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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이야기 338 - 저 멀리 은하 밖에 존재하는 초신성



 일반적으로 초신성은 은하 전체에서 100년에 한 번 정도로 드문 일입니다. 하지만 은하 밖에서는 더 드문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은하와 은하 사이 공간에는 거의 별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은하 사이의 공간에도 별이 존재할 수 있으며 가끔씩 초신성도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최근 천문학자들은 허블 우주 망원경을 이용해서 저 멀리 떨어진 외로운 초신성의 존재를 밝혀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캘리포니아 대학의 멜리사 그라함(Melissa Graham, a 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 postdoctoral fellow)과 그녀의 동료들은 허블 우주 망원경의 고해상도 이미지를 이용해서 외로운 초신성들이 분명히 은하 밖에서 발생했다는 사실을 저널 Astrophysical Journal에 발표했습니다. 


(외롭게 혼자서 폭발하는 초신성의 개념도. Artist's concept of a Type Ia supernova exploding in the region between galaxies in a large cluster of galaxies, one of which is visible at the left. Credit: Dr. Alex H Parker, NASA and the SDSS )

 본래 별들은 주로 은하에서 생성됩니다. 하지만 은하 사이의 중력 작용이나 혹은 내부에서의 중력의 상호 작용에 의해 은하 밖으로 추방당하게 됩니다. 이렇게 은하 밖으로 빠져나간 별들은 당연히 매우 숫자가 적어서 대략 각 별 사이가 300 광년 정도는 떨어져 있습니다. 이는 은하 내부 별들에 비해서 100배 가량 멀리 떨어져 있는 셈입니다. 

 이 별들은 비록 은하 밖에 있지만, 은하단(cluster of galaxies)안에 있기 때문에 은하단 내 별(intracluster star)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물론 멀리 떨어져 있는 은하단 내 별은 거리 때문에 사실상 관측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초신성이라면 아주 멀리 떨어져있는 은하단 내 별이라도 관측이 가능합니다. 이를 관측하면 은하 밖에 추방당한 별의 분포를 어느 정도 추정할 수 있습니다. 초신성도 분포하는 별의 비율만큼 생길테니 말이죠. 

 2008년에서 2010년 사이 국제 천문학자 팀은 Multi-Epoch Nearby Cluster Survey 와 Canada-France-Hawaii Telescope(CFHT)를 이용해서 은하단 내 초신성의 존재를 찾아냈습니다. 하지만 워낙 멀리 떨어져 있어서 진짜로 은하 밖에서 폭발했는지, 아니면 희미한 배후 은하가 있는 지 확신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이를 최종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한 것은 허블 우주 망원경의 고해상도 관측 결과입니다. 



(초신성의 이미지. Animated GIF contrasting the supernova as seen in 2009 by the CFHT and the sharper image obtained in 2013 by the Hubble Space Telescope. Credit: Melissa Graham, CFHT and HST)



(One of the four supernovae (top, 2009) may be part of a dwarf galaxy or globular cluster visible on the 2013 HST image (bottom). Credit: Melissa Graham, CFHT and HST)

 이들이 사용한 방법은 간단합니다. 초신성은 잠시만 밝아지므로 수년이 지난 후 허블 우주 망원경으로 초신성이 있었던 지역을 다시 관측하면 진짜 배경 은하가 없는 단독 초신성인지 아니면 희미한 배경 은하가 있는 보통의 초신성인지를 감별할 수 있는 것입니다. 허블 우주 망원경의 선명도는 CFHT의 최대 10배입니다.  

 결과는 4개의 Type Ia 초신성 중 첫 번째는 구상 성단 혹은 왜소 은하의 일부일 가능성이 있으나 나머지는 진짜 은하단 내 초신성이라는 것입니다. 최근 연구 결과에 의하면 은하 밖 별의 수는 생각보다 많아서 전체 별의 15%까지 차지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너무 희미해서 초신성 폭발을 일으키기 전까지는 알아내기 힘듭니다. 

 은하계에서 추방당한 별들의 수가 과연 얼마나 되는지는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입니다. 만약 이런 별 주변의 행성에서 문명이 탄생한다면 다른 별로 이주하는 일은 매우 어려울 것입니다. 다행이 태양은 은하 가운데 있어서 먼 미래의 후손들이 다른 별을 탐사하기는 매우 쉬울 것 같습니다. 엉뚱한 상상같지만, 우리는 다행히 우리 은하에서 추방당하지 않고 잘 지내는 셈입니다. 


 참고 

"Confirmation of Hostless Type Ia Supernovae Using Hubble Space Telescope Imaging," Melissa Graham et al., 2015, to appear in the Astrophysical Journal, arxiv.org/abs/1505.03407

"Intracluster Supernovae in the Multi-Epoch Nearby Cluster Survey," D. J. Sand et al., 2011 March 10, Astrophysical Journal, Vol. 729, No. 2, 142, dx.doi.org/10.1088/0004-637X/729/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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