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 Ross Robertson - http://biogeodb.stri.si.edu/caribbean/en/gallery/specie/103
Galeocerdo cuvier)
상어는 이빨이 평생 동안 빠지고 새로 납니다. 따라서 상어 화석 중에 가장 흔하게 발견되는 것은 이빨입니다. 연골 어류이니 당연하긴 하지만, 이빨을 험하게 쓰고 매번 새로 갈아버리는 특징 때문에 그것이 아니라도 가장 흔하게 발견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열대 섬이나 해안가에 살고 있는 원주민들에게 상어 이빨은 종종 가장 좋은 도구가 되기도 합니다. 태평양의 작은 섬에 살고 있는 원주민이라면 금속을 거의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사실 상어 이빨이 구할 수 있는 가장 단단한 도구가 됩니다.
이런 이유에서 태평양의 여러 도서 지역이나 심지어 고대 마야나 멕시코에서도 상어 이빨로 만든 무기들이 발견되기도 합니다. 심지어 이를 이용해 전쟁을 한 흔적도 있습니다. 상어 이빨이 단단하기는 해도 칼날이나 창으로 쓰기에는 작은데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궁금할수도 있지만, 인간의 창의성은 생각보다 대단해서 상어의 턱 모양을 본뜬 톱날 모양의 무기는 물론 각종 무기를 개발해냈습니다. 그중 하나가 아래 대영 발물관 수집품입니다.
19세기 상어 이빨 무기: https://www.britishmuseum.org/collection/object/E_Oc1894-235
호주 그리피스 대학의 미셀 그리피스 (Michelle C. Langley)는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섬에서 7000년 전에 가공된 것으로 보이는 상어 이빨 유물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이 유물에 줄로 연결하기 위한 구멍과 풀로 붙인 흔적, 뭔가 도구로 사용된 마모 흔적 등을 찾아냈습니다.
사실 그보다 더 오래전인 39,500–28,000년 전 인위적인 구멍이 뚫린 상어 이빨 화석이 발견되기는 했지만, 이들은 도구로 사용되기보다는 장식용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예를 들어 목걸이로 사용하는 식입니다. 하지만 이번에 발견된 상어 이빨은 명백히 무기 같은 용도로 사용된 흔적을 현미경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참고로 상어의 종류는 대형 상어의 일종인 뱀상어 (tiger shark, Galeocerdo cuvier)입니다.
상어 이빨로 만든 무기는 태평양의 외딴 섬에 사는 주민들에게 최고의 소재이긴 했지만, 대신 수명이 길지 않다는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따라서 이빨을 꾸준히 얻어 무기를 개량하는 과정에서 정교하게 가다듬는 기술이 발전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무기로 상어를 사냥하는 일은 없었을지 궁금합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3-10-shark-knife-year-old-shark-tooth-knives.html
Michelle C. Langley et al, Shark-tooth artefacts from middle Holocene Sulawesi, Antiquity (2023). DOI: 10.15184/aqy.2023.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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