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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이야기 1453 - 초대형 우주 망원경을 위한 로봇 E-Walker



 (An illustration of the E-walker. The robot has seven degrees of freedom, meaning it has seven independent motions. Credit: Mini Rai, University of Lincoln)




(This figure shows how LAST would be constructed. 342 Primary Mirror Units make up the 18 Primary Mirror Segments, adding up to a 25-meter primary mirror. (b) shows how the center of each PMU is found, and (c) shows a PMU and its connectors. Credit: Nair et al. 2024)




(This figure summarizes the 11 mission ConOps developed for LAST. (a) shows assembly with a single E-walker, (b) shows partially shared responsibilities among the E-walkers, (c) shows equally shared responsibilities between E-walkers, and (d) shows assembly carried out in two separate units, which is the safer assembly option. Credit: Nair et al. 2024)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은 지름이 6.5m인 주경을 지녀 허블 우주 망원경보다 7.3배나 많은 집광 면적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상태로 로켓에 탑재하긴 어렵기 때문에 18개의 작은 거울을 붙인 주경을 접어서 발사하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개발 시간과 비용이 급상승해 인류 역사상 가장 비싼 망원경이 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은 역대 가장 강력한 성능으로 수많은 발견을 이뤄냈습니다. 이 발견 중 상당수는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 같은 강력한 망원경이 없었다면 결코 알아낼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을 뛰어넘을 차세대 망원경에도 많은 관심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보다 훨씬 거대한 주경을 지닌 대형 망원경을 우주에 올리기 위해서는 단순히 접어서 펼칠 수 있는 방식으론 한계가 있습니다. 영국 링컨 자율 시스템 센터의 마뉴 나이어 (Manu Nair from the Lincoln Center for Autonomous Systems in the U.K)가 이끄는 연구팀은 우주에서 작은 부품들을 조립해 25m 지름의 대형 망원경을 만드는 방법을 제안했습니다.

우주에서 작동하는 로봇팔은 ISS에 설치된 캐나다암처럼 이미 실용화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 로봇팔은 복잡한 건설 임무를 담당하기에는 구조적으로 어려울 뿐 아니라 사람이 수동으로 조작해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습니다. 연구팀이 제안한 E-Walker (End-Over-End Walking Robot )는 7개의 자유로운 관절과 양쪽 끝에 달린 두 개의 자석처럼 보이는 장치를 이용해 마치 벌레처럼 구조물의 표면을 이동하면서 부품들을 조립하는 방식입니다.

연구팀은 E-Walker를 이용해 LAST (Large Aperture Space Telescope with a wide-field)라는 초대형 우주 망원경 제작을 시뮬레이션 했습니다. LAST는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을 여럿 붙여 놓은 것처럼 생겼는데, 18개의 작은 육각형 거울인 Primary Mirror Units (PMUs)을 모아 Primary Mirror Segment (PMS)를 만들고 다시 19개의 PMS로 지름 25m의 망원경을 만드는 것입니다. (사진 참조)

우주 건설 로봇의 구성은 E-Walker와 함께 모선 역할을 하는 Base Spacecraft (BSC)와 작업 물자를 보관하는 Storage Spacecraft (SSC) 등의 서브 시스템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건설 과정은 사람 손으로 일일이 조종하는 것이 아니라 Robotics, Automation, and Autonomous Systems (RAAS) 시스템에 의해 자율적으로 임무를 수행합니다.

물론 컨셉이긴 하지만, 앞으로 대형 우주 망원경 뿐 아니라 우주에서 구조물을 건설한다면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기도 합니다. 실제 우주 공간에서 테스트하게 되는 날이 올지 궁금합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4-11-space-robot-giant-telescope.html

Manu H. Nair et al, The new era of walking manipulators in space: Feasibility and operational assessment of assembling a 25 m Large Aperture Space Telescope in orbit, Acta Astronautica (2024). DOI: 10.1016/j.actaastro.2024.1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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