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태양계 이야기 1226 - 갈은 커피보다 훨씬 약한 소행성?

 


(A mosaic image of Bennu composed of pictures taken by the OSIRIS-REx spacecraft. Credit: NASA/Goddard/University of Arizona. https://www.nasa.gov/news-release/nasas-newly-arrived-osiris-rex-spacecraft-already-discovers-water-on-asteroid/.)



(Simulation setup. a Mechanically stable granular bridge for α1 = α2 = 1 and d ∈ [4, 5] cm. b The granular bridges as a function of particle size. c A zoomed-in view illustrating the progressive failure of the granular bridge for α1 = α2 = 1 and d ∈ [4, 5] cm, from the initial state to complete rupture. d The variety of polyhedral shapes used in the study, characterized by different aspect ratios. Credit: Nature Communications (2026). DOI: 10.1038/s41467-026-75169-4)

소행성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는 우주를 떠돌아 다니는 거대한 바위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사실 대부분의 소행서은 우주를 떠돌아 다니는 잡석 더미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상당수는 조각난 암석인 미세 먼지 같은 입자들을 지니고 있습니다. 따라서 딥임팩트 미션처럼 충돌체를 소행성에 충돌시켜 궤도를 변화시키려 할 때는 상당히 신중히 접근해야 합니다. 오히려 소행성이 파괴되거나 궤도가 예상치 않은 방향으로 바뀔 수 있기 때문입니다.

콜로라도 볼더 대학교 선임 연구원 폴 산체스 (Paul Sánchez, a senior research associate at the University of Colorado Boulder)와 동료들은 소행성이 낮은 밀도와 빠른 자전에도 분해되지 않고 유지되는 이유를 분석했습니다.

사실 일부 작은 소행성들은 중력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강도를 지니고 있습니다. 지름 150m의 먼지와 잡석 더미에 불과한 소행성이 2.4시간 미만의 빠른 자전 속도를 지니면서도 분해되지 않는 것은 어떤 다른 힘이 존재함을 의미합니다. 연구팀은 자기중력은 크기(반지름)에 비례해 약해지지만, 입자 간 응집력(cohesion)은 크기에 무관하게 유지된다는데 주목했습니다. 따라서 작은 소행성에서는 중력이 급격히 약해지는 반면, 반 데르 발스(van der Waals) 힘 같은 미세한 응집력이 지배적 결합력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연구팀은 2010년에 이 가설을 제시한 바 있는데, 당시에는 가설을 검증할 구체적인 데이터를 확보하기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2023년 NASA의 오시리스-렉스(OSIRIS-REx) 임무가 베누 소행성에서 샘플을 가져오면서 상황이 변했습니다. 연구팀은 실제 소행성 샘플을 이용해서 응집력을 직접 측정해 시뮬레이션에 실제 값을 대입할 수 있게 됐습니다.

연구팀은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10가지 다른 종횡비를 지닌 구와 각진 입체의 소행성을 시뮬레이션 했습니다. 다만 소행성 전체를 모사하는 대신 소행성의 작은 조각을 모델링했습니다. 각각 직경 1미터인 두 개의 바위 사이에 점착성 입자 매트릭스(콘크리트의 시멘트처럼 더 큰 조각들을 결합하는 미세 물질)를 채워 넣어 다리 모양을 만든 후 다리가 부서질 때까지 바위를 잡아당기면 인장 강도를 측정할 수 있습니다. 연구팀은 오픈소스 코드 LMGC90에 구현된 접촉 동역학 방법을 사용하여 이러한 시뮬레이션을 78회 실행했습니다.

시뮬레이션 결과, 인장 강도는 두 가지 요소에 따라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나는 입자의 크기이고, 다른 하나는 구형에서 얼마나 벗어나 있는지입니다. 입자가 작을수록 더 강한 결합을 형성합니다. 입자가 작아지면 같은 공간에 더 많은 입자가 들어가게 되어 결합을 유지하는 접촉점이 많아집니다. 모양도 중요한데, 두 개의 구체는 한 점에서 만나는 반면, 두 개의 각진 입자는 모서리나 전체 면을 따라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연구팀은 반환된 샘플에서 측정된 응집력을 사용하여 베누에 적용했습니다. 그 결과 표면 강도는 1파스칼 (Pa) 미만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원격 탐사 및 샘플링 이벤트 자체에서 얻은 독립적인 추정치와 일치합니다. 비교를 위해 예를 들면 갓 갈아낸 커피로 작은 원통을 만들면 강도가 약 50Pa 정도인데, 손가락 하나로도 구멍을 뚫을 수 있습니다. 베누 소행성의 표면은 그보다 50배나 약한 셈입니다. 이렇게 약한 이유는 암석 사이 미세한 먼지 입자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연구는 소행성이 겉보기와 달리 같은 크기라도 내부 입자의 크기와 형태에 따라 강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는 앞으로 소행성 탐사 및 궤도 변경에 중요한 시사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참고

Paul Sánchez et al, A universal scaling framework for granular asteroid strength and its application to the surface of asteroid Bennu, Nature Communications (2026). DOI: 10.1038/s41467-026-75169-4.

