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오래 가는 유기물 레독스 흐름 전지 - 상용화는 언제 가능할까?



 (Credit: University of Montreal)

레독스 흐름 전지(Redox Flow Battery, RFB)는 전해액에 용해된 활물질이 멤브레인을 통해 산화·환원 반응을 일으켜 충·방전하는 형태의 배터리입니다. 불에 타지 않는 수용성 전해액을 이용하고 전해액의 용량만 늘리면 매우 쉽게 배터리 용량을 늘릴 수 있을 뿐 아니라 장기 에너지 저장이 가능한 형태의 배터리로 차세대 에너지 저장 장치 (ESS)로 오래전부터 주목 받아 왔습니다.

하지만 ESS 시장에서 기존의 리튬 이온 배터리를 완전히 대체하지 못한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이론적으로 보면 대규모의 에너지를 저장할 때 리튬 이온 배터리보다 훨씬 안전하고 오래가지만 현재 상용화된 레독스 흐름 전지는 바나듐을 이용하고 있어 사실 단가가 그렇게 저렴하지 않고 독성이 있습니다.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이 유기물 레독스 흐름 전지입니다. 독성이 없고 쉽게 만들 수 있는 유기물을 이용해서 흐름 전지를 만들면 단가도 대폭 낮출 수 있고 독성이나 자원 고갈 문제도 없습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개발된 유기물 레독스 흐름전지는 상용화를 가로 막는 여러 가지 제한점이 있습니다.

우선 기존의 유기 분자들은 충·방전 과정(산화-환원 반응) 중에 화학 구조가 변형되거나 파괴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바나듐 같은 금속은 원소 자체가 변하지 않지만, 유기 화합물은 결합이 끊어지면 더 이상 전기를 저장할 수 없는 상태가 됩니다.10년 이상 운용해야 하는 ESS 입장에선 매우 곤란한 일입니다.

더구나 유기 분자는 크기가 크기 때문에 물(용매)에 잘 녹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분자가 조금만 녹으면 전해액 속에 저장할 수 있는 에너지가 적어지고, 결과적으로 똑같은 전기를 저장하기 위해 거대한 탱크가 필요하게 됩니다. 이는 비용 증가로 이어집니다.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몬트리올 대학교 화학과 연구팀이 콩코디아 대학교 연구진과 공동으로 아조비파이(AzoBiPy)라는 새로운 유기물 레독스 흐름 전지 분자를 개발했습니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화학회지(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 에 발표 되었습니다.

연구팀은 실험실에서 70일 동안 레독스 흐름 전지를 사용하여 아조비파이 분자를 테스트했습니다. 이 분자는 놀라울 정도로 안정적이어서 하루에 용량이 0.02%밖에 감소하지 않았습니다. 대부분의 유기물 배터리 소재보다 두 배나 많은 에너지를 저장하며, 물에 대한 용해도도 매우 높아 대규모 에너지 저장 시스템의 효율을 극대화하는 데 적합한 특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보통의 유기물 분자가 전자 1개를 주고받을 때 아조비파이는 2전자 반응(Two-electron exchange)을 통해 2개를 처리하므로 이론적으로 에너지 밀도를 2배 높일 수 있습니다.

물론 아직은 실험실을 벗어나지 못한 단계이지만, 이렇게 유기물 레독스 흐름 전지의 단점을 개선해 나가다보면 언젠가는 상당한 성능의 유기물 레독스 흐름 전지가 개발되어 ESS 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현재 풍력, 태양광 같은 신재생 에너지의 가장 큰 약점이 전력을 저장하지 못한다는 것인데, 저렴한 ESS가 이 판도를 바꿀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과연 실제 상용화가 진행되는 것은 언젠가 될지 궁금합니다.

참고

https://techxplore.com/news/2026-02-molecule-renewable-energy-stability-paving.html

Hélène Lebel et al, 4,4′-Hydrazobis(1-methylpyridinium) as a Two-Electron Posolyte Molecule for Aqueous Organic Redox Flow Batteries, 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 (2025). DOI: 10.1021/jacs.5c03524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벨 V-280 Valor 시험 비행 성공

