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완치 이후 장기간 발생하는 만성 증상들의 모음인 만성 코로나 (long COVID)는 다양한 신경학적 증상을 동반합니다. 브레인 포그로 알려진 집중력 장애는 물론 인지 기능 장애, 후각 및 미각 상실, 우울증 같은 각종 정신 질환 증가가 보고되어 있습니다. 이런 특이한 증상은 다른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에서는 보기 어려운 것입니다.
옥스퍼드 대학의 그웨넬 두오드 교수(Gwenaelle Douaud, a professor at the University of Oxford)가 이끄는 연구팀은 영국의 대규모 코호트 연구 데이터인 바이오뱅크 (Biobank) 데이터를 이용해 코로나 19 감염 전후의 뇌 스캔 결과를 비교했습니다. 본래는 유전적, 환경적 요인에 의한 뇌 변화를 추적 관찰하기 위해 뇌 영상 촬영을 주기적으로 시행한 것인데, 중간에 코로나 19 대유행이 발생해 우연히 코로나 19 전후의 변화를 관찰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연구팀은 51세에서 80세 사이 참가자 785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이 가운데 401명은 실험군으로 두 번의 뇌 스캔 사이에 코로나 19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뇌 스캔은 확진 직후에는 이뤄지지 않았고 평균 141일 후 진행되어 만성 코로나로 인한 변화인지 쉽게 판단할 수 있습니다. 나머지는 같은 기간 확진되지 않은 대조군입니다. 본래 인간의 뇌는 나이가 듦에 따라 위축되기 때문에 노화에 따른 변화인지 아닌지도 확인하기 위해서는 대조군이 필요합니다.
연구 결과 두 그룹 사이에 분명한 차이가 나타났습니다. 연구 대상자의 94%가 경미한 증상만을 보고한 코로나 19 확진자였음에도 불구하고 뇌 위축이 생각보다 분명하게 나타난 것입니다. 연구팀은 크게 세 가지 차이점을 확인했습니다.
(i) greater reduction in grey matter thickness and tissue-contrast in the orbitofrontal cortex and parahippocampal gyrus (안와전두피질과 해마곁이랑에서 회백질의 두께 감소)
(ii) greater changes in markers of tissue damage in regions functionally-connected to the primary olfactory cortex (일차 후각 피질과 기능적으로 연결된 부위의 큰 변화와 손상)
(iii) greater reduction in global brain size. (전체적인 뇌 부피 감소)
이런 변화들은 나이가 들수록 더 분명하게 나타나 고령자에서 코로나 19로 인한 뇌손상이 크게 나타난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뇌손상 부위와 부피 감소를 생각하면 고령 만성 코로나 환자들은 치매 같은 인지 기능 감소와 장기적 후각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이 연구는 2021년 5월까지 대상자를 모았기 때문에 감염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이 거의 없어 백신의 보호 효과를 확인할 수 없습니다. 물론 오미크론처럼 최근 유행하는 변이도 같은 영향을 미치는지 역시 판단할 수 없습니다. 백신을 접종해 면역이 있거나 젊은 사람, 그리고 오미크론 변이처럼 상대적으로 경미한 감염을 일으키는 경우에는 뇌손상 위험도가 낮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으나 앞으로 확인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코로나 19는 결국 팬데믹에서 엔데믹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백신과 치료제를 통해서 완전히 사라지게 할 수 없다면 피해를 최소화하고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합니다. 만성 코로나와 연관된 뇌 손상 기전을 이해하고 이를 최소화하거나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참고
https://medicalxpress.com/news/2022-03-covid-brain.html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2-0456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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