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볼바키아 박테리아를 이용한 뎅기열 모기 예방 효과 있다.



 (Credit: CC0 Public Domain)

뎅기열은 모기가 옮기는 질병 하나로 다행히 한국에서는 해외 여행객 이외에는 보기 어려우나 열대 지방에서는 꽤 많은 감염자와 적지 않은 사망자를 만드는 질병입니다.

당연히 뎅기열이나 말라리아를 전파하는 모기를 박멸하기 위해 많은 노력이 이뤄졌지만, 현재까지 박멸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서식지 파괴는 자연 보호를 생각하면 제한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고 살충제는 곧 내성이 생기는데다 자연 생태계에 큰 부담을 줍니다.

여기에 대안으로 등장한 모기 방제 기술이 바로 자연적으로 곤충에소 흔히 발견되는 세균인 볼바키아 (Wolbachia)입니다. 볼바키아 자체는 곤충에 흔하지만, 모기에는 없다는 사실에 착안한 과학자들은 이를 질병 전파 모기에 선택적으로 감염시키는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볼바키아가 모기의 질병 전파 능력을 감소시키는 기전은 두 가지입니다. 우선 이 세균은 질병 전파의 원흉인 이집트 숲모기 체내에서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합니다. 바이러스가 사용할 자원을 선점할 뿐 아니라 모기의 면역 시스템을 자극해 바이러스를 더 많이 제거하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세포질 불합치(Cytoplasmic Incompatibility, CI)라는 기전으로 모기의 불임을 유도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사람의 피를 빨아먹지 않는 수컷 모기에 감염시켜 방사하면 모기 개체 수를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환경에서 이 방식이 얼마나 감염 예방에 효과적인지 검증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과학자들은 볼바키아균 매개 불친화성 곤충 기술-불임 곤충 기술 Wolbachia-mediated incompatible insect technique–sterile insect technique (IIT-SIT)을 검증하기 위해 싱가포르 전체를 실험 지역으로 한 프로젝트 볼바키아- 싱가포르 (Project Wolbachia–Singapore)를 진행했습니다.

연구팀은 싱가포르의 대규모 주거 지역 15곳을 선정하여 무작위로 두 그룹으로 나누었습니다. 8개 그룹에는 볼바키아균에 감염된 불임 수컷 모기를 주 2회 방사했고, 나머지 7개 그룹은 대조군으로 모기를 방사하지 않았습니다. 이 실험은 2022년 중반부터 2024년 말까지 24개월 동안 진행되었습니다.

방사 실험이 효과가 있었는지 평가하기 위해 연구팀은 모기 개체 수와 뎅기열 진단 건수라는 두 가지 결과를 추적했습니다. 우선 특수 장비를 사용하여 야생 암컷 모기를 포획하고 개체 수를 세어 모기 개체 수의 변화를 추적했습니다. 다음으로 국가 보건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하여 병원을 방문하고 뎅기열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인 주민들을 파악하고, 모기를 방사한 지역과 방사하지 않은 지역의 뎅기열 감염률을 비교했습니다.

그 결과 모기를 방사한 지역에서는 야생 암컷 모기 의 수가 약 77% 감소하여 덫당 0.18마리에서 0.041마리로 줄었습니다. 이러한 감소는 당연히 뎅기열 감염률 감소로 이어져, 6개월 이상 경과 후 방사 지역에서는 양성 반응을 보인 사람이 6%에 불과했던 반면, 대조 지역에서는 21%에 달했습니다. 볼바키아균을 보유한 모기에 노출되면 대체적으로 3개월에서 12개월 동안 뎅기열 발병 위험이 약 71~72%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볼바키아를 이용한 전략이 매우 효과적임을 구체적으로 입증한 결과입니다. 물론 뎅기열 이외의 다른 질병에도 효과적일 것이라는 점을 쉽게 예상할 수 있어 앞으로 환경에 미치는 영향과 내성에 대한 우려를 덜고 모기 매개 질환 확산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참고

https://medicalxpress.com/news/2026-02-wolbachia-infected-mosquitoes-dengue-citywide.html

Jue Tao Lim et al, Dengue Suppression by Male Wolbachia-Infected Mosquitoes,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2026). DOI: 10.1056/nejmoa2503304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100 테슬라급 자기장 도달

