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지구가 따뜻해지면 작물 생산량이 늘어날까?



(Using 29 years of data from Landsat satellites, researchers at NASA have found extensive greening in the vegetation across Alaska and Canada. Rapidly increasing temperatures in the Arctic have led to longer growing seasons and changing soils for the plants. Scientists have observed grassy tundras changing to scrublands, and shrub growing bigger and denser. From 1984–2012, extensive greening has occurred in the tundra of Western Alaska, the northern coast of Canada, and the tundra of Quebec and Labrador.
Credits: NASA's Goddard Space Flight Center/Cindy Starr) 


 지구 평균 기온 상승에 따라 식생 역시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변화가 반드시 인간에게 불리한 것만은 아니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기온이 온화해짐에 따라 작물 재배에 북방 한계선이 올라가서 캐나다나 러시아처럼 추운 지역이 많은 국가에서는 작물 재배 면적이 늘어나게 된다는 것이죠. 동시에 과거에는 한 번 농사를 짓던 지역에 이모작을 할 수 있거나 혹은 재배할 수 없던 열대 과일을 재배할 수 있게 되는 효과도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나사에서 진행한 연구에서는 1984년에서 2012년 사이 캐나다와 알래스캐에서 30년 동안 식물의 생장이 최대 29.4%증가한 것으로 보고했습니다. 






(동영상) 


 하지만 최근 저널 네이처 지오사이언스 (Nature Geoscience)에 실린 논문에서는 오히려 지구 기후 변화가 곡물 생산량을 떨어뜨렸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그것도 국내 연구진에 의해서 말이죠. 포항공대 (POSTECH) 환경 공학부의 박사과정 김진수 (Jin-Soo Kim, 1저자) 및 국종송 교수 (Jong-Seong Kug. 공동 교신), 중국남방과기대 정수종 교수 (Su-Jong Jeong, 공동 교신)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기온 상승에도 불구하고 기상 이변이 더 잦아지면서 오히려 곡물 생산이 최대 20%까지 감소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팀은 지난 30년간 수집된 여러 데이터를 바탕으로 실제 기후 변화가 곡물 생산에 미친 영향을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이상 이변이 오히려 곡물 생산량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예를 들어 기후가 온화해졌음에도 불구하고 봄철에 발생하는 이상 기후 및 가뭄 등으로 작물 생산이 오히려 감소했다는 것입니다. 


 연구팀에 의하면 북극 기상 이변(anomalous warming in the Arctic)이 있는 해에는 평균 1-4%의 감소가 있었으며 지역에 따라서는 최대 20%의 감소가 목격되었습니다. 생산량 감소는 연간 0.31 PgC/yr (10의 15승 g의 탄소에 해당되는 양) 수준으로 당장 식량 위기를 걱정해야 할 정도는 아니라고 해도 장기적으로 곡물 수요 증가와 함께 곡물 가격 안전성을 해칠 수 있는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을 것입니다. 


 사실 기온이 올라서 농사가 잘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우리도 겪는 일입니다. 지난 100여년 간 한반도의 기온 상승은 지구 평균보다 더 빨랐고 기상 이변도 더 흔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몇 년간은 가뭄으로 인해 농작물 가격이 올라 물가에까지 적지 않은 영향을 줬고 일부 지역에서는 생활용수는 물론 식수난까지 겪고 있습니다. 이번 연구는 이와 같이 기후 변화에 따른 작물 생산 감소를 실제로 입증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한 가지 더 언급하고 싶은 점은 이 내용을 블로그에 올려볼까 하고 생각하던 중 저자인 김진수 선생님으로부터 메일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현재 기후 관련 연구를 진행하시면서 제 블로그의 독자로 틈틈히 구독해왔는데, 이 연구 결과를 블로그 통해 소개하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친철하게도 논문과 더불어 보내주셔서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참고로 네이처 지오사이언스는 인용지수(IF)가 10점 대 중반으로 상당히 높은 랭킹을 지닌 저널입니다. 보통 이 정도면 그 분야에서는 몇 손가락 안에 드는 저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전에 블로그를 통해서 소개드린 것처럼 저도 10점대 저널에 도전했다가 번번히 고배를 마신적이 있습니다. 그런만큼 만약 이런 저널에 실리면 보도자료를 만들어 언론사에 배포할 정도로 학교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연구자 개인에게도 큰 경력이 됩니다. 높은 저널에 실렸다는 그 자체로 과학 커뮤니티에서 그만큼 인정을 받았다는 이야기니까요. 


 따라서 이런 저널에 이렇게 중요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는 점은 매우 축하할 일입니다. 김선생님께 답장 메일로 축하의 말을 전했는데 다시 축하드립니다. 블로그 독자분이 이렇게 좋은 연구를 해서 인정을 받았다고 하니 제가 된 것처럼 기분이 좋고 널리 소개하고 싶습니다. 물론 이제 박사과정이시니 앞길이 더 창창하리라 믿습니다. 좋은 연구 많이 하셔서 학문 발전에도 기여하고 개인적으로도 잘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그런데 이런 연구는 단순히 개인의 명예나 경력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저도 연구를 하면서 그다지 중요한 기여는 못해도 질병 예방 및 보건 정책 수립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것으로 믿고 연구를 합니다. 이 연구는 앞으로 기후 변화에 대한 국가 정책 수립은 물론 국제 사회의 정책 수립에 근거 자료가 될 수 있어 매우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앞으로 후속 연구가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종종 보면 독자분 가운데서 연구하시는 분들도 있으신 것 같습니다. 혹시 그 가운데 자신의 연구를 소개하고 싶으신 분은 이렇게 소개해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가능하면 너무 특수한 내용이 아니라 비전공자와 일반 대중도 간단하게 이해할 수 있는 연구에 국한해서 진행하겠습니다. SCI 저널에 실린 연구면 더 좋구요. 


