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 coli colonies growing on the International Space Station could increase their growth rate in the microgravity, forming potentially hazardous biofilms. Credit: NASA)
(A HARV bioreactor like those used in the E coli microgravity experiments.)
단순한 박테리아들은 보통 생물체가 살기 힘든 극단적 환경에서도 잘 적응해 번성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점은 유인 우주 탐사에서 신경쓰이는 부분 가운데 하나입니다. 혹시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 박테리아가 우주 환경에서 잘 적응해서 이상 증식하지 않을까요? 이런 질문에 대답하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 과학자들은 지상에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휴스턴 대학의 과학자들은 거의 동일한 두 개의 비병원성 대장균 (E. coli) 균주를 이용해서 수천세대에 걸쳐 이들이 어떻게 변하는지 연구했습니다. NCM520 균주는 대조군으로 정상 중력 상태에서 배양하고 MG1655는 미세중력 (microgravity, 흔히 무중력 상태라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우주에 완전히 중력이 없는 장소는 없기 때문에 미세중력이 옳은 표현) 상태에서 배양했습니다.
지상에서 미세 중력 상태를 시뮬레이션하기 위해 High Aspect Ratio Vessel (HARV)라는 장치를 이용해서 분당 25회 정도 속도로 배양균을 회전시켰는데, 배지가 계속해서 아래로 자유 낙하하면서 미세 중력 상태를 만드는 것이 원리로 보입니다.
아무튼 이렇게 수천 세대를 배양한 결과 놀랍게도 대장균이 미세중력 상태에서 오히려 더 잘 자라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대략 3:1의 비율로 미세중력 상태에서 훨씬 잘 증식한 것입니다. 연구팀에 의하면 이는 물리적인 환경 차이에도 기인하지만, 이 대장균들이 정상 중력 상태에서도 더 빨리 증식하는 점으로 봐서 유전적인 이유도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실제로 유전자 분석은 MG1655 균주에서 16개의 유전자 변이를 찾아냈는데, 이 가운데 5가지는 생물막 (biofilm) 형성과 관련이 있었습니다. 생물막은 박테리아와 유기물이 모여서 만드는 구조물로 박테리아가 생활하는데 유리한 환경을 조성합니다. 스타크래프트에 비유하면 저그의 점막과 비슷한 구조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생물체의 놀라운 적응 능력은 앞으로 우주 유인 탐사에서 주의해야 할 부분 가운데 하나입니다. 현재까지는 큰 이상 소견이 보고된 바 없고 실험에 사용한 균주도 비병원성이긴 하지만 미래 유인 탐사에서 고병원성 균주가 빨리 증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박테리아의 빠른 진화 능력 역시 다시 확인할 수 있는 연구이기도 합니다.
생물체의 진화는 놀랄 만큼 빠르게 일어날 수 있습니다. 미세중력 상황에서 진화된 대장균 역시 그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시킨 사례일 것입니다.
참고
Madhan R. Tirumalai et al. The adaptation of Escherichia coli cells grown in simulated microgravity for an extended period is both phenotypic and genomic, npj Microgravity (2017). DOI: 10.1038/s41526-017-0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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