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고대의 가시벌레? 초기 동물의 방어 전략의 등장



(Collinsium ciliosum, a Collins' monster-type lobopodian from the early Cambrian Xiaoshiba biota of China. Credit: Javier Ortega-Hernández )​
 영국 캠브리지 대학(University of Cambridge)과 중국 유난 대학(Yunnan University )​의 연구자들이 약 5억 년전 캄브리아기에 살았던 새로운 유조 동물(velvet worms, or onychophora)의 화석을 발굴했습니다. 이 시기의 유조 동물은 위 아래, 앞뒤가 뒤늦게 밝혀진 할루키게니아( http://blog.naver.com/jjy0501/220402414941 참조)가 가장 유명한데, 새롭게 가시로 무장한 독특한 사촌이 발굴된 셈입니다.
 고생물학자 데스몬드 콜린스(Desmond Collins)의 이름을 따서 털이난 콜린스의 괴물이라는 뜻의 콜린시움 실리오숨(Collinsium ciliosum)이라 명명된 이 고대 화석은 5억 년전 중국에서 살았던 유조 동물입니다.
 콜린시움의 가장 큰 특징은 두 가지로 첫 번째는 온몸에 난 가시 같은 구조물입니다. 이 구조물의 용도는 아무래도 몸을 방어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데, 연구팀은 이를 무장한 벌레('super-armoured' worm)라고 표현했습니다. 두 번째는 아마도 바닷속의 유기물을 걸러먹는 용도로 생각되는 머리쪽의 그물망같은 부속지입니다.
 캄브리아 시기는 현생 동물문의 대부분이 등장한 다세포 동물 역사의 초창기로 온갖 기이하게 생긴 동물들이 살았던 시기입니다. 이 시기의 생물 다양성은 그 이전시기와 확연하게 구분되는데, 고생물학자들은 이를 캄브리아 대폭발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도 여러 가지 가설이 난무하고 있지만, 아무튼 이 시기가 온갖 다양한 생물이 등장한 진화상의 실험적인 시기였던 점은 분명합니다.
 유조 동물의 조상 역시 당시에 여러 가지 실험에 동참하고 있었습니다. 연구팀의 일원인 캠브리지 대학의 자비어 오르테카-에르난데스 박사(Dr Javier Ortega-Hernández of Cambridge's Department of Earth Sciences)는 오늘날의 유조 동물이 극도로 단순하고 똑같이 생긴 벌레인 반면 캄브리아 시기의 유조 동물은 훨씬 큰 다양성을 가진 생물이었다고 언급했습니다.


(콜린시움의 화석.  Collinsium ciliosum, a Collins' monster-type lobopodian from the early Cambrian Xiaoshiba biota of China. Credit: Jie Yang )
 콜린시움은 먼저 발견된 할루키게니아와는 달리 본격적으로 '무장'을 시작했습니다. 물론 할루키게니아 역시 등에 가시가 있지만, 옆구리가 훤하게 노출되어 있어 대체 이 가시의 용도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지금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어쩌면 실제보다 몸이 커보이게 해서 포식자를 물리치는 용도일수도 있고 혹은 이 가시가 잘 움직여서 생각보다 빈틈이 없었는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반면 콜린시움은 아주 분명하게 방어용인게 확실한 가시를 가지고 있습니다. 부드러운 몸에 돋아난 72개의 가시는 지금 보면 그다지 위협적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과학자들은 매우 중요한 방어 도구로 보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당시에 살았던 동물들은 대부분 부드러운 몸만 가졌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캄브리아 시기에 한 다세포 동물이 다른 다세포 동물을 잡아먹는 육식이라는 생존전략이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잡았습니다. 당연히 먹히는 입장에 있는 동물들은 새로운 방어수단을 개발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 결과 이 시기에는 다양한 방어수단을 개발한 동물들이 등장했고 동시에 튼튼한 이빨 같은 새로운 공격수단을 개발한 동물들도 동시에 등장했습니다. 아마도 이것이 당시의 다양성의 원인 중 하나였을 것입니다.
콜린시움은 이런 초창기 방어수단의 등장을 알리는 좋은 표본입니다. 지금보면 강력한 보호수단 같지는 않지만, 당시에는 이런 가시가 있고 없고가 생존에 중요한 차이를 만들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자연 선택에 의해 보호수단이나 민첩한 행동같은 회피수단을 가진 동물들이 살아남으면서 결국 일부만 후손을 전달했을 것입니다.
 지금보면 기괴하게 생긴 동물들 역시 살기 위한 치열한 생존의 결과였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중 성공한 것만 후손을 전달했을 것입니다. 우리 역시 그렇게 살아남은 동물들의 후손일 것입니다.
 이 연구는 저널 PNAS에 실렸습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
  1. Yang, J et al. A super-armoured lobopodian from the Cambrian of China and early disparity in the evolution of OnychophoraPNAS, 2015 DOI: 10.1073/pnas.1505596112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잘 쓰지도 않을 방법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아무래도 효율

R 스튜디오 설치 및 업데이트

 R을 설치한 후 기본으로 제공되는 R 콘솔창에서 코드를 입력해 작업을 수행할 수도 있지만, 보통은 그렇게 하기 보다는 가장 널리 사용되는 R 개발환경인 R 스튜디오가 널리 사용됩니다. 오픈 소스 무료 버전의 R 스튜디오는 누구나 설치가 가능하며 편리한 작업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에 R을 위한 IDE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어 있습니다. 아래 링크에서 다운로드 받습니다.    https://www.rstudio.com/  다운로드 R 이나 혹은 Powerful IDE for R로 들어가 일반 사용자 버전을 받습니다. 오픈 소스 버전과 상업용 버전, 그리고 데스크탑 버전과 서버 버전이 있는데, 일반적으로는 오픈 소스 버전에 데스크탑 버전을 다운로드 받습니다. 상업 버전의 경우 데스크탑 버전의 경우 년간 995달러, 서버 버전은 9995달러를 받고 여러 가지 기술 지원 및 자문을 해주는 기능이 있습니다.   데스크탑 버전을 설치하는 과정은 매우 쉽기 때문에 별도의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인스톨은 윈도우, 맥, 리눅스 (우분투/페도라)에 따라 설치 파일이 나뉘지만 설치가 어렵지는 않을 것입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이라면 R은 사전에 반드시 따로 설치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R 스튜디오만 단독 설치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뭐 당연한 이야기죠.   설치된 R 스튜디오는 자동으로 업데이틀 체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업데이트를 위해서는 R 스튜디오에서 Help 로 들어가 업데이트를 확인해야 합니다.     만약 업데이트 할 내용이 없다면 최신 버전이라고 알려줄 것이고 업데이트가 있다면 업데이트를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게 됩니다. R의 업데이트와 R 스튜디오의 업데이트는 모두 개별적이며 앞서 설명했듯이 R 업데이트는 사실 기존 버전과 병행해서 새로운 버전을 새롭게 설치하는 것입니다. R 스튜디오는 실제로 업데이트가 이뤄지기 때문에 구버전을 지워줄 필요는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생대에 박쥐가 등장하면서 플로팔랑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