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nslate

2018년 4월 10일 화요일

후손에게 기억을 전해주는 박테리아



(The researchers studied Pseudomonas aeruginosa, which forms biofilms in the airways of people with cystic fibrosis and can cause lethal infections. Credit: Janice Haney Carr/USCDCP)


 박테리아는 감각 기관이나 신경 세포 없이도 주변 환경을 인지하고 이에 따라 다르게 행동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먹이를 감지하고 이동하거나 자신의 성장에 최적 온도, pH, 염도가 있는 환경으로 움직이는 능력이 있습니다. 매우 작고 단순한 박테리아들이 어떻게 주변 환경을 감지하는지에 대해서는 밝혀진 부분도 있고 아닌 부분도 있지만 아무튼 놀라운 능력임은 분명합니다. 


 그런데 UCLA의 과학자들이 이끄는 국제 연구팀이 박테리아가 주변 환경을 인지하는 것은 물론 그 내용을 후손에게도 전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연구팀은 사람에서 질병을 일으키는 박테리아 중 하나인 녹농균(Pseudomonas aeruginosa)이 어떻게 낭포성 섬유증 (cystic fibrosis) 환자에서 생물막을 형성해서 감염을 지속적으로 일으키는지 연구하던 도중에 새로운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감염의 가장 중요한 단계는 목표가 되는 세포의 표면에 달라붙어 증식하는 것입니다. 흥미롭게도 이 단계에서 적절한 위치임이 파악되면 녹농균들은 세대를 거듭해도 같은 행동을 보였습니다. 이 사실은 90년 전부터 알려져 있지만, 정확히 그 이유는 알지 못했습니다. 


 연구팀은 이 과정에 두 가지 기전이 관여한다는 점을 알아냈습니다. 하나는 세포내 신호 과정 중 하나인 cyclic AMP이고 다른 하나는 세포의 이동에 관여하는 type IV pili 입니다. 녹농균은 이 둘을 통해서 행동을 세대를 통해서 일치시키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사실 생각해보면 이는 놀라운 일이 아니라 당연한 일이기도 합니다. 녹농균의 후손들이라는 것은 결국 하나의 세포에서 유래한 자손들이기 때문에 cAMP 및 type IV pili의 활성화 같은 특징을 분열하면서 공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 활성화 정도가 지금 있는 상황에서 적절하다면 급격히 후손을 늘려 생물막을 형성할 것이므로 이는 녹농균의 생존에 유리한 방식이라고 하겠습니다. 


 물론 이와 같은 연구는 녹농균이 후손에게 기억을 전달하는 능력을 테스트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들의 감염 기전을 억제할 방법을 알아내기 위한 것입니다. 신호 전달체계에 혼란을 주거나 달라붙는 과정을 방해한다면 세균이 감염 지역에 지속적으로 살기 어려워서 심각한 질병을 일으키지 못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사람의 기억과는 다르지만, 스타크래프트에 나오는 프로토스처럼 집단이 기억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은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참고 


 Calvin K. Lee et al. Multigenerational memory and adaptive adhesion in early bacterial biofilm communities,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2018). DOI: 10.1073/pnas.1720071115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