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이나 달과 마찬가지로 지구 역시 끊임없이 크고 작은 소행성 충돌에 시달렸습니다. 하지만 지구의 활발한 지질 활동과 물에 의한 침식 작용 때문에 표면에 남은 크레이터는 별로 없습니다. 6600만년 전 공룡과 여러 중생대 생물의 멸종을 가져온 칙술루브 크레이터 (Chicxulub crater) 역시 찾아내는 데 한참 걸렸을 만큼 대형 크레이터 보존은 지구에서는 드문 일입니다.
하지만 나사 존슨 우주 센터의 티몬스 M 에릭슨 (Timmons M. Erickson, Astromaterials Research and Exploration Science Division, NASA Johnson Space Center)이 이끄는 연구팀은 호주 서부에서 22억 2900만년 된 크레이터의 흔적을 찾는 데 성공했습니다.
야라부바 크레이터 (Yarrabubba crater)는 이미 표면은 대부분 침식된 상태로 그 자체로는 크레이터라고 인지하기 어렵지만, 거대한 충돌이 남긴 결정과 암석 흔적을 통해 그 존재를 밝혀낼 수 있습니다. 연구팀은 Sensitive High Resolution Ion Micro Probe (SHRIMP)라는 방법을 통해 미세 결정의 연대를 추정해 22.29억년 전에 이 충돌이 발생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크레이터의 크기는 40-70km 정도입니다.
이 거대한 충돌은 당시 지구 기후를 크게 바꿨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다만 빙하기가 오는 대신 빙하기를 끝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 시기 지구는 휴로니안 빙하기 (Huronian glaciation)로 지구 전체가 얼음으로 덮혀 있던 상황이었는데, 여기에 거대 소행성이 충돌하면서 막대한 양의 열에너지가 더해지고 수증기가 대기 중으로 유입되면서 지구 기온이 올라갔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 소행성 충돌이 지구 기후 변화에 미친 영향은 아직 확실치 않은 부분들이 있어 더 연구가 필요합니다.
아무튼 이 정도 대형 크레이터가 형성되었다면 당시 생명체에도 큰 영향을 주었을 것입니다. 이 시기는 초기 진핵 생물이 등장했던 시기인데, 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을지 궁금합니다.
참고
Precise radiometric age establishes Yarrabubba, Western Australia, as Earth's oldest recognised meteorite impact structure, Nature Communications (2020). DOI: 10.1038/s41467-019-13985-7 , https://nature.com/articles/s41467-019-139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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