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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당류 섭취 + 빈 칼로리 문제




 제 신간인 과학으로 먹는 3대 영양소 가운데 중요하게 설명한 부분이 당류를 과도하게 섭취하면 안된다는 것입니다. 당류란 탄수화물 가운데 먹었을 때 단맛이 나는 물질로 설탕, 포도당, 과당, 올리고당 등을 의미합니다. 넓은 의미의 당류란 탄수화물과 구분하지 않고 사용되지만, 책에서는 탄수화물 섭취와 단순당류 섭취를 구분해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일반적인 영양 섭취 가이드라인에서 구분해서 권장 섭취량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는 책에서 생략했던 내용을 추가로 설명합니다. 책에서 당류의 섭취 기준을 전체 열량 대비 총당류 기준 10-20%, 그리고 첨가당 기준으로 10%으로 제시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당연히 여기에는 근거가 있습니다. 첨가당이 10%를 넘어서는 안되는 이유에 대해서는 이미 책에서 상세히 설명을 했다시피 당뇨, 대사증후군, 비만 및 여러 질환의 위험도가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한국인의 당류 섭취 조사 결과를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우리 나라는 다른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국가 보건 정책 및 연구 자료 수집을 위해 표본 조사를 통해서 한국인의 식생활 습관 및 다양한 건강 관련 데이터를 수집합니다. 국민건강영양 조사가 바로 그것으로 우리 나라 국민 영양 역학 조사의 기본 자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자료를 바탕으로 총당류 및 전체 에너지 섭취를 살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출처: 2015 한국인 영양소 섭취 기준) 


 한국인의 주요 당류 섭취 경로는 가공식품, 우유, 과일, 기타 원재료성 식품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가공식품이란 탄산 음료를 포함한 가당음료, 과자, 디저트류 등을 포함한 개념이고 우유와 과일은 글자 그대로입니다. 기타 원재료성 식품은 식재료 자체에 자연당이 일부 포함된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 당근은 100 g 당 4.7g 정도의 당을 포함하고 있어 먹으면 약간 단 맛이 나게 됩니다.  


 우리 나라 국민의 평균 당류 섭취는 총당류 기준으로 61.4g 정도로 전체 탄수화물 섭취의 1/5 정도이며 전체 열량의 12.8%로 미국 등 다른 서구 국가대비 낮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가공식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 이상인 35g이며 과일에서 섭취하는 양은 전체의 1/4 정도입니다. 이 표만 보더라도 과일을 통한 과당 섭취보다는 가공식품을 통한 당 섭취가 더 문제라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가당음료나 설탕이 듬뿍 들어있는 과자, 아이스크림, 케익, 도넛류는 상당히 본래 자연 상태에서는 섭취할 수 없는 음식으로 에너지가 상당히 농축되어 있는 물질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우리에게 필요한 미량 원소와 비타민은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이런 음식을 많이 먹으면 빈 칼로리 (empty calorie)의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전체 열량 섭취는 부족하지 않은데 필수 영양소가 부족한 현상이죠. 과연 한국에서는 문제가 얼마나 심각할까요? 


(출처: 2015 한국인 영양소 섭취 기준) 


 위의 표를 보면 총당류 섭취를 에너지 섭취와 나이로 보정한 결과 20% 이상 그룹에서는 니아신 섭취와 인 섭취가 약간 낮고 10% 이하 그룹에서는 칼륨, 비타민 A, 비타민 C, 인 섭취가 약간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엄청난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지만, 전체 미네랄 및 비타민 섭취에서 가장 유리한 것은 10-20% 정도 되는 중간 그룹이라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흥미로운 결과가 나오는 이유는 아마도 10% 미만 당류 섭취 그룹이 당류의 다른 섭취 경로 - 예를 들어 과일, 우유, 당근 같은 원재로성 식재로 - 가 적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전체적으로는 당류 섭취량에 따른 심각한 영양소 결핍 소견은 없지만, 총당류 기준으로 10-20% 정도 그룹이 가장 유리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정도 그룹이 과일 비롯해서 다양한 음식을 먹어서 특정 영양소 결핍을 막는 것입니다. 


 위의 표에서 보면 20% 이상 그룹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고 10-20%그룹이 가장 많으며 이보다 10% 미만 그룹이 그 다음으로 많습니다. 20% 이상 그룹은 여성에서 19%, 남성에서 10.5% 정도로 상대적으로 적은 편입니다. 


 한국인의 경우 아직 당류 섭취, 특히 첨가당 과량 섭취가 미국 같은 서구 국가대비 낮은 편이며 이 표에서 볼 수 있듯이 빈 칼로리에 의한 영양 결핍 문제도 심각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한국인의 당류 섭취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점이 문제이고 국가적인 당류 저감 계획이 왜 나왔는지에 대해서 다음에 설명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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