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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물을 이용한 패시브 쿨러?




 (Image credit: City University Hong Kong)

고성능 컴퓨터일수록 프로세서에 투입되는 전력이 많기 때문에 결국 쿨러에 들어가는 전력도 비례해서 커집니다. 고성능 서버가 밀집한 데이터 센터의 경우 이 문제가 심각해서 전체 전력의 40%가 냉각에 들어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냉각에 들어가는 에너지를 줄이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여러 가지 아이디어들이 나오는 가운데 홍콩 시티 대학의 연구팀은 기존의 히트 싱크를 대신할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했습니다. 연구팀이 개발 HSMHS (hygroscopic salt-loaded membrane-encapsulated heat sink) 기술은 브로민화 리튬염 (lithium bromide salt) 용액을 이용한 쿨러로 일반적인 히트 파이프처럼 증발과 응축을 통해 열을 식히는 대신 염분을 이용해 물 분자를 탈착 (desorption)과 흡착 (absorption)해 열을 식한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또 다른 특징은 히트 싱크가 막에 의해 둘러쌓여 있다는 것인데, 이 막은 브로민화 리튬염은 막고 수증기만 통과시켜 용액을 보호합니다. 따라서 열을 식힐 때는 탈착 과정을 통해 열을 분산시키고 그렇지 않을 때는 공기 중의 수분을 흡수해 다시 염분 용액으로 돌아가는 원리입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 방식은 기존의 히트 싱크보다 32.65% 정도 프로세서 성능을 올리고 온도를 섭씨 64도에서 안정적으로 400분 간 유지할 수 있지만, 패시브 냉각 방식으로 에너지를 소모하거나 소음을 만들지 않습니다. 그리고 브로민화 리튬염이 MOFs 같은 다른 대안보다 훨씬 저렴하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여기까지 이야기를 들으면 귀가 솔깃해지는 내용이지만, 서버에 사용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드는 부분도 있습니다. 테스트 시스템은 매우 작은 보드에 작은 히트 싱크를 달았지만, HSMHS 쿨러는 상당히 큰 크기입니다. 일반 구리 히트 싱크도 크기를 키우면 패시브 쿨링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점에서 의문이 생깁니다. 또 원리상 물이 모두 증발하고 나면 외부에서 물을 공급해야 하는지, 그리고 넘치는 수증기는 어떻게 처리하는지도 의문점이 생깁니다.

다만 일반 히트 싱크 혹은 히트 파이프처럼 사용한다고 해도 열 전도율이 더 우수하다면 의미가 없는 게 아니므로 상용화 여부는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연구팀의 이야기처럼 기존의 쿨러 보다 우수한 패시브 쿨러인지는 검증이 필요하지만, 이렇게 새로운 냉각방식에 대한 시도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참고

https://www.tomshardware.com/pc-components/cooling/passive-salt-water-cooling-boosts-cpu-performance-by-almost-33

https://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S2666998623001801?via%3Dih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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