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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어의 법칙은 끝났을까? (4) - 공정 미세화에 의한 이득은 누가 가져갔을까?




 사실 소비자용 컴퓨터 프로세서의 성능 개선은 2006년 이후로 거의 일어나지 않았으며 이것은 소비자측의 수요가 감소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에 대해서 반박하기 위해 글을 작성하고 있지만, 그러면서 알게된 여러 가지 흥미로운 내용 역시 공유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난 10년 간 데스크탑 및 노트북 CPU의 발전이 정체된 이유는 여러 가지이지만, 인텔의 독점이 큰 요인 중 하나라고 믿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그외 분야에서는 무어의 법칙만큼은 아니지만, 이 보다는 빠른 발전이 있어왔기 때문입니다. 앞서 살펴봤듯이 GPU 부분에서는 10년 간 20배의 연산 능력 증가가 있었으며 서버용 CPU 부분에서도 상당한 트랜지스터 집적도 증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반도체의 제조 공정이 미세해지면 같은 면적의 웨이퍼에 더 많은 제품을 생산할 수 있거나 반대로 더 트랜지스터 집적도가 높은 제품을 생산할 수 있게 됩니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웨이퍼당 100개 생산하던 프로세서를 공정 미세화를 통해서 200개 생산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물론 공정 미세화 과정에서 비용이 추가로 들지만, 대개는 상쇄할 수 있어서 공정이 미세한 쪽이 생산 단가가 저렴합니다. 


 이런 문제가 극명하게 보이는 쪽은 메모리 분야입니다. 메모리는 제조사별로 구조가 다를 수 없는 물건이라 아키텍처보다는 제조 공정으로 승부를 볼 수 밖에 없는데, 적어도 지금까지는 공정이 미세한 쪽이 항상 유리했습니다. 그런데 미세 공정을 가졌단 이야기는 결국 엄청난 투자 비용이 드는 미세 공정에 투자할 여력이 된다는 뜻으로 이런 회사는 몇 개 되지 않습니다. 이 이야기는 메모리 전쟁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몇 개 회사만 살아남게 된 이유를 설명해줍니다. 


 분야가 다르지만, 사실 프로세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공정이 미세화되면 제조 단가는 상대적으로 줄어들게 되어 있습니다. 이를 역으로 유추하면 트랜지스터 집적도는 크게 증가하지 않았는데, 공정이 미세해지면 제조사는 같은 웨이퍼에서 훨씬 많은 CPU를 생산해 미세 공정 도입에 따른 비용을 상쇄하거나 혹은 더 많은 이윤을 낼 수 있습니다. 


 이 이야기를 인텔 CPU에 적용해보겠습니다. 2008년 등장한 네할렘 아키텍처의 인텔 쿼드 코어는 상당히 큰 크기였습니다. 린필드와 클락스필드의 경우 296㎟, 블룸필드의 경우 263㎟로 작지 않은 프로세서였습니다. 트랜지스터 집적도도 7억3100만개에 달했습니다. 샌디 브릿지는 45nm 공정에서 32nm 공정으로 이동하면서 내장 그래픽을 포함하고도 다이 사이즈가 216㎟으로 감소했습니다. 


 22nm 공정 아이비브릿지의 경우 16 EU 내장 그래픽 기준 160㎟으로 감소했고 14nm공정인 브로드웰/스카이레이크/카비레이크에서는 100㎟ 초반대까지 감소했습니다. 4+2 구성의 카비레이크 7700K의 경우 125㎟로 과거 듀얼 코어 만큼이나 크기가 감소했습니다. 따라서 같은 웨이퍼에서 훨씬 많은 제품을 만들 수 있고 이는 제품 제조 단가 인하로 이어질 것입니다. 


 물론 미세 공정 자체가 비싸기 때문에 이로 인한 비용 상승을 고려하면 생각보다 이득이 크지 않을 수 있지만, 지난 몇 년간 인텔이 계속해서 점점 더 많은 매출과 수익을 거둔 점을 고려하면 그렇게 손해보는 장사는 하지 않았을 것이란 추정이 가능합니다. 동시에 공정 미세화가 지연되면서 공정을 개량해서 오래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공정 미세화에 따른 비용 상쇄가 가능하단 점도 있습니다. 


 아무튼 이렇게 좋은 시절을 보낸 인텔이지만, 2017년 AMD가 라이젠을 들고 나오자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인텔보다 훨씬 많은 코어를 제공하는 경쟁자를 따돌리기 위해 인텔은 급하게 6코어 커피레이크와 18코어까지 늘어난 스카이레이크 X를 투입했습니다. 그러면 6코어 커피레이크를 제조하기 위해 들어간 추가 비용은 얼마일까요? 




