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페퍼민트 오일을 이용한 항균 코팅

 


(Peppermint essential oil plasma coating. A nanoscale peppermint‑oil coating that protects against infection, inflammation and oxidative stress, while remaining compatible with human tissue and suitable for medical materials. Credit: Flinders University)



(A mint idea - Flinder's Biomedical Nanoengineering Laboratory team, Dr. Andrew Hayes, Ph.D. candidate, Trong Quan Luu and Professor Vasilev in the lab with some mint. Credit: Flinders University)

의학적 처치를 위해 환자의 몸에 삽입하는 여러 장치와 관 (카테터)은 실제 인체 조직 처럼 면역 세포의 보호를 받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감염에 취약합니다. 특히 피부에서 삽입되는 관의 경우 세균이 타고 들어가기 좋은 통로가 되어 감염의 주요 원인이 됩니다.

일단 세균이 관 표면에 생물막을 형성하고 나면 이후에는 약물로도 쉽게 치료가 어려워 결국 관을 교체해야 합니다. 따라서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항생제 코팅 방법이 적용되기도 하지만, 항생제 내성균의 등장과 약물 부작용 같은 문제가 여전히 존재합니다.

호주 플린더스 대학의 카시미르 바실레프 (Professor Krasimir Vasilev) 교수 연구팀은 전혀 다른 천연물에서 해답을 찾고 있습니다. 바로 페퍼민트 오일입니다. 개인적으로 바실레프 교수는 목감기에 걸렸을 때 패퍼민트 잎을 먹었던 것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합니다.

페퍼민트 같은 박하류의 잎에는 멘톨 같은 청량감을 주는 물질이 포함되어 있어 오래전부터 식품은 물론 치약이나 연고 등에 널리 사용되어 안전성이 입증되어 있습니다. 식물 입장에서는 당연히 청량감이 아니라 해충이나 세균에 대한 저항성을 위해 만든 물질입니다. 따라서 이런 물질들이 항균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패퍼민트 오일을 카테터에 쉽게 코팅할 방법이 없다면 실제 임상에서 활용하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페퍼민트 오일을 카테터에 바르면 금방 벗겨져 나가고 고온으로 흡착시키면 오일이 변질됩니다.

연구팀의 대안은 대기압 플라스마 폴리머화 기술 (Atmospheric Pressure Plasma Polymerization)입니다. 우선 기체 상태의 페퍼민트 오일 분자에 강한 에너지를 가해 이온화된 플라스마 상태로 만듭니다.

플라스마 에너지는 오일 분자를 조각내고 다시 결합하게 만듭니다. 이 과정에서 분자들이 서로 그물망처럼 얽히는 가교 결합(Cross-linking)이 일어납니다. 마지막으로 재구성된 분자들이 의료기기 표면에 내려앉으며 매우 얇고 단단한 나노 두께의 박막을 형성합니다.

이렇게 만든 페퍼민트 코팅은 병원 내 감염의 주범인 대장균(E. coli)과 녹농균(Pseudomonas aeruginosa)에 대해 강력한 항균 작용을 보였습니다. 그런데 살균 원리가 다소 독특합니다. 연구팀에 따르면 페퍼민트 코팅은 접촉 살균 (Contact-Killing) 방식으로 세균을 파괴합니다. 항생제 코팅처럼 약물을 방출하는 방식이 아니라, 코팅 표면에 박테리아가 닿는 순간 박테리아의 세포막을 파괴하여 사멸시키는 것입니다. 이는 내성균 발생 위험을 줄이는 큰 장점입니다.

더 놀라운 점은 이 코팅이 박테리아의 방어력을 약화시켜, 기존 항생제(콜리스틴, 레보플록사신 등)에 대한 민감도를 높였다는 것입니다. 즉, 적은 양의 항생제로도 균을 더 잘 죽일 수 있게 만듭니다. 그와 동시에 염증을 유발하는 활성 산소를 최대 90%까지 제거하여 감염뿐만 아니라 조직 손상까지 동시에 억제하는 다중 효과를 보여주었습니다

이론적으로는 꽤 그럴 듯해 보이지만, 현재까지는 동물 실험과 실험실 환경에서만 검증되었을 뿐입니다 .실제 인체에서도 부작용 없이 감염만 억제할 수 있는지는 검증이 필요해 보입니다. 가능하다면 페퍼민트의 놀라운 응용이 아닐 수 없을 것입니다.

