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laxy J0437+2456 is thought to be home to a supermassive, moving black hole. Credit: Sloan Digital Sky Survey (SDSS).)
은하 중심에 있는 거대 질량 블랙홀도 은하와 함께 이동합니다. 거대 질량 블랙홀은 은하 중심에 있는 가장 무거운 천체이고 이 블랙홀이 움직이는 방향이 결국 은하가 움직이는 방향이기 때문에 은하와 다른 속도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당연해 보이는 가정에 대해서도 항상 검증해 보기를 원합니다. 의외의 사실이 밝혀지면서 학문을 한 단계 더 높은 단계로 발전시킬 있기 때문입니다.
하버드 스미소니언 천체 물리학 센터 (Center for Astrophysics | Harvard & Smithsonian)의 과학자들은 very long baseline interferometry (VLBI)를 이용해 거대 질량 블랙홀 10개의 이동 속도를 측정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멀리 떨어진 블랙홀의 이동 속도는 측정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블랙홀 자체가 아무리 질량이 커도 실제 크기는 작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연구팀은 블랙홀 주변 강착 원반에 물 분자가 풍부한 거대 질량 블랙홀 10개를 목표로 선정했습니다. 고온으로 가열된 강착 원반에서 레이저의 사촌인 메이저 (measr)가 나오기 때문입니다. 이를 VLBI로 관측하면 블랙홀의 이동 속도를 매우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습니다. 그 결과 9개의 블랙홀은 은하와 같은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으나 지구에서 2억3000만 광년 떨어진 J0437+2456만 다른 속도로 움직이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이 은하의 거대 질량 블랙홀은 은하 내에서 무려 시속 17.7만km의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 거대 질량 블랙홀의 질량은 태양의 300만 배에 달합니다. 이런 거대한 질량을 지닌 블랙홀이 따로 움직이려면 엄청난 충격이나 에너지가 있어야 합니다. 연구팀은 두 가지 가설을 내놓았습니다. 첫 번째 가설은 은하 충돌의 결과 두 거대 질량 블랙홀이 합쳐진 직후라는 것입니다. 그 결과 블랙홀이 한쪽 방향으로 더 빨리 움직이고 있으나 머지 않은 미래에 블랙홀의 속도와 은하의 속도는 같아질 것입니다.
두 번째 가능성은 더 흥미로운 주장인데, 두 개의 거대 질량 블랙홀이 은하 합체 후 하나로 합쳐지지 않고 사실 서로의 질량 중심을 공전하고 있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 두 번째 블랙홀이 첫 번째 블랙홀에 가려서 보이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정확히 어떤 가설이 옳은지, 아니면 아예 상상도 못한 이야기가 숨어 있는지 밝히기 위해서는 역시 더 상세한 관측이 필요합니다. 앞으로 후속 연구를 통해서 과학자들은 거대 질량 블랙홀에 숨어 있는 이야기들을 더 알아낼 것입니다.
참고
Dominic W. Pesce et al, A Restless Supermassive Black Hole in the Galaxy J0437+2456, The Astrophysical Journal (2021). DOI: 10.3847/1538-4357/abde3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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