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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변화가 북극곰을 갈색 곰으로 바꿀까 ?



 이전에 블로그를 통해 몇 차례 전해드린데로 북극곰 (polar bear, 학명 Ursus maritimus) 은 최근 북극권의 기온이 상승하면서 그 개체수가 줄어들고 있으며 이미 IUCN (세계 자연 보존 연맹) 으로부터 취약종 (Vulnerable) 으로 지정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최근의 유전자 연구와 교배종 연구를 통해 북극곰이 갈색곰과 아주 밀접한 관계이며 사실 둘 사이에 꽤 빈번한 교배가 있었음이 알려지고 있습니다. 


 북극곰과 갈색곰 (Brown bear, 학명 Ursus arctos ) 은 엄밀히 이야기 한다면 별개의 종으로 구분하긴 애매한 종입니다. 왜냐하면 이들이 상호간에 교배가 가능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2006 년 전까지 이런 교배종은 동물원에서만 가능하고 자연계에서는 일어나지 않는다고 생각되었습니다. 이 생각은 2006 년, 캐나다에서 북극곰 - 갈색곰 교배종 (Grizzly - polar bear hybrid) 이 포획되므로써 잘못되었다는 것이 증명됩니다. 


 2006 년 북극곰으로 알고 사냥한 개체가 이상하게 생긴 것을 (당시엔 사냥이 허가되어 있었음) 발견한 사냥꾼 Jim Martell 이 이를 신고해서 브리티쉬 콜럼비아 주의 야생 유전학 연구소에서 분석한 결과 북극곰 엄마와 갈색곰 (그리즐리) 아빠 사이에 탄생한 교배종인 것을 확인한 것입니다. 만약 그리즐리였으면 불법이었기 때문에 사냥꾼으로써는 다행한 일이었죠. 그리고 2010 년에도 다시 교배종이 확인되었으며 최근에는 캐나다에서 교배종의 2세대가 확인되는 등 점차 교배종의 보고가 늘고 있고 이들 교배종도 자연 상태에서 다음 세대를 만들 수 있음이 점차 인정되고 있습니다. 




 (북극곰과 갈색곰 사이에 태어난 잡종의 박제 모습. 얼굴은 북극곰이지만 목이 길고 다리가 갈색에 가까움 CCL 에 따라 복사 허용 저자 표시   저자   Sarah Hartwell (Messybeast) )


 이에 과학자들 역시 북극곰과 갈색곰 사이의 연관 관계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북극곰의 조상의 화석은 가장 오래된 것이 11만년에서 13만년 정도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북극곰은 매우 새로운 종인 셈입니다. 하지만 유전학적 연구는 다른 결과를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펜실버니아 주립 대학 (pennsylvania state Univ. ) 및 버팔로 대학 (Univ. at Buffalo) 등 여러 기관이 모인 최근의 다국적 연구에서 아마도 북극곰의 개체수는 기후 변화에 따라 지난 수백만년간 변화해 왔던 것으로 보이며 그 사이사이 갈색곰과 교배가 이루어져 둘 사이의 유전자가 서로 교환된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즉 실제로 북극곰의 조상은 갈색곰의 조상과 60 만년 이상 전에 분리되었지만 빙하기와 간빙기가 주기적으로 찾아오면서 2 종이 완전히 분리되기도 전에 서로간의 교배가 이루어졌으며 이와 같은 현상은 지금도 일어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만약 극지방의 기후가 매우 안정적으로 유지되었다면 북극곰과 갈색곰의 서식지가 서로 잘 분리될 수 있지만 온도가 올라가서 서식지가 줄어들면 일부 북극곰은 더 따뜻한 기후에서 갈색곰과 교배를 하게 되며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두 종이 안정상태를 찾게 된다는 것이죠. 


 다른 연구자들은 북극곰과 갈색곰의 미토콘드리아 DNA (mtDNA) 를 분석해 이들이 겨우 16 만년 전에 분리되었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그런데 일부 갈색곰들의 mtDNA 는 오히려 다른 갈색곰이 아니라 북극곰과 더 가까운 것이 발견되었습니다. 또 일부 갈색곰들은 북극곰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이는 유전자들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즉 북극곰과 갈색곰이 사자와 호랑이 처럼 어느 정도 분리된 이후 서로간에 교배가 거의 없었던 것이 아니라 자연 상태에서 종종 교배가 있었으며 이로 인해 이 두 종이 사실은 완전한 분리가 지금까지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최근에서 밝혀진 셈입니다. (참고로 사자와 호랑이도 라이거 (Liger) 라는 교배종을 낳을 수 있지만 자연계에서 자발적으로 교배가 흔하게 발생하고 2세까지 발견되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갈색곰과 북극곰은 엄밀히 말해 별개의 종보다는 아종에 가깝지만 이들은 생김새와 서식지, 그리고 생활습성에서 확연한 차이가 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별개의 종으로 아직도 분류되고 있습니다. 




(북극곰, 갈색곰, 검정곰의 진화 계통도. Mya 는 100만년. 북극곰과 갈색곰은 60 만년 정도 전에 분리된 집단이나 이후에도 기후 변화에 따라 간간이 교배가 일어나 유전자 교환이 일어났던 것으로 보임  The nuclear genomes of bears (black outline) suggest that polar bears and brown bears diverged from one another 4 to 5 million years ago, and that occasional exchange of genes between the two species (shaded gray areas) followed. Results from maternally inherited mitochondrial DNA (dotted line) indicate extinction (marked with an "X") and replacement of polar bear mitochondrial DNA around 160,000 years ago due to interbreeding between the two species. (Credit: Penn State University) ) 


 최근에 밝혀지는 이와 같은 흥미로운 연구 결과와 관계없이 북극곰의 미래는 여전히 불안합니다. 결국 북극에 이들이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이 거의 사라진다면 북극곰들은 남쪽으로 이동하고 갈색곰은 북쪽으로 이동해 결과적으로 두 종이 다시 합쳐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어보입니다. 아주 멸종되는 것 보다야 더 나을 지 모르지만 아무튼 아종이든 단독 종이든 간에 북극곰은 미래에 사라질 가능성이 역설적으로 더 높아진 것입니다. 왜냐하면 과거에도 온도가 높아졌던 적은 있지만 최근과 같은 온도 상승은 북극곰이 살았던 시기 동안은 없었고 미래의 예상되는 온도 상승의 정도는 이보다 더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와 같은 연구 결과들이 실제 진화의 과정이 일반적인 생각보다 매우 복잡하게 일어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생각되기도 합니다. 종의 분리는 생각보다 단순한 과정이 아니며 분리 될 듯 하다가 다시 합쳐지거나 혹은 거의 분리된 상태에서도 유전자의 교환이 간간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좋은 예로 생각됩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
  1. W. Miller, S. C. Schuster, A. J. Welch, A. Ratan, O. C. Bedoya-Reina, F. Zhao, H. L. Kim, R. C. Burhans, D. I. Drautz, N. E. Wittekindt, L. P. Tomsho, E. Ibarra-Laclette, L. Herrera-Estrella, E. Peacock, S. Farley, G. K. Sage, K. Rode, M. Obbard, R. Montiel, L. Bachmann, O. Ingolfsson, J. Aars, T. Mailund, O. Wiig, S. L. Talbot, C. Lindqvist.PNAS Plus: Polar and brown bear genomes reveal ancient admixture and demographic footprints of past climate change.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2012; DOI: 10.1073/pnas.1210506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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