, Liaotao; Zhu, You'an (2014). "The largest Silurian vertebrate and its palaeoecological implications". Scientific Reports. 4

M. Laurin, F. and J. Meunier 2012. A microanatomical and histological study of the fin long bones of the Devonian sarcopterygian Eusthenopteron foordi. Acta Zoologica 93: 88–97.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잘 쓰지도 않을 방법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아무래도 효율

R 스튜디오 설치 및 업데이트

 R을 설치한 후 기본으로 제공되는 R 콘솔창에서 코드를 입력해 작업을 수행할 수도 있지만, 보통은 그렇게 하기 보다는 가장 널리 사용되는 R 개발환경인 R 스튜디오가 널리 사용됩니다. 오픈 소스 무료 버전의 R 스튜디오는 누구나 설치가 가능하며 편리한 작업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에 R을 위한 IDE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어 있습니다. 아래 링크에서 다운로드 받습니다.    https://www.rstudio.com/  다운로드 R 이나 혹은 Powerful IDE for R로 들어가 일반 사용자 버전을 받습니다. 오픈 소스 버전과 상업용 버전, 그리고 데스크탑 버전과 서버 버전이 있는데, 일반적으로는 오픈 소스 버전에 데스크탑 버전을 다운로드 받습니다. 상업 버전의 경우 데스크탑 버전의 경우 년간 995달러, 서버 버전은 9995달러를 받고 여러 가지 기술 지원 및 자문을 해주는 기능이 있습니다.   데스크탑 버전을 설치하는 과정은 매우 쉽기 때문에 별도의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인스톨은 윈도우, 맥, 리눅스 (우분투/페도라)에 따라 설치 파일이 나뉘지만 설치가 어렵지는 않을 것입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이라면 R은 사전에 반드시 따로 설치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R 스튜디오만 단독 설치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뭐 당연한 이야기죠.   설치된 R 스튜디오는 자동으로 업데이틀 체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업데이트를 위해서는 R 스튜디오에서 Help 로 들어가 업데이트를 확인해야 합니다.     만약 업데이트 할 내용이 없다면 최신 버전이라고 알려줄 것이고 업데이트가 있다면 업데이트를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게 됩니다. R의 업데이트와 R 스튜디오의 업데이트는 모두 개별적이며 앞서 설명했듯이 R 업데이트는 사실 기존 버전과 병행해서 새로운 버전을 새롭게 설치하는 것입니다. R 스튜디오는 실제로 업데이트가 이뤄지기 때문에 구버전을 지워줄 필요는

R 패키지 설치 및 업데이트 오류 (1)

 R 패키지를 설치하거나 업데이트 하다보면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기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이 경우 아예 R을 재설치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어떤 경우에는 이렇게해도 해결이 안되고 계속해서 사용자는 괴롭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중 하나를 소개합니다.  새로운 패키지를 설치, 혹은 업데이트 하는 과정에서 같이 설치하는 패키지 중 하나가 설치가 되지 않는다는 메세지가 계속 나왔는데, 사실은 백신 프로그램 때문이었던 경우입니다.   dplyr 패키지를 업데이트 하려고 했는데,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설치를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일부 패키지가 제대로 설치되지 않는다는 메세지가 나왔습니다.  > install.packages("dplyr") Error in install.packages : Updating loaded packages > install.packages("dplyr") Installing package into ‘C:/Users/jjy05_000/Documents/R/win-library/3.4’ (as ‘lib’ is unspecified) also installing the dependencies ‘bindr’, ‘bindrcpp’, ‘Rcpp’, ‘rlang’, ‘plogr’ trying URL ' https://cran.rstudio.com/bin/windows/contrib/3.4/bindr_0.1.1.zip ' Content type 'application/zip' length 15285 bytes (14 KB) downloaded 14 KB trying URL ' https://cran.rstudio.com/bin/windows/contrib/3.4/bindrcpp_0.2.2.zip ' Content type 'application/zip' length 620344 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