 미국의 로스 알라모스 국립 연구소 (Los Alamos National Laboratory) 에서 과학자들이 지금까지 인간이 개발한 가장 강력한 자기장을 발생시키는 장치 개발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자기장의 세기를 나타내는 방법으로 자기력선의 밀도를 나타내기 위해 단위 면적당 자기력선의 수를 표시하는 단위인 테슬라 (T) 가 있습니다. (1T = 1Wb/㎡  웨버 (Wb) 는 자속의 단위)   의료용으로 사용되는 초전도체를 이용한 MRI 의 경우 1.5 - 3 테슬라급의 강력한 자기장으로 인체 내부를 볼 수 있게 만들지만 과학 연구용으로 이보다 더 강력한 자기장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 등장한 90 테슬라급 자기장에 이어 이번에 로스 알라모스 국립 연구소에서는 100 테슬라급인 100.75 T 를 실현 했다고 합니다.   이를 구현한 것은 18000 파운드 (8.16 톤 정도) 의 코일과 여기에 에너지를 공급할 1200 메가줄 (Megajoule) 급 모터 제네레이터등의 설비입니다.  (   The 1,200-megajoule motor generator that powers the magnetic pulse.  )  이와 같은 연구를 통해 알아내고자 하는 것은  Quantum Phase transitions and new ultra high field magnetic states Electronic Structure determination Topologically protected states of matter  로 요약할 수 있다고 합니다.   아무튼 수 T 급 MRI 만 해도 자기장의 힘이 엄청난데 100 T 라니 엄청난 자기장이네요. 이는 지구 자기장 세기보다 200만배 강력한 (물론 좁은 범위에서 작용하는 자기장이라 지구 전체...

고대 양서류 이야기 (2) - 악어를 닮은 거대 양서류들

  페름기에는 다양한 양막류가 진화해서 앞서 소개한 육상형 템노스폰딜리는 점차 설 자리를 잃게 됩니다. 하지만 양서류는 본래 자신의 서식지인 물과 습지에서 여전히 번성을 누렸습니다. 당시에는 악어류 같은 대형 양서형 파충류도 없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이와 비슷한 생태학적 지위는 여전히 양서류의 몫이었습니다. 이들에 대한 이야기는 제 책인 포식자에서 비교적 간단히 다뤘는데, 오늘은 여기에 대한 보충 설명입니다.  책 정보: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3347200 Yes 24:  http://www.yes24.com/24/goods/58772859 11번가:  http://books.11st.co.kr/product/SellerProductDetail.tmall?method=getSellerProductDetail&prdNo=1977867160 알라딘: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34877825 교보문고:  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ejkGb=KOR&mallGb=KOR&barcode=9788970447988&orderClick=LAG&Kc= 인터파크 :  http://book.interpark.com/product/BookDisplay.do?_method=detail&sc.prdNo=279593764&sc.saNo=003002003&bid1=search_auto&bid2=detail&bid3=prd_img&bid4=001 영풍문고:  http://www.ypbooks.co.kr/book.yp?bookcd=100843205&gubun=NV ...

이빨이 다시 진화한 개구리

  ( CT scans of Gastrotheca guentheri skulls revealed what appeared to be identical rows of teeth on both the upper and lower jaws, which researchers later confirmed through dissection. Credit: Florida Museum/Daniel Paluh )  개구리는 2억년 전 진화 과정에서 이빨을 잃어버리고 큰 턱과 혀를 이용해 곤충 같은 작은 먹이를 잡아 먹는 방향으로 진화했습니다. 파충류나 포유류 같은 다른 사지류와의 경쟁에서 밀려 양서류가 쇠퇴하고 멸종하던 시기에도 개구리는 여전히 생존할 수 있었던 비결입니다.   이빨이 없는 덕분에 큰 혀를 발사하기 편해졌을지는 모르지만, 이빨이 없으면 종종 불편할 때가 있습니다. 씹는 대신 삼키기 때문에 음식을 씹을 수 없다는 점은 문제되지 않지만, 필사적으로 달아나려는 먹이를 잡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일부 개구리는 이빨 같이 보이는 엄니 (fang)을 지니고 있으나 이는 사라진 이빨이 다시 난 것이 아니라 다른 부분이 진화한 것입니다.   이는 돌로의 법칙 ( Dollo's Law )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진화 과정에서 퇴화한 부분이 다시 생겨나지 않으며 대신 필요하면 다른 부분이 진화해 그 역할을 대신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아가미가 사라진 사지 동물은 다시 물에 들어온다고 해도 아가미가 다시 생기진 않습니다. 대신 고래처럼 폐가 커져서 그 기능을 대신하게 됩니다.   하지만 모든 법칙엔 예외가 있기 마련입니다. 남미에서 발견된 멸종 위기 개구리 중 하나인 구엔터 유대류 개구리 ( Gastrotheca guentheri, Guenther's marsupial frog, dentate marsupial frog)는 완전한 형태의 이빨을 지니고 있습니다. 참고로 유대류 개구리라는 명칭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