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우주 이야기 1455 - 합쳐지기 직전의 거대 블랙홀 듀오


 

(A pair of monster black holes swirl in a cloud of gas in this artist's concept of AT 2021hdr, a recurring outburst studied by NASA's Neil Gehrels Swift Observatory and the Zwicky Transient Facility at Palomar Observatory in California. Credit: NASA/Aurore Simonnet (Sonoma State University))

나사의 감마선 관측 위성인 스위프트 (Neil Gehrels Swift Observatory)가 엄청난 물질을 흡수하면서 서로 공전하는 거대 블랙홀 듀오를 포착했습니다. 2004년 발사된 후 20년째 관측을 이어가고 있는 스위프트는 X선보다 더 높은 초고온의 물질에서 나오는 감마선을 관측해 인류의 지식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칠레 발파라조 대학 (University of Valparaíso in Chile)의 천체 물리학자인 로레나 에르난데스-가르시아(Lorena Hernández-García)가 이끄는 국제 과학자팀은 2021년 3월 처음 포착된 AT 2021hdr라는 갑작스러운 밝기 변화 현상을 연구했습니다.

AT 2021hdr는 최초 캘리포니아 팔로마 천문대의 ZTF (Zwicky Transient Facility)에 의해 관측됐습니다. 이 사견은 인공지능 연구 도구인 ALeRCE (Automatic Learning for the Rapid Classification of Events)에 의해 포착되었으며 이후 스위프트를 통해 관측됐습니다.

AT 2021hdr는 10억 광년 떨어진 은하인 2MASX J21240027+3409114 중심 부근에서 발견되었는데, 처음에는 초신성으로 생각되었으나 초신성과 달리 60 - 90일 주기로 갑자기 밝아지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이는 뭔가 다른 이유가 있음을 시사합니다.

연구팀은 다른 모든 가능성을 배제하고 가장 가능성 높은 가설이 거대 블랙홀 듀오라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이 블랙홀 듀오의 질량은 모두 태양의 4000만배로 우리 은하 중심 블랙홀이 10배 수준이며 빛으로 하루 정도 거리인 260억 km 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상당히 먼 거리 같지만, 질량과 중력을 생각하면 거의 붙어 있는 것과 다름 없는 수준으로 공전 주기도 130일 정도에 불과합니다.

아마도 이 두 블랙홀은 은하 충돌의 결과로 두 개의 거대 질량 블랙홀이 하나로 합쳐지는 과정에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예상 충돌 시점은 7만 년 정도로 천문학적 관점에서 보면 거의 충돌이 임박한 것이나 다를 바 없습니다. 충돌 후에는 태양 질량의 4000만 배 정도 되는 하나의 거대 질량 블랙홀로 거듭날 것입니다.

하지만 그 전에 이 블랙홀 듀오는 주변으로 엄청난 가스를 끌어당기고 있습니다. 끌려온 가스는 엄청난 속도로 회전할 뿐 아니라 두 블랙홀의 중력에 의해 마찰까지 되어 매우 뜨거운 상태입니다. 그리고 뜨거운 가스가 종종 분출하면서 갑자기 밝아지는 것입니다.

우주에는 이보다 더 극단적인 블랙홀 듀오도 존재할 것입니다. 우주적 스케일이 아니라 인간 입장에서도 충돌이 임박한 블랙홀을 발견하는 날도 올 것으로 생각합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4-11-swift-observatory-pair-gas-churning.html

L. Hernández-García et al, AT 2021hdr: A candidate tidal disruption of a gas cloud by a binary super massive black hole system, Astronomy & Astrophysics (2024). DOI: 10.1051/0004-6361/202451305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잘 쓰지도 않을 방법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아무래도 효율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생대에 박쥐가 등장하면서 플로팔랑곱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enage-girl-years-reconstructed.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