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dit: Unsplash/CC0 Public Domain)
자연계에서 동물들도 치료 효과가 있는 식물이나 물질을 활용하는 사례들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에를 들어 야생 침팬지는 진통 및 항균 효과가 있는 식물을 찾고, 일부 새들은 진드기를 막기 위해 담배꽁초를 둥지 바닥에 깔기도 합니다.
하지만 높은 지능을 지닌 척추동물만 천연 약물을 사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과학자들은 꿀벌 같은 곤충도 이를 활용한다는 증거를 발견했습니다.
서양뒤영벌(Bombus terrestris)은 영어권에서는 '뷔페테일드 범블비(Buff-tailed bumblebee)' 또는 '큰땅뒤영벌'로 불립니다. 유럽이 원산지이나 뛰어난 수분 능력 덕분에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로 도입된 대표적인 자원 곤충입니다.
벨기에 루벤대학교와 스페인 바야돌리드대학교 (KU Leuven in Belgium and the University of Valladolid in Spain) 연구팀은 서양뒤영벌이 다양한 병원균에 노출되었을 때 먹이를 찾는 습성을 바꾸는지 조사했습니다.
연구팀은 텐트 안에 마련된 상업용 뒤영벌 군집을 통해 이를 검증했습니다. 각 텐트에는 8개의 로봇 꽃(파란색 4개, 노란색 4개)이 설치되어 있었는데, 이 꽃들은 순수한 설탕물 또는 케르세틴 (quercetin)이 함유된 설탕물을 미량으로 공급했습니다.
케르세틴 혹은 퀘르세틴은 야채나 과일 등 식물에 널리 분포되어 있는 노란색 계열의 천연 플라보노이드(폴리페놀) 성분입니다. 식물이 자외선이나 외부 환경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내는 파이토케미컬의 일종으로, 인체 내에서 강력한 항산화 및 항염증 작용을 하는 물질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식물의 꿀과 꽃가루에서도 발견됩니다.
연구팀은 실험에 앞서 벌집들을 2주 동안 세 그룹으로 나누었습니다. 한 그룹은 주로 꿀벌 유충을 감염시켜 죽이는 곰팡이인 아스코스페라 아피스(Ascosphaera apis)에 노출시켰고, 다른 그룹은 성체 꿀벌을 감염시키는 장내 세균인 세라티아 마르세센스(Serratia marcescens)에 노출시켰습니다. 대조군은 멸균된 설탕 용액을 섞은 꽃가루를 먹였습니다. 각 로봇 꽃의 중앙 먹이 공급 구멍 내부에 있는 센서가 모든 방문을 기록했고, 꽃은 방문 후 자동으로 꿀을 다시 채웠습니다.
5일간의 자유롭게 먹이를 채집할 시간을 주자 아스코스파에라 아피스 곰팡이에 노출된 벌집 군체는 케르세틴이 함유된 꽃을 방문하는 경우가 많아졌고, 꽃에서 꿀을 따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반면 세라티아 마르세센스 박테리아에 노출된 개체와 건강한 대조군은 케르세틴에 대한 특별한 선호도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번 연구는 섭취가 실제로 감염 수준을 낮추거나 유충 생존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는지 여부를 측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치료 효과의 차이 때문인지을 검증하지는 못해했습니다. 하지만 케르세틴에
대한 선호도는 아마도 특정 질병에 걸렸을 때 이 물질이 많은 꿀을 먹은 개체나 군집이 생존율이 높아 획득된 형질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 치료 효과의 차이가 이런 차이점을 만들었는지 앞으로 후속 연구 결과가 주목됩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6-08-bumblebees-medicate-exposed-fungal-infections.html
Kamiel Debeuckelaere et al, Hints of self-medication? Pathogen exposure-dependent foraging decisions of bumblebees, Royal Society Open Science (2026). DOI: 10.1098/rsos.260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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