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ssil, Amiskwia sagittiformis from the Burgess Shale (508 million years old), preserving bilateral jaw elements inside its head. These jaw elements resemble those seen in rotifers and gnathostomulids, while the body resemble arrow worms. Credit: Luke Alexander Parry/University of Bristol--Yale University)
지금으로부터 100년전쯤 20세기의 가장 뛰어난 고생물학자인 찰스 두리틀 왈콧 (Charles Doolittle Walcott)은 로키 산맥의 버제스 혈암군에서 이제까지 본 적이 없는 이상한 생물들이 잔뜩 있는 지층을 발견했습니다. 이 화석들은 훗날 캄브리아기 대폭발로 불리는 시기의 생물군으로 현생 동물문이 조상이 바로 이 시기에 등장했습니다. 과학자들은 이 화석들을 면밀히 검토해 현생 동물과의 연관성을 조사하고 초기 동물문이 어떻게 등장하고 진화했는지에 대한 단서를 찾았습니다. 이 이야기는 제 책인 포식자에서도 다룬 바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화석이 진화계통도에서 자신의 위치를 찾은 것은 아닙니다. 왈콧이 찾은 화석 가운데 희안하게 생긴 벌레인 아미스크위아 (Amiskwia)는 아직도 그 위치를 찾지 못했습니다. 왈콧은 이 생물이 현재의 모악 벌레 (Chaetognatha) 혹은 화샬 벌레와 비슷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화살 벌레는 이름처럼 화살처럼 뾰족한 침을 이용해서 먹이를 잡는 생물체로 우리에게 그다지 친숙하지 않은 작은 동물문입니다. 그러나 또 다른 저명한 생물학자인 스티븐 J 굴드는 아미스크위아가 아마도 현생 동물문과 관계가 없는 멸종 동물이라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브리스톨 대학의 제이콥 빈터 박사와 그 동료들은 아미스크위아의 화석을 면밀히 조사해 이들의 턱이 유악동물 (Gnathifera)과 유사하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역시 우리에게는 그다지 친숙하지 않은 동물문이지만, 과학자들은 유악동물과 모악동물문이 사실 진화적으로 연관된 그룹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5억년 전에는 동물문이 지금처럼 분명하게 구분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가까운 그룹끼리는 비슷한 특징을 공유했을 것이고 이 가운데는 후손을 남기지 못하고 사라졌지만, 가까운 동물문의 특징을 포함한 미상의 동물문도 있었을 것입니다. 과학자들은 5억년 전 지층에 남은 기록과 현생 동물문의 DNA 분석을 통해 그 미스터리를 하나씩 풀어가고 있습니다. 비록 우리 같은 비전문가들이 보기에는 다 벌레처럼 생겼지만 이들에게는 지구 동물 진화의 미스터리가 숨어 있습니다.
참고
'Bilateral jaw elements in Amiskwia sagittiformis bridge the morphological gap between gnathiferans and chaetognaths' L. Parry and J. Vinther, Current Biology,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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