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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4월 14일 토요일

고생대의 거대 올챙이? 크라시지리누스 (Crassigyrinus)



(Crassigyrinus scoticus, a carboniferous early tetrapod from Scotland. Nobu Tamura (http://spinops.blogspot.com) )


 앞서 소개한 현생 사지류에 가까운 사지형류를 견두류 (Stegocephalia)라고 부릅니다. 이들은 데본기 후기 등장해 얕은 강과 호수, 그리고 습지에서 번성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들이 살았던 공간은 현재의 아마존강 유역이나 메콩강 유역 같은 지역과 비슷한 환경이었을 것입니다. 산소가 부족하고 자주 말라가는 웅덩이와 얕은 강가에서 이들은 공기 호흡법과 강이나 호수 바닥을 기는 능력을 획득했을 것이고 일부는 실제로 육지를 기어다는 식으로 움직였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초기 사지 동물의 조상은 데본기 말에 있었던 멸종에서 대부분 자취를 감추게 됩니다. 물론 견두류가 모두 멸종한 것은 아니고 일부는 살아남았는데, 그렇지 않았다면 인간을 포함한 현생 사지 동물이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니 당연한 이야기라고 하겠습니다. 아무튼 석탄기 (3억5890만년 - 2억9890년 전) 초에는 양서류는 물론 초기 양막류의 조상에 해당하는 화석이 많지 않아 이 시기를 재구성하는데 다소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래도 스코틀랜드 지역을 비롯한 석탄기 초기 지층에서 초기 사지동물과 양서류의 진화를 엿볼 수 있는 화석들이 발견되고 있는데, 이 중 흥미로운 생물 가운데 하나가 바로 지금 소개할 크라시지리누스 (Crassigyrinus)입니다. 제 책인 포식자에서도 잠시 언급했습니다. 










 크라시지리누스 속에는 C. scoticus 한 종만이 알려져 있으며 스코틀랜드에서 1926년 발견되었습니다. 크라시지리누스는 두꺼운 올챙이 (thick tadpole)라는 뜻으로 마치 팔다리가 나는 올챙이처럼 생긴 다리를 지니고 있습니다. 몸길이가 2m인데 상완골의 길이는 35mm에 불과해 앞다리는 퇴화중이고 뒷다리도 아주 큰 기능을 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견두류처럼 사지 골격의 형태 자체는 현생 사지류와 닮은 부분이 많다는 것입니다. 


(Panchen, A.L. and Smithson, T.R. 1990. The pelvic girdle and hind limb of Crassigyrinus scoticus (Lydekker) from the Scottish Carboniferous and the origin of the tetrapod pelvic skeleton. Transactions of the Royal Society of Edinburgh: Earth Sciences. 81:31-44. Copyright © 1990 Royal Society of Edinburgh)


 크라시지리누스의 골격을 보면 육지를 자유롭게 걸었을 것으로는 상상하기 어려우며 얕은 습지대나 혹은 호수와 강가에서 살았던 생물로 생각됩니다. 60도까지 벌어지는 입과 앞쪽의 큰 이빨은 매우 적극적인 포식자였음을 시사합니다. 눈이 큰 점을 보면 야행성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크라시지리누스 자체는 현생 사지류의 조상에 더 가까운 그룹으로 생각되지만, 직접적인 조상은 물론 아닐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래도 사지류라고 해서 반드시 육지 생활을 하는 방향으로만 진화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는 매우 흥미로운 생물입니다. 진화의 방향은 생존에 유리하고 자손을 많이 남길 수 있다면 어느 방향으로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사지형류라고 해서 반드시 손발이 육지 생활에 적응해 진화하는 것만이 아니라는 것이죠. 


 물론 우리는 결국 육지 생활을 선택한 사지류의 후손입니다. 하지만 결국 육지 생활을 포기하고 다시 물로 들어간 수많은 사지류가 있는 것처럼 삶의 방식에는 하나의 정답만 있는 건 아닐 것입니다.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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