https://phys.org/news/2026-09-particle-size-asteroid-strength-revealing.html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100 테슬라급 자기장 도달

 미국의 로스 알라모스 국립 연구소 (Los Alamos National Laboratory) 에서 과학자들이 지금까지 인간이 개발한 가장 강력한 자기장을 발생시키는 장치 개발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자기장의 세기를 나타내는 방법으로 자기력선의 밀도를 나타내기 위해 단위 면적당 자기력선의 수를 표시하는 단위인 테슬라 (T) 가 있습니다. (1T = 1Wb/㎡  웨버 (Wb) 는 자속의 단위)   의료용으로 사용되는 초전도체를 이용한 MRI 의 경우 1.5 - 3 테슬라급의 강력한 자기장으로 인체 내부를 볼 수 있게 만들지만 과학 연구용으로 이보다 더 강력한 자기장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 등장한 90 테슬라급 자기장에 이어 이번에 로스 알라모스 국립 연구소에서는 100 테슬라급인 100.75 T 를 실현 했다고 합니다.   이를 구현한 것은 18000 파운드 (8.16 톤 정도) 의 코일과 여기에 에너지를 공급할 1200 메가줄 (Megajoule) 급 모터 제네레이터등의 설비입니다.  (   The 1,200-megajoule motor generator that powers the magnetic pulse.  )  이와 같은 연구를 통해 알아내고자 하는 것은  Quantum Phase transitions and new ultra high field magnetic states Electronic Structure determination Topologically protected states of matter  로 요약할 수 있다고 합니다.   아무튼 수 T 급 MRI 만 해도 자기장의 힘이 엄청난데 100 T 라니 엄청난 자기장이네요. 이는 지구 자기장 세기보다 200만배 강력한 (물론 좁은 범위에서 작용하는 자기장이라 지구 전체...

고대 양서류 이야기 (2) - 악어를 닮은 거대 양서류들

  페름기에는 다양한 양막류가 진화해서 앞서 소개한 육상형 템노스폰딜리는 점차 설 자리를 잃게 됩니다. 하지만 양서류는 본래 자신의 서식지인 물과 습지에서 여전히 번성을 누렸습니다. 당시에는 악어류 같은 대형 양서형 파충류도 없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이와 비슷한 생태학적 지위는 여전히 양서류의 몫이었습니다. 이들에 대한 이야기는 제 책인 포식자에서 비교적 간단히 다뤘는데, 오늘은 여기에 대한 보충 설명입니다.  책 정보: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3347200 Yes 24:  http://www.yes24.com/24/goods/58772859 11번가:  http://books.11st.co.kr/product/SellerProductDetail.tmall?method=getSellerProductDetail&prdNo=1977867160 알라딘: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34877825 교보문고:  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ejkGb=KOR&mallGb=KOR&barcode=9788970447988&orderClick=LAG&Kc= 인터파크 :  http://book.interpark.com/product/BookDisplay.do?_method=detail&sc.prdNo=279593764&sc.saNo=003002003&bid1=search_auto&bid2=detail&bid3=prd_img&bid4=001 영풍문고:  http://www.ypbooks.co.kr/book.yp?bookcd=100843205&gubun=NV ...

이빨이 다시 진화한 개구리

  ( CT scans of Gastrotheca guentheri skulls revealed what appeared to be identical rows of teeth on both the upper and lower jaws, which researchers later confirmed through dissection. Credit: Florida Museum/Daniel Paluh )  개구리는 2억년 전 진화 과정에서 이빨을 잃어버리고 큰 턱과 혀를 이용해 곤충 같은 작은 먹이를 잡아 먹는 방향으로 진화했습니다. 파충류나 포유류 같은 다른 사지류와의 경쟁에서 밀려 양서류가 쇠퇴하고 멸종하던 시기에도 개구리는 여전히 생존할 수 있었던 비결입니다.   이빨이 없는 덕분에 큰 혀를 발사하기 편해졌을지는 모르지만, 이빨이 없으면 종종 불편할 때가 있습니다. 씹는 대신 삼키기 때문에 음식을 씹을 수 없다는 점은 문제되지 않지만, 필사적으로 달아나려는 먹이를 잡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일부 개구리는 이빨 같이 보이는 엄니 (fang)을 지니고 있으나 이는 사라진 이빨이 다시 난 것이 아니라 다른 부분이 진화한 것입니다.   이는 돌로의 법칙 ( Dollo's Law )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진화 과정에서 퇴화한 부분이 다시 생겨나지 않으며 대신 필요하면 다른 부분이 진화해 그 역할을 대신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아가미가 사라진 사지 동물은 다시 물에 들어온다고 해도 아가미가 다시 생기진 않습니다. 대신 고래처럼 폐가 커져서 그 기능을 대신하게 됩니다.   하지만 모든 법칙엔 예외가 있기 마련입니다. 남미에서 발견된 멸종 위기 개구리 중 하나인 구엔터 유대류 개구리 ( Gastrotheca guentheri, Guenther's marsupial frog, dentate marsupial frog)는 완전한 형태의 이빨을 지니고 있습니다. 참고로 유대류 개구리라는 명칭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