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팻 겔싱어 CEO와 인텔의 애리조나 챈들러 오코틸로 캠퍼스(Ocotillo campus)의 Fab 42. 출처: 인텔)
인텔 신임 CEO인 팻 겔싱어 (Pat Gelsinger)가 인텔의 미래 전략을 공개했습니다. 새 CEO가 들어오고 난 후 인텔의 미래 계획에 관심이 많았는데, 모든 궁금증을 풀어주지는 않았지만, 상당히 많은 정보를 공개해 앞으로 행보가 주목됩니다.
사실 가장 큰 관심사는 인텔이 경쟁자보다 뒤처진 반도체 미세 공정을 포기할 것인지 아니면 계속 투자할 것인지입니다. 이미 팹리스 전환은 없다고 선언한 바 있지만, 겔싱어 CEO는 새로운 IDM 2.0 전략과 함께 종합 반도체 회사로써의 인텔의 계획을 더 소상히 밝혔습니다.
참고로 반도체 회사는 자체 팹이 없는 팹리스와 위탁 파운드리 생산만 전문적으로 하는 파운드리, 그리고 자체 팹을 가지고 반도체의 설계, 제조, 판매까지 모두 하는 종합 반도체 회사 (IDM, integrated device manufacturing)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인텔이 IDM 2.0이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IDM으로 계속 남을 뿐 아니라 더 발전된 회사로 나가겠다는 포부로 볼 수 있습니다.
이날 발표에서 인텔은 애리조나에 있는 오코틸로 캠퍼스에 200억 달러를 투자해 현재 4개인 팹에 최신 미세 공정 팹 두 개를 추가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사실 애리조나 팹 확장 계획은 이전부터 있었던 것으로 인텔은 이미 착공할 준비를 마친 상태입니다. 다만 완공 시점은 2024년으로 7nm 미세 공정이라고 해도 그 시점에는 다소 늦은 감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 새로운 팹은 EUV 리소그래피를 사용할 것으로 예상되며 5,7nm 공정을 목표로 개발될 것으로 보입니다. 더 디테일한 이야기는 이후 공개할 것 같습니다.
이보다 더 흥미로운 이야기는 13세대 코어 프로세서로 알려진 메테오 레이크 (Meteor Lake)가 현재 개발 중이라는 사실을 공식 확인한 것입니다. 메테오 레이크는 7nm 공정으로 개발되는데, 전부 7nm 다이를 사용하지 않고 컴퓨트 타일/ 칩렛 (compute tile / chiplet) 형태로 개발될 것이라고 합니다. 10nm/7nm 다이를 혼용해서 사용하면 AMD처럼 7nm 웨이퍼 부족 현상을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각 다이는 인텔의 포베로스 (Foveros) 기술로 접합됩니다. 이는 겔싱어 CEO가 확인한 내용입니다.
인텔의 첫 7nm 프로세서는 내년까지 출시될 고성능 GPU인 폰테 베키오 (Ponte Vecchio)가 될 것이고 메테오 레이크는 그보다 좀 더 나중인 2023년에 등장할 예정입니다. 따라서 생산은 애리조나 신규 팹 대신 다른 곳에서 진행될 것입니다. 당장에 인텔 7nm 공정이 투입될 순 없어서 폰테 베키오는 외부 파운드리를 사용하고 메테오 레이크는 자체 팹을 사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데 구체적인 이야기는 좀 더 기다려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날 발표에서 또 흥미로운 이야기는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에 다시 집중한다는 소식입니다. 본래 인텔은 몇 년 전부터 파운드리 사업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자체 생산량을 조달하는데도 급급했는데다, 10nm 이하 미세 공정에는 아예 진출조차 못해 주요 고객 상당수를 TSMC와 삼성에 빼앗긴 상태입니다. 200억 달러 정도를 투자해 새 미세 공정 팹을 만든다해도 인텔 자체 수요가 상당히 파운드리 시장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 미지수인 상황입니다.
이런 의구심에 대한 인텔의 대안은 새로운 파운드리 사업 모델입니다. 인텔의 새 파운드리 사업 모델은 단지 팹만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x86 코어를 포함해 ARM, RISC-V 코어를 설계하고 생산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같이 제공해 팹리스 회사들이 더 쉽게 제품을 개발할 수 있게 도와준다는 것입니다.
인텔은 이를 위해 반도체 설계 툴 회사인 카덴스 (Cadence)와 시놉시스 (Synopsys)와 손잡고 enable industry standard design tools (EDA tools)을 개발하고 x86 코어 IP도 제공할 수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다만 이미 이런 분야는 ARM이 꽉 잡고 있는 상태이고 최근 오픈 소스인 RISC-V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는 가운데 과거보다 위상이 낮아진 x86이 CPU IP 라이선스로 성공할 수 있을지는 역시 미지수입니다.
겔싱어 CEO는 이제 막 취임한 상태이지만, 여러 가지 파격적인 기술적 로드맵을 제시했습니다. 전임 CEO들 시기에 IT 기술 리더로써의 지위를 잃어버린 인텔이 겔싱어에 의해 다시 리더쉽을 되찾을 수 있을지 결과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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