참고

Peppermint oil plasma coating could cut catheter infections without releasing drugs (phys.org)

Trong Quan Luu et al, A Multifunctional Bioactive Nanoscale Coating Deposited by Atmospheric Pressure Plasma Polymerization of Peppermint Essential Oil, Small (2026). DOI: 10.1002/smll.202510552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100 테슬라급 자기장 도달

 미국의 로스 알라모스 국립 연구소 (Los Alamos National Laboratory) 에서 과학자들이 지금까지 인간이 개발한 가장 강력한 자기장을 발생시키는 장치 개발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자기장의 세기를 나타내는 방법으로 자기력선의 밀도를 나타내기 위해 단위 면적당 자기력선의 수를 표시하는 단위인 테슬라 (T) 가 있습니다. (1T = 1Wb/㎡  웨버 (Wb) 는 자속의 단위)   의료용으로 사용되는 초전도체를 이용한 MRI 의 경우 1.5 - 3 테슬라급의 강력한 자기장으로 인체 내부를 볼 수 있게 만들지만 과학 연구용으로 이보다 더 강력한 자기장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 등장한 90 테슬라급 자기장에 이어 이번에 로스 알라모스 국립 연구소에서는 100 테슬라급인 100.75 T 를 실현 했다고 합니다.   이를 구현한 것은 18000 파운드 (8.16 톤 정도) 의 코일과 여기에 에너지를 공급할 1200 메가줄 (Megajoule) 급 모터 제네레이터등의 설비입니다.  (   The 1,200-megajoule motor generator that powers the magnetic pulse.  )  이와 같은 연구를 통해 알아내고자 하는 것은  Quantum Phase transitions and new ultra high field magnetic states Electronic Structure determination Topologically protected states of matter  로 요약할 수 있다고 합니다.   아무튼 수 T 급 MRI 만 해도 자기장의 힘이 엄청난데 100 T 라니 엄청난 자기장이네요. 이는 지구 자기장 세기보다 200만배 강력한 (물론 좁은 범위에서 작용하는 자기장이라 지구 전체...

고대 양서류 이야기 (2) - 악어를 닮은 거대 양서류들

  페름기에는 다양한 양막류가 진화해서 앞서 소개한 육상형 템노스폰딜리는 점차 설 자리를 잃게 됩니다. 하지만 양서류는 본래 자신의 서식지인 물과 습지에서 여전히 번성을 누렸습니다. 당시에는 악어류 같은 대형 양서형 파충류도 없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이와 비슷한 생태학적 지위는 여전히 양서류의 몫이었습니다. 이들에 대한 이야기는 제 책인 포식자에서 비교적 간단히 다뤘는데, 오늘은 여기에 대한 보충 설명입니다.  책 정보: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3347200 Yes 24:  http://www.yes24.com/24/goods/58772859 11번가:  http://books.11st.co.kr/product/SellerProductDetail.tmall?method=getSellerProductDetail&prdNo=1977867160 알라딘: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34877825 교보문고:  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ejkGb=KOR&mallGb=KOR&barcode=9788970447988&orderClick=LAG&Kc= 인터파크 :  http://book.interpark.com/product/BookDisplay.do?_method=detail&sc.prdNo=279593764&sc.saNo=003002003&bid1=search_auto&bid2=detail&bid3=prd_img&bid4=001 영풍문고:  http://www.ypbooks.co.kr/book.yp?bookcd=100843205&gubun=NV ...

이빨이 다시 진화한 개구리

  ( CT scans of Gastrotheca guentheri skulls revealed what appeared to be identical rows of teeth on both the upper and lower jaws, which researchers later confirmed through dissection. Credit: Florida Museum/Daniel Paluh )  개구리는 2억년 전 진화 과정에서 이빨을 잃어버리고 큰 턱과 혀를 이용해 곤충 같은 작은 먹이를 잡아 먹는 방향으로 진화했습니다. 파충류나 포유류 같은 다른 사지류와의 경쟁에서 밀려 양서류가 쇠퇴하고 멸종하던 시기에도 개구리는 여전히 생존할 수 있었던 비결입니다.   이빨이 없는 덕분에 큰 혀를 발사하기 편해졌을지는 모르지만, 이빨이 없으면 종종 불편할 때가 있습니다. 씹는 대신 삼키기 때문에 음식을 씹을 수 없다는 점은 문제되지 않지만, 필사적으로 달아나려는 먹이를 잡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일부 개구리는 이빨 같이 보이는 엄니 (fang)을 지니고 있으나 이는 사라진 이빨이 다시 난 것이 아니라 다른 부분이 진화한 것입니다.   이는 돌로의 법칙 ( Dollo's Law )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진화 과정에서 퇴화한 부분이 다시 생겨나지 않으며 대신 필요하면 다른 부분이 진화해 그 역할을 대신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아가미가 사라진 사지 동물은 다시 물에 들어온다고 해도 아가미가 다시 생기진 않습니다. 대신 고래처럼 폐가 커져서 그 기능을 대신하게 됩니다.   하지만 모든 법칙엔 예외가 있기 마련입니다. 남미에서 발견된 멸종 위기 개구리 중 하나인 구엔터 유대류 개구리 ( Gastrotheca guentheri, Guenther's marsupial frog, dentate marsupial frog)는 완전한 형태의 이빨을 지니고 있습니다. 참고로 유대류 개구리라는 명칭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