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우주 이야기 1598 - 조용히 블랙홀로 사라지는 실패한 초신성



 

(An illustration of a star that collapsed, forming a black hole. The black hole is at the center, unseen. Surrounding it is a dust shell moving away from the black hole and gas being pulled toward it. Credit: Keith Miller, Caltech/IPAC—SELab)

태양보다 8배 이상 무거운 별은 초신성으로 최후를 맞이합니다. 태양 같은 별에서는 산소와 탄소 정도까지 핵융합 반응이 진행되지만, 더 무거운 별은 철까지 핵융합 반응이 진행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심부에서 철까지 생성하고 나면 이후에는 핵융합으로 더 에너지를 만들어낼 수 없어 결국 강한 중력을 이겨낼 에너지를 만들 수 없게 되고 중심부로 붕괴하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여기에도 여러가지 변형이 있습니다. 그리고 일부 별은 초신성 폭발을 하려다가 마는 경우도 생기게 됩니다. 사이먼스 재단 플랫아이언 연구소의 키샬레이 데 (Kishalay De, an associate research scientist at the Simons Foundation's Flatiron Institute)와 동료들은 나사의 NEOWISE 프로젝트에 의해 발견되고 지상 망원경에 의해 상세히 관측된 실패한 초신성인 M31-2014-DS1의 비밀을 파헤쳤습니다.

M31-2014-DS1는 지구에서 250만 광년이나 떨어진 안드로메다 은하에 위치한 별입니다. 태양보다 상당히 무거운 거성인데, 과학자들은 이 별이 갑자기 어두워지면서 사라지다시피 했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관측 결과 M31-2014-DS1는 2014년부터 적외선 영역에서 밝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2016년에는 불과 1년 만에 원래 밝기보다 훨씬 어두워졌습니다.

하지만 더 놀라운 일은 2022년과 2023년 관측 결과, 이 별이 가시광선과 근적외선 영역에서 거의 사라져 밝기가 만분의 일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점입니다. 현재 그 잔해는 중적외선 영역에서만 관측 가능하며, 그마저도 밝기는 이전의 10분의 1에 불과합니다.

보통 큰 별이 초신성으로 최후를 맞이하게 되면 은하계 전체와 맞먹을 정도로 밝아집니다. 반면 M31-2014-DS1는 큰 질량을 지닌 별이고 한때 안드로메다에서 가장 밝은 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갑자기 사라진 셈입니다. 연구팀은 이 별이 폭발하려다가 블랙홀이 된 실패한 초신성이라고 보고 이것이 가능한 이유를 연구를 통해 밝혀냈습니다.

연구팀에 따르면 조용히 실패해서 사라진 초신성의 주요 이유는 바로 대류현상입니다. 붕괴가 시작될 때 중심핵은 빠르게 블랙홀로 들어가지만, 별의 외곽 가스는 여전히 대류 때문에 빠르게 움직이는 상태에 있습니다.

이 대류 때문에 운동 중인 가스는 블랙홀로 곧장 떨어지는 대신, 흐름과 각운동량(angular momentum) 때문에 블랙홀 주변을 회전하거나 궤도를 돌게 됩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외곽 물질이 한꺼번에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지 않습니다. 이로 인해 별 전체가 한 번에 폭발하는 전형적인 초신성이 아니라, 잦은 유동과 느린 물질 방출을 보이게 됩니다.

한편 별의 마지막 순간 밖으로 나간 물질은 점점 식으면서 먼지를 만들고, 이 먼지는 더운 영역에서 나오는 빛을 흡수하여 적외선으로 재방출합니다. 그래서 과학자들이 밝지만 금방 사라지는 초신성 대신 이 은은한 붉은 적외선 빛을 오랜 시간에서 관측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연구팀은 M31-2014-DS1의 관측 자료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10년 전에 유사한 별로 분류되었던 NGC 6946-BH1도 재평가했습니다. 연구팀은 M31-2014-DS1이 처음에는 "특이한 별"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NGC 6946-BH1을 포함한 여러 천체들을 아우르는 하나의 범주에 속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습니다.

무거운 별의 최후가 항상 격렬한 초신성 폭발이 아니라 우리의 눈에 잘 띄지 않을 뿐이지 조용히 블랙홀로 퇴장하는 경우도 생각보다 많이 있을지 모릅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6-02-supernova-clearest-view-star-collapsing.html

Kishalay De, Disappearance of a massive star in the Andromeda Galaxy due to formation of a black hole, Science (2026). DOI: 10.1126/science.adt4853. www.science.org/doi/10.1126/science.adt4853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100 테슬라급 자기장 도달

