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대산소화 사건은 언제 일어났을까?



(Sediment studies of the Pongola Basin, South Africa, have now found that the area was home to the earliest-known oxygen-producing organisms(Credit: Axel Hofmann/University of Johannesburg))


 대산소화 사건(Great Oxygenation Event)은 수십억년 전 지구 대기 중 산소가 급격히 증가했던 사건을 의미합니다. 본래 지구가 생성되었을 때 대기는 태양계의 다른 천체들처럼 이산화탄소, 메탄 등이 풍부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당시에는 지금보다 태양이 어두웠지만, 이런 기체들이 대기에 풍부한 덕분에 강력한 온실효과가 발생해 액체 상태의 물이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대신 산소처럼 반응성이 풍부한 기체는 지금 농도의 10만분의 1에 불과해 사실상 산소가 없는 대기 구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지구 대기 중 산소가 풍부해진 것은 광합성 생물의 등장 때문입니다. 이들이 광합성의 부산물로 내놓은 산소는 사실 바로 대기 중 산소가 된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물질과 결합해 바다에 침전되었습니다. 하지만 계속해서 산소가 생성되면서 결국 어느 시점에서는 대기 중 산소 농도가 의미있게 증가했는데, 이를 대산소화 사건이라고 부릅니다. 


 이 사건은 24.5억년 전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데, 지구 생물 역사에서 큰 전환점을 그리게 됩니다. 대기 중 산소 농도가 증가하면서 지금까지 산소가 없는 환경에서 살아갔던 많은 박테리아 (특히 고세균)에게 불리한 조건이 형성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상황을 반대로 이용해서 산소호흡을 하는 미생물이 등장할 수 있었습니다. 


 산소호흡은 산소를 사용하지 않은 경우보다 많은 에너지를 내놓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는 복잡한 진핵 생물의 진화와 다세포 생물의 진화를 촉진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다만 대산소화 사건이 정확히 어느 시점에 시작되었는지는 다소간의 논란이 있습니다. 


 튀빙겐 대학의 연구팀은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퐁골라 분지(Pongola Basin, South Africa)의 지층을 조사해 29.7억년 전에도 얕은 바다의 산소 농도가 의미있게 증가했다는 증거를 발견했습니다. 이들이 조사한 지층에는 산소가 포함된 황화합물인 황산염(Sulfate, M21SO4)이 풍부했는데, 이는 물에 녹은 산소 농도가 증가했음을 시사하는 소견입니다. 


 이것이 대기 중 산소가 전체적으로 증가한 것인지 아니면 광합성이 활발한 얕은 바다에서만의 결과인지는 좀 더 연구가 필요해 보이지만, 적어도 국소적으로라도 이미 산소 농도가 꽤 오래전부터 증가했다는 단서를 제공할 순 있습니다. 


 만약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산소 농도의 증가가 진핵세포의 등장 한참 이전에 일어난 것이기 때문에 산소 농도의 증가가 복잡한 진핵세포의 진화를 이끌어냈다는 주장과 상충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이 주제를 가지고 계속해서 갑론을박이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서 슬쩍 광고를 넣어보면 앞으로 제가 출간할 신간에도 대산소화 사건에 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대산소화 사건 자체보다는 이로 인한 진핵세포의 진화가 더 중요한 주제인데, 사실 많은 과학적 가설이 그렇듯이 논쟁의 여지가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도 책에서 이런 저런 논쟁이 있다는 점만 강조하면 진행이 안되기 때문에 일단은 산소 가설을 지지하는 방향으로 구성했습니다. 


 나중에 출간 전에 더 구체적인 소개를 해보겠습니다. 


 참고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잘 쓰지도 않을 방법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아무래도 효율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생대에 박쥐가 등장하면서 플로팔랑곱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enage-girl-years-reconstructed.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