( The V-280 Valor flew for the first time at Bell Helicopter's Amarillo Assembly Center in Texas(Credit: Bell Helicopter/YouTube) )  앞서 소개드린 V-280 발러가 첫 번째 비행 테스트에 성공했다는 소식입니다. V-22 오스프리의 소형화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 V-280 발러는  미 육군의 차세대 헬기 사업인 Future Vertical Lift (FVL)에 입찰을 시도하는 틸트로터기로 현재 미 육군이 주력으로 사용하는 블랙호크 헬기와 비슷한 체급입니다. 다만 틸트로터기인 만큼 최고 속도나 항속 거리면에서 더 유리합니다. 스펙은 이전 포스트를 참조해 주시기   이전 포스트:  https://blog.naver.com/jjy0501/221115245986  (동영상)   V-280 발러는 틸트로터기의 더 대중화 될 수 있을지를 검증하는 중요한 무대가 될 것입니다. V-22 오스프리의 경우 복잡한 구조로 인해 가격이 너무 비싸져서 사실 미국은 몰라도 그 동맹국에 널리 도입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V-280 역시 가격이 아주 저렴할 것 같지는 않지만, 좀 더 합리적인 대안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만약 성공적인 결과가 나오면 한국을 포함한 미국의 동맹국에서 도입을 검토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입니다.   참고  https://newatlas.com/bell-v-280-valor-maiden-flight/52663/

세상에서 가장 큰 벌

( Wallace's giant bee, the largest known bee species in the world, is four times larger than a European honeybee(Credit: Clay Bolt) ) (Photographer Clay Bolt snaps some of the first-ever shots of Wallace's giant bee in the wild(Credit: Simon Robson)  월리스의 거대 벌 (Wallace’s giant bee)로 알려진 Megachile pluto는 매우 거대한 인도네시아 벌로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말벌과도 경쟁할 수 있는 크기를 지니고 있습니다. 암컷의 경우 몸길이 3.8cm, 날개너비 6.35cm으로 알려진 벌 가운데 가장 거대하지만 수컷의 경우 이보다 작아서 몸길이가 2.3cm 정도입니다. 아무튼 일반 꿀벌의 4배가 넘는 몸길이를 지닌 거대 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메가칠레는 1981년 몇 개의 표본이 발견된 이후 지금까지 추가 발견이 되지 않아 멸종되었다고 보는 과학자들도 있었습니다. 2018년에 eBay에 표본이 나왔지만, 언제 잡힌 것인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사실 이 벌은 1858년 처음 발견된 이후 1981년에야 다시 발견되었을 만큼 찾기 어려운 희귀종입니다. 그런데 시드니 대학과 국제 야생 동물 보호 협회 (Global Wildlife Conservation)의 연구팀이 오랜 수색 끝에 2019년 인도네시아의 오지에서 메가칠레 암컷을 야생 상태에서 발견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메가칠레 암컷은 특이하게도 살아있는 흰개미 둥지가 있는 나무에 둥지를 만들고 살아갑니다. 이들의 거대한 턱은 나무의 수지를 모아 둥지를 짓는데 유리합니다. 하지만 워낙 희귀종이라 이들의 생태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동영상)...

몸에 철이 많으면 조기 사망 위험도가 높다?

 철분은 인체에 반드시 필요한 미량 원소입니다. 헤모글로빈에 필수적인 물질이기 때문에 철분 부족은 흔히 빈혈을 부르며 반대로 피를 자꾸 잃는 경우에는 철분 부족 현상이 발생합니다. 하지만 철분 수치가 높다는 것은 반드시 좋은 의미는 아닙니다. 모든 일에는 적당한 수준이 있게 마련이고 철 역시 너무 많으면 여러 가지 질병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철 대사에 문제가 생겨 철이 과다하게 축적되는 혈색소증 ( haemochromatosis ) 같은 드문 경우가 아니라도 과도한 철분 섭취나 수혈로 인한 철분 과잉은 건강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높은 철 농도가 수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하버드 대학의 이야스 다글라스( Iyas Daghlas )와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데펜더 길 ( Dipender Gill )은 체내 철 함유량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적 변이와 수명의 관계를 조사했습니다. 연구팀은 48972명의 유전 정보와 혈중 철분 농도, 그리고 기대 수명의 60/90%에서 생존 확률을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유전자로 예측한 혈중 철분 농도가 증가할수록 오래 생존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것이 유전자 자체 때문인지 아니면 높은 혈중/체내 철 농도 때문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높은 혈중 철 농도가 꼭 좋은 뜻이 아니라는 것을 시사하는 결과입니다.   연구팀은 이 데이터를 근거로 건강한 사람이 영양제나 종합 비타민제를 통해 과도한 철분을 섭취할 이유는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어쩌면 높은 철 농도가 조기 사망 위험도를 높일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임산부나 빈혈 환자 등 진짜 철분이 필요한 사람들까지 철분 섭취를 꺼릴 필요가 없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연구 내용은 정상보다 높은 혈중 철농도가 오래 유지되는 경우를 가정한 것으로 본래 철분 부족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낮은 철분 농도와 빈혈이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은 이미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