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우주 이야기 994 - 태양계를 떠나는 우주선의 미래는?


(Artist's concept of NASA's Voyager spacecraft. Credit: NASA/JPL-Caltech)


 나사는 1970년대에 선구적인 장거리 무인 탐사선을 발사했습니다. 파이오니어 10/11호와 보이저 1/2호가 그것으로 이제 이 우주선들은 태양계의 품을 떠나 먼 심우주로 떠날 것입니다. 네 우주선은 모두 태양에서 거리가 100AU (태양 지구의 100배 거리)를 넘어선 상태이며 이 뒤를 뉴호라이즌스호가 뒤따를 것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아직 오르트 구름 안쪽에도 도달하지 못했지만, 보이저 1/2호는 태양풍의 영향이 미치는 태양권은 분명히 벗어난 것으로 보입니다. 


 잘 알려진 것처럼 이 네 우주선에는 외계인에게 보내는 메세지가 담겨 있습니다. 따라서 이 우주선들이 먼 미래에 어떤 별과 마주치게 될지가 흥미로운 주제라고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우주선들이 우연히 다른 행성계에 진입하는 일은 거의 일어나기 힘듭니다. 우주 공간 대부분은 빈 공간이고 별 사이의 거리가 너무 커서 대부분 마주치지 않고 지나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별 자체도 모두 각자의 방향과 속도로 이동하고 있어 이를 염두에 둬야 합니다. 


막스 플랑크 천문학 연구소 및 나사의 제트추진 연구소 (JPL)의 두 연구자 (Coryn Bailer-Jones and Davide Farnocchia)들은 유럽 우주국의 가이아 데이터를 이용해서 태양계 주변에 있는 별의 위치와 이동속도, 그리고 네 우주선의 이동 방향과 속도를 고려해 미래를 예측했습니다. 


 그 결과 네 우주선은 앞으로 100만년 동안 60개의 별에 비교적 가까이 다가서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이는 천문학적으로 가깝다는 의미로 실제로는 행성계 안쪽으로 진입하는 것이 아니라 2파섹 (1파섹이 3.26광년) 이내로 진입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가장 먼저 다른 별 가까이 진입하는 우주선은 파이오니어 10호로 9만년 정도 후에 HIP 117795라는 별에 0.231파섹 거리를 스쳐 지나갑니다. 이 별에 지구 같은 행성이 있고 현재 지구 수준의 문명을 지닌 외계인이 있다고 해도 전혀 모르고 지나칠 거리입니다. 


 연구팀은 앞으로 10^20 년동안 이 우주선들이 다른 행성계에 진입할 가능성이 없다고 추정했습니다. 이 연구 결과가 맞다면 네 우주선의 실린 지구인의 메세지는 누구도 읽을 수 없을 것입니다. 아쉬운 일이지만, 사실 우주의 광활함과 별과 별 사이의 거리를 생각하면 의외의 결과도 아닐 것입니다. 


 참고 


Coryn A. L. Bailer-Jones et al. Future Stellar Flybys of the Voyager and Pioneer Spacecraft, Research Notes of the AAS (2019). DOI: 10.3847/2515-5172/ab158e

Future stellar flybys of the Voyager and Pioneer spacecraft, arXiv:1912.03503 [astro-ph.EP] arxiv.org/abs/1912.03503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