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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룡류 (Pelycosaur) 이야기 (1) - 스페나코돈


 반룡류 (Pelycosaur, 펠리코사우루스)라고 하면 대체 어떤 생물인지 사실 감이 잡히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 공룡이나 익룡처럼 친숙한 고생물보다 우리와 더 깊은 연관이 있는 생물이 반룡류입니다. 이들이 초기 포유류의 조상에 해당되는 생물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반룡류라는 단어 자체가 현재는 학술적으로 잘 쓰이지 않는 추세지만, 그럼에도 오랜 세월 사용되어 지금도 사라지지 않는 단어라고 하겠습니다. 제 책인 포식자에서도 그 용어를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책에서는 반룡류로 분류되는 것 가운데 가장 유명한 디메트로돈 (Dimetrodon)을 설명했지만, 이와 같은 설명은 포유류의 가장 오래된 조상 그룹인 반룡류에 디메트로돈만 존재하는 것 같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사실 반룡류로 분류할 수 있는 초기 단궁류는 다른 양막류의 조상과 이미 석탄기에 분리되어 페름기 초에는 지배적인 육상 동물로 진화했습니다. 이들은 적어도 4000만년 이상 존속한 무리로 당연히 다양하게 적응 방산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습니다. 디메트로돈의 진화적 위치는 이들 가운데 사실 한 속(genus)에 불과합니다. 


 디메트로돈은 스페나코돈과 혹은 아목 (Sphenacodontidae, 반룡류는 반룡목으로 분류하기도 합니다)에 속하는 속입니다. 스페나코돈류는 페름기 초에 등장하는데 당시에 등장했던 초기 그룹은 사실 유명한 돛이 없는 그룹이었습니다. 그러다가 후기에 등장한 스페나코돈과 생물들은 특징적인 크고 날카로운 앞이빨과 돛을 진화시키는데 책에서 설명했듯이 그 용도에 대해서는 상당한 논쟁이 있어왔습니다. 


 디메트로돈의 거대한 돛 (Sail)은 과거부터 체온을 조절하는 용도였다는 가설이 가장 유력하게 제시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다른 스페나코돈과 생물을 보면 과연 그랬을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스페나코돈과의 대표속 가운데 하나인 스페나코돈(Sphenacodon)의 예를 들어 설명해 보겠습니다. 스페나코돈은 디메트로돈처럼 유명한 고생물은 아니지만, 2억 8000만년 - 3억년 사이 초기 페름기를 주름잡은 최상위 포식자 가운데 하나입니다. 


 대표종인 Sphenacodon ferox은 몸길이 2m로 당시 시대에는 상당히 큰 육식동물이었으며 대형종인 Sphenacodon ferocior는 몸길이 3m에 달해 당시 가장 큰 육상 동물 중 하나였습니다. 머리가 크고 덩치가 좋은 생물인 점을 감안하면 비슷한 길이의 수각류 육식 공룡보다 더 덩치가 좋았으며 현생 중대형 육식 포유류와 견줄 수 있는 크기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꼬리 부분을 제외하고 생각하면 현재의 사자나 호랑이보다는 다소 작은 육식 동물이었을 것입니다. 그래도 사지 동물이 육지를 활보하지 않은 시기임을 생각하면 상당히 큰 크기입니다. 


(Skeleton of Sphenacodon ferox in the Field Museum of Natural History.  


(Heavily restored skull of S. ferox in the Field Museum

(S. ferox와 S. ferocior의 복원도


 근연속이기 때문에 당연히 스페나코돈의 골격 구조는 디메트로돈과 흡사합니다. 등에 있는 가시 같은 돛의 길이가 매우 짧다는 점은 빼고 말이죠. 스페나코돈의 큰 덩치와 작은 돛의 크기는 이 돛이 체온 조절 용으로 사용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몸의 체온을 올릴 거나 반대로 낮출 용도라면 사실 돛이 더 커지는 쪽으로 강력한 진화압을 받았을텐데 그렇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짝짓기 등을 염두에 둔 장식 목적이 아닌가 의심되지만, 정확한 용도는 아직 모릅니다. 과시용이라고 생각해도 비교적 작기 때문이죠. 


 미스터리한 돛의 용도와 무관하게 스페나코돈은 매우 성공적인 포식자였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더 다양하게 적응 방산한 디메트로돈이 있기는 했지만, 이들 역시 오랜 세월 성공적으로 살아남았기 때문이죠. 상대적으로 더 유명한 디메트로돈 때문에 주목받지 못했던 생물이지만, 당시 이런 다양한 시도가 있었기 때문에 포유류의 조상이 등장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참고


Spielmann, J. A.; Rinehart, Larry F.; Lucas, Spencer G.; Berman, David S.; Henrici, Amy C.; Harris, Susan K. (2010). "Redescription of the cranial anatomy of Sphenacodon ferox Marsh (Eupelycosauria, Sphenacodontidae) from the Late Pennsylvanian-Early Permian of New Mexico". Bulletin. New Mexico Museum of Natural History and Science. 59: 159–184.

Huttenlocker, A. K.; Mazierski, D.; Reisz, R. R. (2011). "Comparative osteohistology of hyperelongate neural spines in the Edaphosauridae (Amniota: Synapsida)". Palaeontology. 54: 573–590. doi:10.1111/j.1475-4983.2011.01047.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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