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엔비디아)
엔비디아가 CES 2025 행사를 통해 지포스 5000 시리즈를 공개했습니다. 기본적으로 TSMC의 4nm (4NP) 공정을 이용하는 만큼 새로운 연산 유닛을 대거 추가해 성능을 높이긴 어려운 상황이라 발표 전부터 아마도 DLSS와 같은 AI 기능에 좀 더 집중하지 않겠냐는 추측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아무튼 같은 미세 공정에 이것 저것 더 넣어야 하는 상황이라 결국은 칩이 더 커지고 발열이나 전력 소모도 더 늘어나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격이 더 오르지 않겠냐는 걱정이 있었습니다.
이와 같은 걱정은 사실이 됐습니다. 본래 999달러에서 시작한 최고급 라인업이 점점 가격이 올라 4090에서는 1599달러가 되더니 이제 5090의 가격은 1999달러에 달해 2000달러 고지를 정복한 셈이 됐습니다. 다음에는 3000달러가 되더라도 이상할 것이 없는 상황이 온 것입니다.
대신 엔비디아는 DLSS4를 적용한 5000 번대 제품이 4000번대 제품보다 적용시 월등히 성능이 뛰어나 RTX 5070가 RTX 4090의 1/3에 가까운 가격과 절반 정도의 전력 소모로 같은 성능을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5000시리즈 스펙 비교. 출처: 탐스하드웨어)
하지만 실제로 기본 스펙을 보면 이것은 DLSS4를 적극 활용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RTX 5070의 SM 유닛은 48개로 4090의 128개보다 현저히 작으며 FP32 기준 연산 능력도 31TFLOPS로 4070의 29TFLOPS보다 높지만, 4090의 83TFLOPS 보다 낮습니다. 여기에 메모리 용량도 12GB로 절반 수준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DLSS4의 보정 효과를 빼면 5070의 성능은 4070보다 약간 빠른 수준에 그칠 것입니다.
대신 그렇기 때문에 엔비디아는 DLSS4 같은 인공지능 기능에 최선을 다한 것으로 보입니다. DLSS4 자체는 이전 버전의 지포스 그래픽 카드에도 적용되지만, 5000 시리즈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핵심 기능은 바로 다중 프레임 생성 기능(multi frame generator) 입니다. 기존의 프레임 생성 기능에 더해 최대 3개의 프레임을 매번 새롭게 만들어내 5090에서 4K 240프레임 RTX 영상을 구현할 수 있습니다.
(DLSS4. 출처: 엔비디아)
(4K + Full RT on + DLSS 4.0를 적용한 오공 게임 플레이 영상)
(DLSS 4 | New Multi Frame Gen & Everything Enhanced)
RTX 5000 번대는 사실상 DLSS4 지원을 가장 중요한 무기로 삼은 것으로 보이지만, 다른 기능도 소소하게 추가됐습니다. 그 가운데 1초 이하의 짧은 시간에 게임의 승패가 갈리는 FPS나 레이싱 게임 유저를 위한 리플렉스 2 (Reflex 2) 기능이 있습니다.
리플렉스 기능은 마우스에서 CPU로, CPU에서 GPU로, 그리고 화면에서 다시 게이머로 연결되는 과정의 지연 시간을 줄이기 위해 CPU가 앞서 실행되는 것을 막고 정해진 시간에 맞게 작업을 진행해서 대기 시간을 단축시킨 기술이었습니다.
리플렉스 2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마우스 입력을 기반으로 렌더링 후 프레임을 업데이트해 플레이어가 조준 작업을 더 빨리 완료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따라서 단순히 더 많은 프레임을 뿌려주는 것만이 아니라 더 빠르게 반응하게 만들어 체감 속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리플렉스 2)
(리플렉스 2 시연 영상)
(출처 : 엔비디아)
이와 같은 기능을 바탕으로 엔비디아는 RTX 5000 시리즈의 성능이 이전 세대보다 훨씬 우수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다만 모든 게임에서 DLSS4를 지원하는 게 아닌 만큼 이 주장은 다소 가려 들을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최신 게임의 상당수에서 이를 지원하고 있어 그 유용성에 대해서는 이제 의구심을 품을 필요가 없지만, 실제 성능은 그 정도 차이가 나는 게 아니라는 점 역시 확실합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모든 그래픽은 가상의 눈속임이라고 봐도 무방하고 여기에 갖은 트릭을 넣어 실제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 기술의 발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DLSS 지원 안하는 게임은 사실 오래전 나온 게임일 가능성이 높고 최신 그래픽 카드로 충분히 높은 사양으로 구동이 가능합니다. DLSS 지원하는 최신 게임에서만 빠르면 충분히 그 가치를 하는 셈이기 때문에 사실 소비자에게는 큰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소비자에게 큰 문제는 바로 비싼 가격입니다. 이번애는 549달러의 보급형 (?) 모델인 RTX 5070도 같이 출시되면서 RTX 5070 Ti는 799달러, RTX 5080은 999달러로 출시됐습니다. 1999달러의 RTX 5090만 제외하면 합리적 가격이라고 생각이 드나 최근 환율 폭등으로 인해 체감 가격은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실제로 공식 홈페이지에 아무리 생각해도 환율 + 세금을 포함해도 납득이 되지 않는 비싼 가격이 공시되었다가 삭제된 헤프닝도 발생했습니다. 계속 비싸지는 가격과 이제는 가치가 심하게 떨어진 원화 때문에 게이머이 느끼는 체감 물가는 이제 어느때보다 더 비쌉니다.
다만 그것과 별개로 이제 트랜지스터 집적도가 5090에서는 920억개로 늘어나 앞으로 1000억개가 넘는 소비자용 그래픽 카드의 시대가 멀지 않았다는 점을 느끼게 합니다.이러니 저러니 말은 많아도 결국 기술은 발전하게 되어 있고 5년, 10년이 지나면 세상은 이제 몰라볼만큼 많은 것들이 바뀌게 된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참고
https://www.tomshardware.com/pc-components/gpus/nvidia-announces-rtx-50-series-at-up-to-usd1-999
https://www.nvidia.com/ko-kr/geforce/graphics-cards/50-se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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