 미국의 로스 알라모스 국립 연구소 (Los Alamos National Laboratory) 에서 과학자들이 지금까지 인간이 개발한 가장 강력한 자기장을 발생시키는 장치 개발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자기장의 세기를 나타내는 방법으로 자기력선의 밀도를 나타내기 위해 단위 면적당 자기력선의 수를 표시하는 단위인 테슬라 (T) 가 있습니다. (1T = 1Wb/㎡  웨버 (Wb) 는 자속의 단위)   의료용으로 사용되는 초전도체를 이용한 MRI 의 경우 1.5 - 3 테슬라급의 강력한 자기장으로 인체 내부를 볼 수 있게 만들지만 과학 연구용으로 이보다 더 강력한 자기장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 등장한 90 테슬라급 자기장에 이어 이번에 로스 알라모스 국립 연구소에서는 100 테슬라급인 100.75 T 를 실현 했다고 합니다.   이를 구현한 것은 18000 파운드 (8.16 톤 정도) 의 코일과 여기에 에너지를 공급할 1200 메가줄 (Megajoule) 급 모터 제네레이터등의 설비입니다.  (   The 1,200-megajoule motor generator that powers the magnetic pulse.  )  이와 같은 연구를 통해 알아내고자 하는 것은  Quantum Phase transitions and new ultra high field magnetic states Electronic Structure determination Topologically protected states of matter  로 요약할 수 있다고 합니다.   아무튼 수 T 급 MRI 만 해도 자기장의 힘이 엄청난데 100 T 라니 엄청난 자기장이네요. 이는 지구 자기장 세기보다 200만배 강력한 (물론 좁은 범위에서 작용하는 자기장이라 지구 전체...

고대 양서류 이야기 (2) - 악어를 닮은 거대 양서류들

  페름기에는 다양한 양막류가 진화해서 앞서 소개한 육상형 템노스폰딜리는 점차 설 자리를 잃게 됩니다. 하지만 양서류는 본래 자신의 서식지인 물과 습지에서 여전히 번성을 누렸습니다. 당시에는 악어류 같은 대형 양서형 파충류도 없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이와 비슷한 생태학적 지위는 여전히 양서류의 몫이었습니다. 이들에 대한 이야기는 제 책인 포식자에서 비교적 간단히 다뤘는데, 오늘은 여기에 대한 보충 설명입니다.  책 정보: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3347200 Yes 24:  http://www.yes24.com/24/goods/58772859 11번가:  http://books.11st.co.kr/product/SellerProductDetail.tmall?method=getSellerProductDetail&prdNo=1977867160 알라딘: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34877825 교보문고:  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ejkGb=KOR&mallGb=KOR&barcode=9788970447988&orderClick=LAG&Kc= 인터파크 :  http://book.interpark.com/product/BookDisplay.do?_method=detail&sc.prdNo=279593764&sc.saNo=003002003&bid1=search_auto&bid2=detail&bid3=prd_img&bid4=001 영풍문고:  http://www.ypbooks.co.kr/book.yp?bookcd=100843205&gubun=NV ...

이빨이 다시 진화한 개구리

  ( CT scans of Gastrotheca guentheri skulls revealed what appeared to be identical rows of teeth on both the upper and lower jaws, which researchers later confirmed through dissection. Credit: Florida Museum/Daniel Paluh )  개구리는 2억년 전 진화 과정에서 이빨을 잃어버리고 큰 턱과 혀를 이용해 곤충 같은 작은 먹이를 잡아 먹는 방향으로 진화했습니다. 파충류나 포유류 같은 다른 사지류와의 경쟁에서 밀려 양서류가 쇠퇴하고 멸종하던 시기에도 개구리는 여전히 생존할 수 있었던 비결입니다.   이빨이 없는 덕분에 큰 혀를 발사하기 편해졌을지는 모르지만, 이빨이 없으면 종종 불편할 때가 있습니다. 씹는 대신 삼키기 때문에 음식을 씹을 수 없다는 점은 문제되지 않지만, 필사적으로 달아나려는 먹이를 잡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일부 개구리는 이빨 같이 보이는 엄니 (fang)을 지니고 있으나 이는 사라진 이빨이 다시 난 것이 아니라 다른 부분이 진화한 것입니다.   이는 돌로의 법칙 ( Dollo's Law )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진화 과정에서 퇴화한 부분이 다시 생겨나지 않으며 대신 필요하면 다른 부분이 진화해 그 역할을 대신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아가미가 사라진 사지 동물은 다시 물에 들어온다고 해도 아가미가 다시 생기진 않습니다. 대신 고래처럼 폐가 커져서 그 기능을 대신하게 됩니다.   하지만 모든 법칙엔 예외가 있기 마련입니다. 남미에서 발견된 멸종 위기 개구리 중 하나인 구엔터 유대류 개구리 ( Gastrotheca guentheri, Guenther's marsupial frog, dentate marsupial frog)는 완전한 형태의 이빨을 지니고 있습니다. 참고로 유대류 개구리라는 명칭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