 아난드텍에 의하면 커피레이크 6코어의 다이 사이즈는 151㎟ 로 카비레이크 4코어 대비 26㎟ 정도 밖에 커지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인텔이 브로드웰에서 6코어 제품을 도입했더라도 사실 엄청난 비용 증가가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는 당연히 6코어 이상의 CPU를 비싸게 팔기 위한 것이죠. 참고로 다이 사이즈가 1.5배가 아닌 1.2배 증가한 이유는 CPU의 절반이 코어가 아니라 내장 그래픽 및 메모리 컨트롤러, I/O 관련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앞으로 차기 메인스트림 제품에 8코어를 넣을 것이라는 추측도 가능합니다. 다만 기술적으로 큰 문제가 없다고 해도 꼭 그래야 할지는 시장 상황이 결정할 것입니다. AMD의 차기 라이젠 프로세서의 위협이 크지 않다면 인텔의 하이엔드 CPU 판매에 위협이될 저렴한 8코어를 판매하는 것은 손해기 때문입니다.  


 스카이레이크 X는 어떨까요? 스카이레이크 X는 서버 영역에 투입할 예정이었던 스카이레이크 SP 프로세서를 데스크탑 쪽으로 돌린 것입니다. 앞서 포스팅 했듯이 스카이레이크 SP는 3종류의 다이가 있으며 각각 12코어 (3x4), 20코어 (4x5), 30 (5x6)코어 구성입니다. 정확한 트랜지스터 숫자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다이 사이즈는 각각 322/484/698㎟ 라는 사실이 알려져 있습니다. 24코어 브로드웰 대비 상당히 커진 다이를 감안하면 30코어 XCC의 트랜지스터 숫자는 거의 100억개에 육박할 것입니다.



(스카이레이크 X에 사용된 20코어 HCC의 다이 샷)  


 브로드웰 E/EP에 사용된 다이 역시 3 종류로 각각 10/15/24개의 코어를 내장하고 있습니다. (물론 다 활성 코어는 아님) 다이 사이즈는 246/306/456㎟ 이며 트랜지스터 집적도는 34/47/72억개입니다. 14nm 공정 덕분에 과거 네할렘 쿼드 코어보다 약간 큰 다이에도 15개의 코어를 집적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브로드웰 EP의 다이 구조. 클릭하면 원본 ) 


 새로운 메쉬 구조를 도입하면서 스카이레이크 X에서 다이 사이즈가 좀 커지긴 했지만, 10코어 이상의 빅칩을 양산하는 것 자체는 사실 기술적으로 어렵지는 않을 것입니다. 30코어 다이도 찍는 마당에 그게 불가능하거나 힘들 이유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라이젠과 쓰레드리퍼를 잡기 위해 너무 저렴한 가격에 내놓으면 이제는 인텔의 하이엔드 서버 프로세서 판매에 큰 영향을 줄 수 밖에 없습니다. 결국 인텔이 택한 해법은 쓰레드리퍼를 겨냥해 스카이레이크 X를 내놓되 가격을 높이는 고육지책입니다. 


 다소 옆길로 샜지만, 본론으로 돌아와서 공정 미세화에 따른 비용 절감의 이점은 사실 지닌 몇 년간 CPU 제조사가 가져갔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데스크탑 메인스트림 부분에서는 코어를 2개 정도 더 넣어도 심각한 제조비용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을 만큼 제조 공정이 미세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인텔은 메인스트림 쿼드코어라는 자신의 공식을 고집했습니다. 이는 65nm 공정 켄츠필드에서 14nm공정 카비레이크까지 이어졌지만, 라이젠이 이 공식을 깨버렸습니다. 라이젠 출시 반년 만에 인텔은 6코어 커피레이크를 긴급하게 투입했고 더 상위 모델의 코어 숫자를 크게 늘려 AMD의 공세에 대비했습니다. 


 이는 데스크탑 부분에서 코어 숫자가 더 늘어나지 않았던 중요한 이유가 바로 시장 독점 때문이라는 중요한 증거입니다. 싱글 코어 성능을 크게 올릴 수 있던 시절은 지났고 코어를 더 많이 늘리는 것이 새로운 성능 향상 비법이 된 시점에서 이는 의도적으로 CPU 성능 발전을 막은 것이나 다를 바 없습니다. 인텔은 서버 영역에서 엄청난 숫자의 x86 코어를 집적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했지만, AMD의 공세가 강해질 때까지 이를 일반 소비자에게 합리적인 가격으로 판매할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일단 이 이야기는 여기까지로 마무리하고 다음에는 미세 공정에 따른 문제와 제조사의 대응책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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