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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 도둑 알고 보니 꿀벌?



 (Utah State University ecologists explore hypothesis that nectar-inhabiting microbes containing yeast influence nectar-robbing behavior in bumble bees. Credit: M. Muffoletto, USU)

꿀벌은 개미처럼 근면 성실한 곤충의 대명사입니다. 꽃과 꽃 사이를 분주하게 다니며 굴을 모으고 꽃가루를 전달하는 꿀벌이 없다면 우리가 먹는 과일과 수많은 식물들이 꽃과 열매를 맺을 수 없을 것입니다. 드물게 꿀벌에 쏘이는 경우를 제외하면 우리 모두가 부지런한 꿀벌에 대해 존경하는 마음을 지닐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사실 개미의 경우에도 개미굴에는 일하지 않고 에너지를 아끼며 대기는 일벌이 더 많은 것처럼 꿀벌 역시 식물과 상부상조하는 착한 경우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일부 꿀벌은 꿀을 도둑질하는 꿀벌 도둑 (Bee Bandit)으로 돌변합니다.

유타 주립대학교 생물학과 및 생태센터 박사 과정 대학원생인 발레리 마틴(Valerie Martin)은 지도교수인 로버트 셰퍼(Robert Schaeffer)와 함께 호박벌(bumble bee)의 꿀 도둑질 행동 (nectar-robbing behavior)을 연구했습니다. 이 연구 결과는 학술지 iScience에 발표되었습니다.

사실 꿀은 꽃가루를 옮겨주는 대가로 식물이 꽃가루 매개 곤충에게 제공하는 보상입니다. 물론 꽃가루 자체도 고단백 영양식이긴 하지만, 비행에 들어가는 많은 에너지를 보상하기 위해 더 많은 꿀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이때 일부 꽃가루 매개 곤충은 꽃가루를 옮기지 않고 꿀만 훔쳐 갑니다.

꽃가루 매개자가 꿀을 훔쳐 먹는 주요 방식에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꽃에서 꿀을 훔쳐 먹는 곤충이 꽃에 스스로 구멍을 내는 1차 도둑질이고, 다른 하나는 이미 만들어진 구멍을 다른 곤충이 활용하는 2차 도둑질입니다. 2차 도둑질은 혀가 짧아서 평소에는 꿀을 빨아먹을 수 없는 곤충에게 절호의 찬스입니다.

이렇게 서로 공생하는 꽃과 꿀벌 사이에 속임수가 존재한다는 사실도 흥미롭지만, 연구팀은 이 과정에 꿀벌과 꽃만 있는 건 아니라는 사실도 알아냈습니다. 연구팀은 사실 효모도 이 과정에 관여한다는 점을 알아냈습니다. 효모가 낸 화학 물질이 꿀벌을 유인하고 꿀벌이 구멍을 뚫으면 효모도 꿀맛을 보게 되는 놀라운 상부상조입니다.

연구팀은 이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콜로라도 주 크레스티드 뷰트 근처에 있는 비영리 단체인 로키산맥생물연구소(RMBL, 럼블로 발음)에서 연구를 수행했습니다. RMBL은 거의 100년 된 고산지대 생물학 야외 연구소로 다양한 토종 야생화와 토종 수분 매개 곤충이 풍부한 광활한 초원이 있는, 외래종의 침입을 받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산악 지대입니다.

(동영상)

여기에 더해 RMBL은 이 연구를 뒷받침할 수십 년간 축적된 데이터와 전문 지식을 갖춘 연구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곳의 연구팀은 연구 설계를 위한 여러 가지 조언을 아낌없이 제공했습니다. 유타 주립대학교 로건 연구실로 돌아온 연구팀은 꿀벌의 선호도를 테스트하기 위해 Y자형 후각 측정기 배열을 설계하고 제작했습니다.

연구팀은 로건에 있는 미국 농무부 농업연구청(USDA-ARS) 수분곤충연구소의 양봉실에서 호박벌 군집을 모아 두 그룹으로 나누었습니다. 한 그룹에는 실험실에서 만든 무균 꿀을, 다른 그룹에는 4가지 효모 종으로 3일 동안 발효시킨 꿀을 공급했습니다. 효모에 의해 발효되지 않은 꿀과 발효된 꿀을 먹이로 사용하여 벌들을 길들인 다음, 벌집 밖의 먹이에 대한 후각과 미각 선호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실험한 결과 효모가 꿀벌을 끌어들이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와 같은 속임수는 자연의 진화가 한 방향으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생존에 유리한 방향으로 일어난다는 점을 다시 보여주고 있습니다. 서로 상부상조하는 공생 관계에서도 상대를 속이거나 편취하기 위한 술수가 등장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여기에 대응해서 상대방도 진화하거나 적응하게 됩니다. 인간 관계처럼 사실 공생 관계도 단순한 상부상조가 아닌 애증의 관계가 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유타 주립대학교 생물학과 및 생태센터 박사 과정생인 마틴은 지도교수인 로버트 셰퍼와 함께 호박벌의 꿀 도둑질 행동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연구 결과는 학술지 iScience 에 발표되었습니다. 그건 그렇고 정성들인 영상을 보면 연구자분들이 꽤 유쾌하시네요.

참고

https://phys.org/news/2026-02-bee-bandits-yeast-nectar-behavior.html

Daniel Souto-Vilarós et al, Yeast volatiles promote larceny in bumble bee behavior, iScience (2026). DOI: 10.1016/j.isci.2026.114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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