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ea spider. Credit: Timothy R. Dwyer (PolarTREC 2016), Courtesy of ARCUS.)
(A sea spider with a diver in the background. Credit: Timothy R. Dwyer (PolarTREC 2016), Courtesy of ARCUS.)
자연계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독특한 생물체들이 다수 존재합니다. 남극의 찬 바다 역시 보통은 생존하기 어려운 극단적인 환경에서 진화한 독특한 생물체가 사는 장소입니다. 예를 들어 앞서 소개한 헤모글로빈이 없는 물고기가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서 최근 생물학자들은 심장 대신 장을 이용해서 체액을 순환시키는 바다 거미를 발견했습니다. 몬태나 대학의 아서 우드(H. Arthur Woods of the University of Montana)를 비롯한 연구자들은 저널 Current Biology에 이 기묘한 바다 거미를 발표했습니다.
절지동물은 체액 혹은 피림프(hemolymph)라고 불리는 일종의 혈액이 있어 몸을 순환하면서 영양분을 공급하고 노폐물을 운반합니다. 물론 척추동물과는 달리 개방혈관계를 가지고 있어 사실 심장이라고해도 단순한 구조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이들이 살아가는 데 있어 필수적인 기관임은 틀림없습니다.
그런데 연구팀이 평균 0도에 가까운 차가운 바다에서 사는 바다거미를 연구하면서 알아낸 사실은 이들의 심장이 매우 작고 약하다는 것입니다. 이들이 극거대화 (polar gigantism)을 거치면서 크기가 커진 것과는 대조적인 형태입니다.
연구팀은 그 이유가 이들이 이상하게 커지고 몸 구석까지 퍼져있는 장에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즉 심장대신 장의 연동운동 (gut peristalsis)를 통해 체액을 순환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물론 거미 같은 절지동물이 개방혈관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간 같은 척추동물은 혈관계와 림프계가 나눠져 있으며 심장에서 나온 혈액은 동맥 - 모세혈관 - 정맥을 통해 다시 심장으로 들어간 후 폐 등을 거쳐 산소 교환을 하고 다시 심장을 거쳐 순환하게 됩니다. 그러나 절지동물은 심장에서 나온 피가 조직으로 바로 들어가 물질 교환 및 가스 교환을 한 후 위심강 (pericardial cavity)를 통해 심장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따라서 체액의 상당 부분이 혈관이 아니라 조직에 있습니다.
바다거미의 거대한 장은 몸의 여러 곳에 퍼져서 연동운동을 통해 체액을 이동시키고 순환시키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본래 이런 목적으로 진화했는지 아니면 소화 목적으로 진화된 장이 다른 기능까지 겸하고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상당히 놀라운 결과입니다. 놀랍게도 이와 같은 장 순환계를 가진 바다거미는 12종에 달해 이것이 의외로 성공적인 적응 방식이라는 점을 시사합니다.
지금 진행 중인 지구 온난화가 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자연계에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생물들이 존재한다는 점을 다시 보여주는 사례라고 하겠습니다.
참고
Current Biology, Woods et al.: "Respiratory gut peristalsis by sea spiders" http://www.cell.com/current-biology/fulltext/S0960-9822(17)30628-0 , DOI: 10.1016/j.cub.2017.05.062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