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들은 암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습니다. 암이 많이 퍼지지 않은 상태에서 치료해야 치료 성과를 높이고 생존률을 높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암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한 여러 가지 검사는 상당히 많은 비용과 시간을 소모하는 일이라 주요 암에서만 건강 검진이 시행되고 있습니다.
그런 이유에서 혈액 검사를 통한 암 조기 진단은 많은 연구가 이뤄진 부분입니다. 초음파, 내시경, X선, 유방암 및 자궁 경부암 검사를 해도 놓치는 암이 있고 그렇다고 건강 검진을 너무 자주 받는 것도 상당히 번거롭고 비용이 많이 드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록펠러 대학의 연구팀은 LINE-1 ORF1p라는 암의 새로운 바이오마커를 이용한 암 혈액 검사법을 연구했습니다. Long interspersed element-1 (LINE-1)은 바이러스처럼 복사를 반복하는 유전자인 레트로트랜스포좀 (retrotransposon)의 일종으로 정상 세포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LINE-1 가운데서도 Open reading frame 1 protein (ORF1p)는 암세포에서 높은 농도로 나타나는 특징이 있습니다. LINE-1 ORF1p는 식도, 유방, 폐, 난소, 자궁, 췌장, 두경부암에서 수치가 증가합니다. 그리고 정상인에서는 거의 존재하지 않아 암 조기 진단 및 치료 반응, 재발 진단에 사용할 수 있는 표지자로 주목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LINE-1 ORF1p는 농도가 매우 낮기 때문에 일반적인 검사법으로 진단하기 어렵습니다. 연구팀은 Simoa라는 단분자 진단 방법을 이용했습니다. 라마에서 얻은 나노바디를 이용해 극소량의 ORF1p 분자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연구팀은 400명의 건강한 사람에서 얻은 혈청 샘플을 이용해 이 방법의 정확성을 확인했습니다. 이런 검사법에서 중요한 것은 건강한 사람에서 양성으로 나오는 확률을 낮춰야 한다는 것입니다. 암이 없는데 온갖 검사를 받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연구 결과 5명을 제외한 사람에서 음성으로 나와 위양성 정도는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흥미롭게도 이 5명 가운데 가장 수치가 높았던 한 명은 6개월 후 전립선 암으로 진단됐습니다. 실제로 암의 조기 진단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결과입니다. 그리고 8명의 1기 난소암 환자를 대상으로 했을 때도 4명에서 ORF1p를 검출할 수 있었습니다.
연구팀은 ORF1p 검사법이 3달러 정도로 저렴해질 수 있어 앞으로 암의 조기 진단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다만 의사로써 제가 봤을 때 몇 가지 단점도 있습니다. 암의 조기 진단에 도움이 되려면 특정 암과 연관된 표지자인 경우가 사실 더 유리합니다. ORF1p는 온갖 암에서 올라갈 수 있어 대체 어떤 검사를 해야 할지 모르고 결국 이런 저런 검사를 다하든지 아니면 그냥 지켜보든지 해야 합니다.
만약 위양성인 경우 검사비는 3달러라도 각종 검사비는 수천 달러에서 미국처럼 의료비가 비싼 나라는 수만 달러도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런 만큼 실제로 임상에서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두고봐야 알 수 있습니다.
한 가지 더 생각할 수 있는 사용법은 암 환자에서 경과와 재발을 감시하는 용도입니다. 수치가 갑자기 증가하면 재발했거나 아니면 암의 증식이 활발히 일어나는 것으로 볼 수 있고 반대로 수치가 줄어들면 암 치료 반응이 좋은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상당수 암 표지자가 사실 이런 용도로 사용되는 점을 감안하면 ORF1p 역시 가능성이 있습니다.
참고
https://newatlas.com/medical/blood-test-detect-cancer-before-symptoms-app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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