 참고 


Jin-Soo Kim et al. Reduced North American terrestrial primary productivity linked to anomalous Arctic warming, Nature Geoscience (2017). DOI: 10.1038/ngeo2986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100 테슬라급 자기장 도달

 미국의 로스 알라모스 국립 연구소 (Los Alamos National Laboratory) 에서 과학자들이 지금까지 인간이 개발한 가장 강력한 자기장을 발생시키는 장치 개발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자기장의 세기를 나타내는 방법으로 자기력선의 밀도를 나타내기 위해 단위 면적당 자기력선의 수를 표시하는 단위인 테슬라 (T) 가 있습니다. (1T = 1Wb/㎡  웨버 (Wb) 는 자속의 단위)   의료용으로 사용되는 초전도체를 이용한 MRI 의 경우 1.5 - 3 테슬라급의 강력한 자기장으로 인체 내부를 볼 수 있게 만들지만 과학 연구용으로 이보다 더 강력한 자기장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 등장한 90 테슬라급 자기장에 이어 이번에 로스 알라모스 국립 연구소에서는 100 테슬라급인 100.75 T 를 실현 했다고 합니다.   이를 구현한 것은 18000 파운드 (8.16 톤 정도) 의 코일과 여기에 에너지를 공급할 1200 메가줄 (Megajoule) 급 모터 제네레이터등의 설비입니다.  (   The 1,200-megajoule motor generator that powers the magnetic pulse.  )  이와 같은 연구를 통해 알아내고자 하는 것은  Quantum Phase transitions and new ultra high field magnetic states Electronic Structure determination Topologically protected states of matter  로 요약할 수 있다고 합니다.   아무튼 수 T 급 MRI 만 해도 자기장의 힘이 엄청난데 100 T 라니 엄청난 자기장이네요. 이는 지구 자기장 세기보다 200만배 강력한 (물론 좁은 범위에서 작용하는 자기장이라 지구 전체...

고대 양서류 이야기 (2) - 악어를 닮은 거대 양서류들

  페름기에는 다양한 양막류가 진화해서 앞서 소개한 육상형 템노스폰딜리는 점차 설 자리를 잃게 됩니다. 하지만 양서류는 본래 자신의 서식지인 물과 습지에서 여전히 번성을 누렸습니다. 당시에는 악어류 같은 대형 양서형 파충류도 없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이와 비슷한 생태학적 지위는 여전히 양서류의 몫이었습니다. 이들에 대한 이야기는 제 책인 포식자에서 비교적 간단히 다뤘는데, 오늘은 여기에 대한 보충 설명입니다.  책 정보: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3347200 Yes 24:  http://www.yes24.com/24/goods/58772859 11번가:  http://books.11st.co.kr/product/SellerProductDetail.tmall?method=getSellerProductDetail&prdNo=1977867160 알라딘: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34877825 교보문고:  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ejkGb=KOR&mallGb=KOR&barcode=9788970447988&orderClick=LAG&Kc= 인터파크 :  http://book.interpark.com/product/BookDisplay.do?_method=detail&sc.prdNo=279593764&sc.saNo=003002003&bid1=search_auto&bid2=detail&bid3=prd_img&bid4=001 영풍문고:  http://www.ypbooks.co.kr/book.yp?bookcd=100843205&gubun=NV ...

이빨이 다시 진화한 개구리

  ( CT scans of Gastrotheca guentheri skulls revealed what appeared to be identical rows of teeth on both the upper and lower jaws, which researchers later confirmed through dissection. Credit: Florida Museum/Daniel Paluh )  개구리는 2억년 전 진화 과정에서 이빨을 잃어버리고 큰 턱과 혀를 이용해 곤충 같은 작은 먹이를 잡아 먹는 방향으로 진화했습니다. 파충류나 포유류 같은 다른 사지류와의 경쟁에서 밀려 양서류가 쇠퇴하고 멸종하던 시기에도 개구리는 여전히 생존할 수 있었던 비결입니다.   이빨이 없는 덕분에 큰 혀를 발사하기 편해졌을지는 모르지만, 이빨이 없으면 종종 불편할 때가 있습니다. 씹는 대신 삼키기 때문에 음식을 씹을 수 없다는 점은 문제되지 않지만, 필사적으로 달아나려는 먹이를 잡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일부 개구리는 이빨 같이 보이는 엄니 (fang)을 지니고 있으나 이는 사라진 이빨이 다시 난 것이 아니라 다른 부분이 진화한 것입니다.   이는 돌로의 법칙 ( Dollo's Law )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진화 과정에서 퇴화한 부분이 다시 생겨나지 않으며 대신 필요하면 다른 부분이 진화해 그 역할을 대신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아가미가 사라진 사지 동물은 다시 물에 들어온다고 해도 아가미가 다시 생기진 않습니다. 대신 고래처럼 폐가 커져서 그 기능을 대신하게 됩니다.   하지만 모든 법칙엔 예외가 있기 마련입니다. 남미에서 발견된 멸종 위기 개구리 중 하나인 구엔터 유대류 개구리 ( Gastrotheca guentheri, Guenther's marsupial frog, dentate marsupial frog)는 완전한 형태의 이빨을 지니고 있습니다. 참고로 유대류 개구리라는 명칭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